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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의 이메일

... 조회수 : 1,285
작성일 : 2013-02-03 15:47:28
정말 너무 힘드네요.  아버지에게서 자꾸 이메일을 받는 일이... 

저는 아버지와 거의 대화하지 않은지 10년이 넘어가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불효막심한 딸년입니다.
정말 더이상 피할 수 없는 대화,  명절때에 인사 정도만 하고 지냈습니다.
미국에 와서 살게 된 후에는 더더욱 명절에도 인사할 일이 없어졌지요. 

정말 아버지와 말을 섞는 것도 저에게는 너무 힘든일입니다. 
그냥 지나간 과거는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잊으라는 사람도 많지만 
지금도 지나간 일들이 기억이 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두드려 맞던 엄마를 위해 칼이라도 들고 뛰어들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에  
아직도 내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못할 때 한없이 무기력함에 빠지고 우울의 늪에서 
헤어나오려 발버둥쳐야 합니다. 

여러 구구절절한 일들이 지나고 아버지는 늙었고 감상적인 사람이 되었고...
당신에게 정이 없는 큰딸에 대한 야속함과 그리고 애끓는 부정을 담아서 지난 1월부터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메일에는 정말 너를 걱정하고 있고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고, 눈물이 나고...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이제 늙어가고 자식과 사이가 안좋은 당신 처지가 애처롭고...  
어떻게든 연락을 하고 싶어하는 아버지 마음을. 

하지만 이런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저는 짜증이 납니다.  너무너무 나쁜 딸이지요. 
이메일을 받으면  저는 무기력하게 울기만 하고 있던 아이로 돌아갑니다. 

엄마를 마구 때리고 그 공포에 질려 잠도 못 자고 있던 국민학생 딸아이에게 
울면서 구구절절 너의 엄마는 맞을 짓을 했다며...  그런 말을 해대던 기억..
수술 후에 한동안 걷지 못했던 딸에게 병신이라며 막말을 내뱉던 사람..
수능 시험장에서 나온 딸을 집으로 데려가며 상간녀에게 전화를 하던 그 사람... 
자기 기분이 좋으면 한없이 좋은 아빠이다가 조금만이라도 자기 빈정이 상하면 심하게 때리던 아버지. 

정말 전 이메일에 내가 받았던 이런 상처들 이야기를 해버리고 싶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나에게 이메일을 
그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매주 이런 기분을 느끼지는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또 말하지 못하겠지요.  말하게 되면 아버지는 상처를 크게 받을 테니까요.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더라도 또 상처를 받으실테니까요. 
자식이 왜 당신을 외면하려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고 옛날 기억을 아직도 짊어지고 사는 한심한 자식이 
또 당신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실테니까요..

또 구구절절 애절한 감상적인 편지를 받고 나니 이 새벽에 마음이 답답해져 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내 마음을 숨기고 무미건조하지만 예의바르게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야 할지.
그냥 절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네요. 그냥 사이가 안 좋은 가족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IP : 71.232.xxx.12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2.3 3:55 PM (1.241.xxx.27)

    그냥 무시했는데요.
    답장 해본적 없어요.
    그렇지만 만났을땐 또 잘 대해드렸어요.
    하지만 엄마의 구구절절히 과거를 미안해하는듯한 메일엔 답장 안했어요.
    나더러 거짓말쟁이에 자긴 다 까먹어서 모른다더니 동생에겐 너무 어린나이에 결혼해서 울화가 치밀어서
    새벽에 10살짜리를 질질 끌고 나가서 팼나보다고 그랬대요.
    전 지금도 모든 육체적 고통에 굉장히 둔감 내지는 잘 참아요.
    어릴때 1초만 1초만 1초만 참으면 된다고
    울지도 못하고 견뎠던 탓에요.

    지금 엄마는 제게 무척 조심하시죠. 파워를 잃고 있고
    과거를 모두 기억하는 파워를 이제 가지게 된 딸이 당연히 두렵겠지요.

    그러면서도 한동안은 구구절절한 메일.
    그러다가 그것도 아버지 돌아가시고 끊겼어요.
    왠줄 알아요?
    자긴 서방가진 년들이 다 밉대요.
    그게 45년 결혼생활 해보신 엄마가 이제 결혼 10년 5년 된 딸들에게 할 말인가요?
    본인이 남편을 잃은 순간
    사람 그렇게나 패던 과거의 미안한 일들은 다 사라진거죠.

  • 2. 저도
    '13.2.3 4:31 PM (121.176.xxx.29)

    어쩌지 못하는 엄마가 있어요. 자식에게 버릴수도 무시할수도 없는 그러나 보면 아프기만 한...
    당신께선 절대로 그시절 그행동에 대한 핑계와 당한자가 아니기에 잊은 기억때문에 부모로써 받을 권리만
    생각하시니깐
    내가 할 도리만 하자.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함입니다. 이메일 무시하시고 꼭 봐야 할때만 보아요

  • 3. ...
    '13.2.3 4:36 PM (61.74.xxx.27)

    원글님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생과 사이에서 편애받고 자란 처지에요.
    저는 나이 마흔 넘어 엄마아빠한테 속시원히 다 이야기했구요, 당분간 보고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었어요.
    두 노인네가 밤마다 손 맞잡고 울면서 밥도 못 드시고 잠도 잘 못주무신다고 중간에 소식 들었었구요.
    한달 정도 그러다가 엄마아빠의 화해 제스쳐에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고 연락하고 왕래합니다만,
    이번 기회로 엄마아빠도 또 동생도 그동안 저의 냉정함, 잔정없음 또는 때때로의 무례함 같은 류의 나름 그들에게는 이유가 없어보이던 저의 모든 행동들이 퍼즐조각 맞추듯이 딱딱 맞아들어가게 되었나 봐요.
    가족인데 왜 저리 냉정할까 섭섭해하고 이상해하다가, 제가 그럴 만 했고 본인들이 당할 만 했다고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잘 터트린거 같고 지금은 속이 조금은 시원해요. 제 상처때문에 제 자식들에게도 몹쓸 영향이 가고 있던 중이라 더더욱 잘 했다 생각중이구요.

    원글님도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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