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729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8244 방광염은 스트레스성 아닌가요? 6 이유 2013/03/06 3,219
228243 갤럭시S3 이 가격이면 좋은건가요? 7 스마트폰 2013/03/06 1,841
228242 피자 어떡하면 맛나게 만들수 있을까요? 4 모닝콜 2013/03/06 1,085
228241 저두요ㅜㅜ 노란딸기 2013/03/06 536
228240 송혜교 눈 뜨고 연인으로 달달한 연애나 실컷 보여줬으면!! 12 차라리 2013/03/06 4,390
228239 휴양지가서 하루종일 수영장 해변에 누워서 칵테일 맥주 주구장창먹.. 6 2013/03/06 1,915
228238 그룹수퍼비전 연구소 2013/03/06 464
228237 지금 그겨울보시는분 소라가 1 뭐라고했나요.. 2013/03/06 1,198
228236 급성 방광염인거같아요 응급실 비싼가요? ㅠㅠㅠㅠ 32 터지겠다 2013/03/06 26,149
228235 스마트폰 왕초보 4 나도 스마트.. 2013/03/06 765
228234 4칸이나 3칸씩 나누어져있는 그릇이요.. 10 .. 2013/03/06 2,213
228233 중1이에요 성장호르몬주사 8 고민맘 2013/03/06 3,962
228232 요즘 토익이나 토플 시험에 영국식 발음으로 나오나요? 6 정말? 2013/03/06 1,919
228231 60대 어머니 해외여행 추천부탁해요 5 올해 2013/03/06 1,912
228230 요양보호사 2 *** 2013/03/06 2,188
228229 남자들도 여자에게 성희롱 당하고 그런가 봐요 11 ㅇㅇ 2013/03/06 4,617
228228 500일의 썸머같은 5 .. 2013/03/06 1,544
228227 67세 친정엄마 이 닥스 트렌치코트 괜찮을까요? 9 이건어때 2013/03/06 2,414
228226 성당다니는분들께.아기 유아세례는 어떻게 받는건가요? 5 궁금해요. 2013/03/06 2,425
228225 유명한 플룻 flute 연주자 음반 추천해주세요. 5 가채맘 2013/03/06 1,288
228224 출산하고 살이 미처 안빠진 상태로 다니니까 오십대가 접근해요 9 아짜증 2013/03/06 4,020
228223 목화솜 이불 20년 된거 솜틀어 써도 되나요? 8 ^^ 2013/03/06 3,373
228222 그냥 한마디 3 ., 2013/03/06 898
228221 머리는 언제 감나요? 6 수영할 때요.. 2013/03/06 2,145
228220 요즘 창란젓 드시나요? 5 창란 2013/03/06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