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트라우마

4ever 조회수 : 1,274
작성일 : 2013-03-02 21:46:11

몇일전 뭔가 좀 쏟아놓고 싶어서 영화 '늑대아이'를 봤는데 의외로 안쏟아지더군요.. 기억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근데 오늘 내딸 서영이 마지막 장면 보면서 쏟아졌네요..

 

저, 이 드라마 좀 띄엄띄엄 봤거든요. 근데 오늘 마지막 장면에서 서영이가 자기 트라우마를

 

쏟아냈을때,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더군요.

 

그 트라우마를 쏟아낼때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오랜 세월 그 바위와도 같은 트라우마를 마음속에

 

넣고 살면서 살아왔을 그 세월이 한꺼번에 통으로 이해가 됐습니다.

 

저도 형태는 다르지만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지긋지긋했던 아버지의 취중폭력.. 불행했던 어린시절...

 

오죽하면 아버지가 암으로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날에도 저는 아무런 슬픔을 느끼지 못했어요.

 

아니 오히려 너무너무 해방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동네 애들을 불러모아놓고 야구를 했었지요.

 

아버지를 장시지내는 며칠동안 눈물 한방울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울고 있는 어머니 누나들을보면서 의아한 생각마저 들었죠.

 

슬픈거야? 왜? 왜 슬픈거지? 난 미칠듯이 좋은데.....

 

그 아버지와 심정적으로 화해하기까지 그 후로도 20년이 더 넘게 걸리더군요.

 

이버지가 6.25때 총을 들었는 그리고 가장 살벌한 곳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사람이었다는것을

 

알고난 이후, 아버지를 심정적으로 용서했고 화해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완전한 용서고 화해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아버지한테 받은 트라우마가 폭력 한가지인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폭력만 극복하면 그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줄 알았고

 

군대에서 선임들에게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저는 고참이 되어서 단 한사람의 후임에게도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서 받은 폭력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아버지로부터 받은 트라우마는 폭력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근래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행복한 가정에 대한 좌절이더군요. 불행한 가정만 겪고 살아왔으니까요..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 폭력이 점철된 가정, 그 가정은 행복하지 못하고 와이프든 자식이든

 

그 구성원들을 아무도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옥과도 같은 불행의 나락에 빠뜨립니다.

 

그래서 어렸을때 가정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폭력과 불행한 가족이라는 두가지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 폭력이 친구들로부터 왔다면, 그 아이는 폭력과 단체생활 또는 사회생활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트라우마가

 

올 가능성이 큰것이겠죠.

 

나는 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어.. 그래서 폭력만 극복하면 돼. 이 고리를 끊어야돼...

 

그래서 그것을 끊었는데, 그 폭력의 트라우마가 다른 곳으로 전이가돼서 다른곳에서 또 나타난 것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이 트라우마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알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두사람밖에 없을정도로

 

트라우마는 내면적이고 폐쇄적인것 같습니다. 드러내기 힘듭니다.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것이죠.

 

하지만 그 트라우마가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의 저변에 흐르며 그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하지 못할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부인과 자식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오늘 이곳 82에 저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털어놨으니 좀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지만

 

제가 오프에서 저 두 사람 앞에서 저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했을때 피와같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 생각으로, 적어도 가족끼리는 아니 적어도 부부간에는 이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알고 있어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이해할 수 없는 말들, 이 모든 기저에는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바위같은, 천형같은 트라우마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것이 맞을 겁니다. 그것을 알아야 뭐라도 해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입밖을 꺼내는건 쉬운일이 아니고 고통과 인내가 수반되어야 한다는것 또한 잘 압니다.

 

오늘 서영이가 자기자신이 가진 트라우마의 일단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와 안타까움 그리고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되더군요.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트라우마가 우리시대에 많이 끊어지고 극복되어서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고통의 트라우마대신

 

행복의 기억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서영아 그동안 힘들었지? 이제 힘내~

 

 

IP : 14.37.xxx.18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3.2 9:50 PM (58.233.xxx.148)

    원글님도 그동안 많이힘드셨죠?
    이제 힘내시고..
    행복하시길.. 토닥토닥..

  • 2. 4ever
    '13.3.2 10:03 PM (14.37.xxx.183)

    ......님 감사합니다.

    아마도 행복해질거 같아요^^

    첫번째를 넘어왔으니 두번째도 넘어갈 수 있겠지요.

  • 3. 점.
    '13.3.2 10:51 PM (49.1.xxx.119)

    당신과.. 그리고... 토닥 토닥,,

  • 4. 4ever 님..
    '13.3.2 11:45 PM (211.178.xxx.178)

    좋은 글 항상 눈여겨 읽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더욱 더 가슴에 와닿는 날입니다.
    오늘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갑자기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수 없었어요.
    슬픈것도 아니고 슬플 이유도 없다 생각했는데 눈물은 왜 나는걸까요.
    이미 오래전 용서했다고..충분히 이해한다고 꼭 말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 조차 멀리 가버렸네요.
    이제 치유됐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트라우마를 갖게 될것 같아 힘든 밤입니다.

  • 5. 4ever
    '13.3.3 12:15 AM (14.37.xxx.183)

    211님,

    제가 잘 모르는 일이라 뭐라 말하기도 어렵고

    위로해 드리고 싶어도 제가 그럴 양인가 싶기도 합니다만..

    잘 될 겁니다. 그리 믿고 나가는 수 밖에요....

    힘내십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0752 코스트코에서 연어사면 핫도그 양파 꼭 담아오라고 ;; 3 zz 2013/03/20 2,532
230751 술 뒤늦게 배울 필요 없을까나요...? 5 dd 2013/03/20 577
230750 노래방 도우미 불러놀고 떳떳한 남편(남편한테 댓글보여줄꺼에요) 20 백만년만의외.. 2013/03/20 10,819
230749 ^^; 초1 담임선생님께서 전화주셨어요. -소소한 일상- 6 진짜 학부모.. 2013/03/20 2,553
230748 차라리, 큰 병이라도 걸렸으면... (원글 펑) 4 ddd 2013/03/20 1,075
230747 조카의 거짓말 74 .... 2013/03/20 15,185
230746 고등 아들이 배고파서 허덕이며.. 3 뭘로 2013/03/20 1,543
230745 미국 비자랑 여권 질문요 3 생글동글 2013/03/20 1,291
230744 고등학교 방송반 활동 괜찮을까요? 2 궁금해요 2013/03/20 1,008
230743 교수가 프로젝트 받으면 개인적인건가요 대학 공적인건가요 2 대학교 2013/03/20 966
230742 이시간에 배가고프면 우짜지요 ? 6 ... 2013/03/20 664
230741 아버지께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찧어 뇌출혈이 왔어요 13 ..... 2013/03/20 3,686
230740 유디치과 어떤가요? 2 .. 2013/03/20 1,537
230739 어느 지방대학 학생들의 단체 미친짓 13 더듬이 2013/03/20 3,915
230738 대관령 진한 안개속 입니다. 6 신둥이 2013/03/20 941
230737 빨갛지 않은 골뱅이무침 레시피좀 알려주세요~ 5 ... 2013/03/20 996
230736 이게 태동인가요? 6 mm 2013/03/20 827
230735 동서야 인생그렇게 55 베스트 2013/03/20 17,826
230734 우울하네요 2 신철원 2013/03/20 597
230733 급질 - 진피 세안도 헹궈내나요? 2 에고 2013/03/20 1,137
230732 ㅋㅋㅋ강글리오 궁금해서 검색해봤어요 7 ㅇㅇ 2013/03/20 1,717
230731 동거 아직도 사회적으로 인식이 안 좋은가요 ? 30 ㅇㅇ 2013/03/20 4,568
230730 이력서 보내는데 쿠쿠다 2013/03/20 312
230729 개천용이 날지 못하는 이유... 7 zhqhfx.. 2013/03/20 2,817
230728 [이색결혼] 다섯형제가 모두 한 여자에 삘이 꼿혀 결혼했다? 8 호박덩쿨 2013/03/20 2,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