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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영화 라이프오브파이 보신 분께 질문(스포유)

리차드파커 조회수 : 2,801
작성일 : 2013-03-04 21:39:11

파이가 표류중에 섬에 도착하는데요

사실 처음에 파이는 그곳에서 살겠다는 의미로

여자친구가 준 손목 끈을 풀어서 그 섬 나무에 묶었었지요

식인섬이라는 걸 알고나서는...떠나는 건데요

 

사람을 살아나게 하지만 결국 잡아 먹는다는 식인섬

작가가 보통의 섬으로 그리지 않은 이유가 무얼까요

왜 스토리에 생명을 살리고 또 죽이는 식인섬이 필요했던 걸까요?

 

리차드파커가 파이의 본능 혹은 종교심이라면

식인섬은, 파이에게 혹은 우리 관객에게 어떤 의미인 건가요

 

IP : 1.231.xxx.40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는
    '13.3.4 9:43 PM (180.69.xxx.68)

    리챠드 파커가 저는 살아가는 힘이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파커가 없었다면 바다에서 죽었겠지만 살 수 있었던건 긴장하게 하는 파커 때문이라구요

    그리고 그 식인섬은 처음에 무인도로 저는 보았는데 혼자살면 허무하게 이빨만 남고 죽으니

    딴 육지를 찾아나서라고 해석했는데 좀 뜬금 없어보일지도 모르겠네요,,,,,,

  • 2. ...
    '13.3.4 9:47 PM (119.67.xxx.66)

    파이가 난파중 살기위해 사람을 먹었음을 의미합니다. 동물들이 사람인건 아시지요?? 하이애나는 주방장 침팬지는엄마 .....

  • 3. ....
    '13.3.4 9:52 PM (119.67.xxx.66)

    파이가 너무 힘든 상황을 기억하기에 고통스러워 우화로 이야기한건데 마지막에 일본인이 사실을 말하라고하니 현실과 우화중 당신은 어느것을 선택하겠느냐고 묻잖아요. 그때 정말 한대맞은듯한 충격이 아직도 잊혀지지않네요.

  • 4. 설이네
    '13.3.4 9:55 PM (211.36.xxx.61)

    파이가 사람을 먹었다는걸 우화적으로 표햔한거여요

  • 5. 원글
    '13.3.4 9:55 PM (1.231.xxx.40)

    저는님 ...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님, 파이가 식인을 하지는 않지 않았나요?
    파이는 주방장시신으로 물고기를 잡았다고만 나오던데요...식인섬은 섬이 사람을 먹은 건데요...

  • 6. ...
    '13.3.4 9:55 PM (58.225.xxx.52)

    영화평 찾아보면 나와요...
    종교적 이유로 채식만 했던 주인공이 생존의 극단에 이르자 사람을 먹음으로써 목숨을 부지하죠. 종교란 극단의 상황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이성이 본능에 지배당하고 내가 믿는 것이 곧 신앙이 된다는 거죠. 파커는 곧 파이 자신이에요. 맨 마지막에 일본인들에게 한 얘기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임을 의미합니다.

  • 7. 원글
    '13.3.4 9:58 PM (1.231.xxx.40)

    영화평을 수십편 읽었습니다...
    그런데 잘 이해가 안 가서요...

    섬이 사람을 먹지 않아도
    파이가 죽은(인) 사람으로 물고기를 잡아 살아 남았다는 얘기는
    설명이 되는 거 아닌가...싶거든요

  • 8. ..
    '13.3.4 9:59 PM (175.249.xxx.21)

    윗님 말씀이 맞아요.

    파이가 엄마를 죽인 주방장을 먹었다는 의미.......

    다리 다친 일본인 이었나요?(얼룩말) 주방장(하이애나)이 식인하고....그 다음 파이에게 함부로 하는

    주방장에게 대들었다가 엄마가(침팬지) 죽임을 당하죠.

    엄마의 죽음에 분노한 파이(호랑이)는 주방장을(하이애나)를 죽이고 먹습니다.

  • 9. ....
    '13.3.4 10:01 PM (119.67.xxx.66)

    식인섬이 식인을 한 시점이 된다니까요. 파이가 식인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시점.

  • 10. 원글
    '13.3.4 10:08 PM (1.231.xxx.40)

    혹시 원작 책에는 다른 설명이 있지는 않나요?

    저는 파이가 파커(본능 신앙)를 불러서 섬을 떠날때
    식인섬이 경도된 신앙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살아 날 힘이 되지만
    지나치면 죽음이 되는

  • 11. 공주병딸엄마
    '13.3.4 10:10 PM (117.111.xxx.188)

    저도 그 영화보고나서
    나라면 그 상황에서 식인할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수없이 해 봤어요
    저라면 그냥 죽음을 선택했을것 같고
    아이들과 같이 있었다면 식인을 했을것 같아요

    쓸데 없는 고민을 며칠씩 했네요

  • 12. 공주병딸엄마
    '13.3.4 10:12 PM (117.111.xxx.188)

    지금도 그럼 그 호랑이는 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걸로 햏을까?그게 아직도 궁굼해요

  • 13. --
    '13.3.4 10:14 PM (112.184.xxx.174)

    저는 그섬이 실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파이의 마음속에 있는 깨달음이 표현된거죠. 그섬에서 잡아먹었다 아니다하는게 중요하기 보다는 파이가 어쩔수 없이 식인을 한 혼란스러움을 가지고 있다가 이런 인간내면의 힘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섬에 내렸다 탈출하는것으로 이미지화 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 14. ...
    '13.3.4 10:25 PM (119.67.xxx.66)

    원글님께 팟캐스트 이동진의빨간책방 -파이이야기 편을 추천합니다. 영화와 책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 15. 원글
    '13.3.4 10:36 PM (1.231.xxx.40)

    제가 영어 대사를 듣지는 못하고
    극장에서 본 자막은 잘 생각 나지가 않고
    영화파일의 한글자막이 두 종 있는데 찾아보니
    파이가 사람을 먹었다는 표현은 둘 다 없고 한 군데는 시신을 미끼로 썼다고 나오네요
    영화에서 시신을 먹었다는 건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어요

    ...님 팟캐스트 추천 감사합니다^^ 들어 보겠습니다!

  • 16. 저도
    '13.3.4 10:56 PM (128.134.xxx.90)

    일본인에게 한 이야기가 진실이고
    말하자면 자신이 살기위해 종교로 쉴드치는거라 이해헸어요.
    안그러면 좌절하여 살기 힘들겠져.
    제가 영화 보고 쓴 감상이에요
    ......................

    구명선에 탄 파이가 겪은 진실이 우리 삶이라면
    종교란 우리 삶을 파이의 이야기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일까.
    그렇다면 종교는 삶을 이겨 나가게 하는 아주 강력한 방패이긴 하나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까?

    파이의 이야기를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으면 김기덕 영화가 되겠지

  • 17. /////
    '13.3.4 11:28 PM (110.12.xxx.86)

    http://aciiacpark.blog.me/100175441013 - 읽어보시면 좋을듯

    애초에 호랑이가 배 밑에 숨어있었다는 설정 자체가...숨은 의미가 있는거죠.

  • 18. ....
    '13.3.4 11:40 PM (140.112.xxx.106)

    저는 이 두 이야기가 모두 지어낸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소설가한테 너 어느거 택할래? 물어볼때 갑자기 아 전부 다 거짓이구나 하는 느낌이 팍 왔어요.

  • 19. 좀 다른 생각
    '13.3.5 1:59 AM (112.152.xxx.168)

    여기서 파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좀 다른 이야기를 말할까 말까... 하다가
    '사람 버전'을 '동물 버전'에 너무 딱딱 대입해서 그걸 믿는 분들이 많아서; 제 생각은 그와 다르기에
    결국 안 쓰고 말았는데요.
    다시 이야기가 나오고, 책을 읽은 제 예상과는 달리
    한 방향으로 몰리는(딱 맞아들어가는 해석을 너무 믿는) 분들이 의외로 너무; 많아서... 한 번 용기를 내서 써 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쓴 영화 후기 블로그들이 어떻게 설명을 해 놓았건... 그걸 다 믿지는 마세요. 그게 꼭 정답인 건 아닙니다.
    이건 절대 반전 스토리, 반전 영화가 아닙니다. 궁금하신 분은 책을 한 번 읽어 보세요.
    식스 센스처럼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는 영화였다고 이해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저는 그게 좀 답답했어요.
    물론 정답은 없는 거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어 보면, '반전'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어딘가 오류를 범하는 것이구나,
    그보다는 차라리 '열린 결말'이라고 하는 편이 차라리 작가의 의도에 가까운 것이겠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호랑이는 파이, 오랑우탄은 엄마... 이런 식으로 딱딱 대입을 하고
    아하! 너무 끔찍한 일을 겪은 파이가 이야기를 지어냈군! 이해를 해야만 안심이 되는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게 바로 '동물 버전'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그 일본인들과 같은 태도잖아요.
    그리고 파이는 그걸 몹시 답답해 하지요.

    책의 일부분을 옮겨 볼게요. 일본인들과의 인터뷰 부분입니다.



    *
    파이 파텔 : 호랑이는 존재해요. 구명보트도 존재하고, 바다도 존재해요. 당신의 좁고 제한된 경험에 그 셋이 다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당신은 거기서 벌어진 일을 믿지 않으려는 거예요. 하지만 침춤 호가 그 셋을 한꺼번에 불러 모았고, 결국 가라앉은 거죠.
    (침묵)
    *




    책 맨 뒤에 그 일본인들과의 대화가 나와요. 파이는 아주 답답해하고 때로는 화를 내죠.
    그게, 읽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사람의 시체를 미끼로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또는 식인을 했던 끔찍한 경험을 '만들어낸 우화'로 덮고 잊어버리고 싶은 파이가 자기 말을 안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짐짓 화내는 장면으로 읽히지, 않아요. 파이는 정말로 답답해 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고, 일본인들은 본인들이 이성적이라고 믿고 있으며 파이가 충격으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이의 말을 전혀 믿으려고 하지 않죠. 자신들의 좁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는 너무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파이가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책의 뉘앙스는 그들이 편협하다는 것을 내내 지적하고 있는 걸요.





    *
    "...(생략) 그런데 구명보트에 있는 미어캣의 뼈들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파이의 대사입니다. 그 식인섬에 미어캣들이 많았고, 그들을 배에 많이 태우고 출발했던 이야기가 나오죠.))
    "작은 동물의 뼈는... ... ." ((일본인의 대사))
    "한 마리가 아니라구요!"
    "... ... 구명보트에 뼈만 남은 작은 동물 몇 마리는... ... 틀림없이 배에 있던 동물들의 뼈일 거예요."
    "동물원에 미어캣은 없었어요."
    "그것들이 미어캣의 뼈라는 증거가 없어요."
    치바 : "아마 바나나 뼈일 걸요! 하! 하! 하! 하!" ((일본인이 파이를 비웃고 있죠.))

    (중략)

    오카모토 : "다른 작은 동물의 뼈일 가능성도 있어요."
    "미어캣이었어요."
    "몽구스일 수도 있겠지요."
    "동물원에 있던 몽구스는 팔지 않았어요. 인도에 두고 왔어요."
    "배에 있던 해로운 동물일 수도 있겠네요. 쥐 같은. 인도에서는 몽구스가 흔하니까."
    "배에 있던 해로운 동물 몽구스라고요?"
    "아니라는 법이 있나요?"
    "누가 폭풍우 속의 태평양에서 구명보트까지 헤엄쳐 올까요? 그것도 몇 마리가 함께. 그거야말로 믿기 힘든 얘기 아닐까요?"
    "지난 두 시간 동안 우리가 들은 이야기보다는 그럴 듯하겠지요. 어쩌면 몽구스 몇 마리가 이미 구명보트에 타고 있었겠죠. 당신이 얘기했던 쥐처럼."
    ((그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상식에 도무지 맞지 않는 동물 버전 이야기를, 어떻게든 안 믿으려고 이렇게 저렇게 파이의 말을 부정하느라 애쓰고 있지요.))
    (중략)


    ((...일본인들은 계속 안 믿으려 하는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파이는 이렇게 말해요.))


    "그것들은 미어캣의 뼈예요. 전문가에게 검사하라고 해요."
    "많이 남지도 않았어요. 머리도 없고." ((일본인들))
    "머리는 미끼로 썼어요."
    "전문가라도 그것들이 미어캣인지 몽구스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네요."
    "법의학 동물학자를 찾아 봐요."
    "알았어요, 파텔! 당신이 이겼어요. 그게 미어캣 뼈라면, 그것들이 구명보트에 있는 이유를 달리 설명할 수가 없군요. 하지만 우리 관심은 그게 아니에요. (후략)..."
    *





    결국 일본인들은, 파이가 한 이야기를 듣고도 믿지 않고, 어떻게든 그 이야기의 흠을 찾아내려고 하며, 사실 경청하지도 않아요. 중간중간 다른 폰트로 자기네끼리 일본어로 대화하는 게 나오는데, 어떻게든 구슬러서 '이 정신 없는 녀석에게서 말이 되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죠.
    파이는 이렇게 물어요.





    *
    파이 파텔 : "현실을 반영하는 언어를 원하나요?"

    ((일본인들은 반색을 하죠. 드디어 믿을 만한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하고.
    하지만 이게...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했더니 믿지 않는 사람을 향해, 이제부터 '네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지어내 줄게'의 신호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책은 그런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래요."
    "현실에 반하지 않는 언어요?"
    "바로 그겁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현실에 반하지 않아요."
    "제발 부탁이에요, 이제 호랑이 이야기는 그만해요."
    "두 분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놀라지 않을 이야기를 기대하겠죠. 이미 아는 바를 확인시켜 줄 이야기를 말이에요. 더 높거나 더 멀리, 다르게 보이지 않는 그런 이야기. 당신들은 무덤덤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붙박이장 같은 이야기. 메마르고 부풀리지 않는 사실적인 이야기."
    "저... ... ."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를 기다리죠."
    "네!"
    "호랑이나 오랑우탄이 안 나오는."
    "맞아요."
    "하이에나나 얼룩말이 안 나오는 이야기."
    "그런 게 없는 이야기가 좋지요."
    ...(후략)
    *





    결국 파이는 이 이후에,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그 '사람 버전'의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일본인들은 그제서야 후련해 하며(그 끔찍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단정지어 버리죠. 그리고는 자기네끼리 일본어로 '동물 버전' 이야기를 '사람 버전' 이야기에 끼워 맞춰 봐요.
    영화 후기 블로거-_-들이 정답을 찾은 것처럼 대입하는, 바로 그 방식으로 얼룩말은 누구고 오랑우탄은 누구고 하이에나는 누구고... 하더니 리차드 파커는 파이였어! 하고 자기네끼리 수긍을 하죠.

    그런데... 그게 꼭 그렇게 들어맞는 건 아니거든요. 이 글 쓰신 분이 궁금해 하신 바로 그 부분을, 그 일본인들도 궁금해 해요.





    *
    치바 :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이죠, 이카모토 씨?"
    "나도 몰라."
    "그리고 그 섬은요? 미어캣 떼는 누구죠?"
    "모르지."
    "또 그 이빨들은요? 나무에 있던 건 누구의 이빨이었죠?"
    "나도 모르네. 내가 이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가 본 것도 아니고."
    *






    어떤 사람이 진실임을 강변하며 털어놓은 긴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들... 여기서는 그 일본인들이죠, 상대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의 선입견, 자기의 세계관에 끼워 맞춰 이해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해 준 이야기를 끌어내고는 (한편 어리석게도 보이는 모습으로) 안심을 하는데요. 문제는 그 이야기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퍼즐 맞추기를 해 보았지만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 .

    여기서 이 이야기가, 소설- 즉,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 즉 작가 얀 마텔은, '있는 그대로 믿어, 왜 꼭 이리저리 찢어서 당신 마음에 들게 배열해야만 안심을 하고 '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좋아하는 거야?' 외치고 있는 거죠. 아무리 '그럴 리가 없는' 이야기여도,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여도,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이것이 사실이야' 한다면, 아 정말 그게 사실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죠. 자기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좁은 틀 안으로 이야기를 낑낑대고 끌어오고, 팔다리가 길면 자르고 이상해 보이면 말이 안 된다고 딴죽을 걸어요. 그렇게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한도 안으로 굳이 호랑이 이야기를 끌어들여, '파이가 너무 힘들어서 이야기를 우화로 바꾼 거여' 식의 후기를 쓴 블로거들처럼,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일본인 콤비처럼 자기 식대로 대입을 하고 비유였다고 결론을 내리는 거죠.

    물론 어떤 이야기를 믿느냐-는, 파이가 일본인 콤비에게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느냐'고 물은 것처럼, 들은 사람에게 다소의 선택권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니 우리같은 독자, 혹은 영화 본 사람에게도 그런 건지 모르지만요. 책을 읽다 보면... 확실히, 선택권을 준 것 같으면서도~ 열린 결말인 것 같으면서도... 이 작가가 그 일본인 콤비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어요. 그들이 그 식인 섬의 의미를 못 찾아서 '나도 모르네' 하며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그렇고요.

    또, 끔찍하면서도 극사실적으로 들린 그 사람 버전 이야기에서도, 이들이 알아내야 했던 '배가 침몰한 이유'는 결국 찾아내지 못하고 만다는 걸 간과하면 안 되지요.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버전의 이야기를 해 내라고 그렇게 파이를 달달 볶아서 끔찍하디 끔찍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나서도, 정작 알아야 하는 건 알아내지 못하고 말아요. 어차피 배가 침몰한 이유는 일개 소년 승객인 파이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당연한 일이죠... 그렇다면 그 일본인 콤비가, 파이의 첫 번째 이야기를 믿지 않아서 얻게 된 건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없어요. 그들은 파이가 겪은 긴 스토리를 듣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조사해 가는 게 가장 큰 파견 목적이었거든요. 그러니 파이의 이야기는 믿지 않고 자신들이 소위 '합리적'이라 부르는 틀에 맞는 이야기를 해 내라고 했으나, 이 버전이나 저 버전이나 그들이 원하는 건 얻지 못하고 돌아가는 거죠.

    원글님은 식인 섬의 의미에 관해 궁금해 하셨죠... 섬, 이빨, 미어캣 떼... 저 위에 적어 둔 일본인들의 대사처럼, 궁금해 하자면 사실 ‘무엇을 비유한 것인가’ 알아야 하는 요소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럼 한 번,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보시면 어떤가요.
    그건 아무 비유도 아니에요.
    그냥, 파이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에요.
    파이는 식인 섬에 올라갔고, 무서운 광경을 목격했고, 더 이상 거기 있을 수가 없어서 나왔어요.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그게 다인 거죠. 그게 파이가 한 이야기잖아요. 그냥 믿어 버리는 거죠.
    뭔 의미가 필요한가요? 작가가, 일본인들을 등장시켜 ‘그게 무슨 의미이지? 나도 몰라.’라는데.


    물론 저도... 이 영화, 혹은 소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그냥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사실 무시무시할 만큼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이야기죠. 파이가 생각하고 겪는 일들에 이리저리 얽혀 있는- 종교, 생명, 살아 있는 존재의... 살기 위한 본능에 관한 허용치는 어디까지일까(저도 영화 보고 와서 저기 위의 어떤 답글님처럼, 머리 터지게 또 고민했어요. 나는 살기 위해 무엇을 먹어도 좋은가, 어디까지 노력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등...), 인간 존재의 의미,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일일이 다 고민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무지하게 생각 많이 하게 만드는(이 작가가 진짜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었나?...) 이야기지요.

    그러나 거기서 한 발짝 떨어져서, 그 모든 것을 놀랍게도 한 그릇에 담고 있는 그 이야기의 그릇을 보면, 작가가 ‘이건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를 말하고 있는 게 보여요. 뭘 믿을래...? 너의 상식에 내 놀라운 이야기가 들어가니...? 라고 말하는 것 같죠.

    ‘어떤 동물이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가’를 열심히 찾아 영화평을 쓴 블로거들에게도 그렇고... 파이가 식인을 했는가 안 했는가를 논하는 게 중요한 분들에게도, ‘우와, 이 영화 반전 쩔어, 완전 식스센스 능가해!’ 하는 이들에게도, 저기 위에 답글을 쓰신 많은 분들에게도 저는 묻고 싶었어요;;
    그런 식으로 ‘답 찾기’ 하는 이해,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누구... 같지 않나요?
    그 일본인 콤비가 하는 걸 지금 우리가 똑같이 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말, 똑같이.

    그러나 작가는 파이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요.
    “호랑이는 존재해요. 구명보트도 존재하고, 바다도 존재해요. 당신의 좁고 제한된 경험에 그 셋이 다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당신은 거기서 벌어진 일을 믿지 않으려는 거예요.”
    좁고 제한된, 에 밑줄 쫙.
    이렇게도 말하죠.
    "두 분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놀라지 않을 이야기를 기대하겠죠. 이미 아는 바를 확인시켜 줄 이야기를 말이에요. 더 높거나 더 멀리, 다르게 보이지 않는 그런 이야기. 당신들은 무덤덤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붙박이장 같은 이야기. 메마르고 부풀리지 않는 사실적인 이야기."
    이미 아는 바를 확인시켜 줄 이야기, 라고 말해요. 틀 안에 갇힌 사고방식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 거지요. 이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서.


    ...여기까지 쓰고, 저는 다시 ‘사람 버전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동물 이야기가 진짜고 사람 버전 이야기 믿으면 편협한 사람인 것처럼 말해 놓고 뭔 소리냐, 하실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얀 마텔은(작가) 그 이야기도 정말로 극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았거든요. 만약 ‘이 이야기는 거짓말이지만 내가 할 수 없이 만들어내서 해 준다. 하지만 믿으면 바보’ 정도였다면, 파이가 더 짜증을 많이 내고 더 일본인들을 한심해 하며 대충대충 이야기하는 정도로 그려 놓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결국 저는... 굳이 이야기를 의심하고 해체하고 자기 마음에 들게 재배열하며 굳이 1대 1로 메타포와 본의를 매치시키려고 애쓰지는 말아라,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선에서 작가의 의도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작가는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어요. 세상의 끝에 혼자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죠. 숨막히게 아름답고, 무섭고 끔찍하고 두렵고...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그리고 그걸 가지고 ‘자, 내 이야기를 들어 봐’ 하며 들려 주고 있어요. ‘여기,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은, 그거 하나만은 사실인 거죠.

    그러니 우리는 그냥 믿으면 되는 거죠. 그게 뭐든. 그거야말로 작가가 진짜 원한(의도한)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 20. 원글
    '13.3.5 9:22 AM (203.247.xxx.210)

    링크와 댓글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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