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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에게 시가 안 가겠다고 했습니다

나꼼수지킨다 조회수 : 4,787
작성일 : 2012-12-20 15:29:12

남편, 부산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대학때부터 서울 살아서 거의 서울 남자예요.

저와 정치성향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상식/비상식은 구별할 줄 알기에 이번에도 2번 찍은 사람이구요.

그런데 사실 정치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는 않아요. 그놈이 그놈이다..이런 생각이 강하죠.

어제 개표방송을 보면서 저는 피가 마르는 것 같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이회창이나 심지어 홍준표라도 이렇게 어이가 없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말 비교도 안 되는 후보였는데..경상도에서 그렇게 몰표가 나오는 거 보니 정말 정이 떨어지더군요.

남편 친구들은 다 경상도, 구미에서 창원에 이르기까지 포진되어 있습니다.

시가 친척들 역시 경상도, 다행히 남쪽에 흩어져 계십니다.

다 좋은 사람들입니다. 단, 그저 경상도 정서에 충실할 뿐이죠.

절망과 분노에 어젯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남편은 방에서 쿨쿨 잘 자더군요.

아침에 나와서 날 보고 밤 새웠느냐고 묻는데 대답 안 했습니다.

나의 이러한 절망을 남편은 이해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정치는 정치고..생활은 생활이라는 느낌.

그래서 남편 출근 후 메일을 보냈습니다.

386세대로서 저는 빚이 있습니다.

내가 편히 학교다닐 때 최루탄 맞아가며 민주화 항쟁을 하던 친구들에게 평생의 빚을 졌습니다.

고문치사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박종철 열사, 데모하다가 최루탄 맞아 사망한 이한열 열사 등

그 시절 피흘리며 투쟁한 이들에게 저는 빚이 있습니다.

저는 비겁한 여학생이었습니다. 그저 시험 잘 보고 점수 잘 받아 좋은 데 취직하고..

이런 생각하면서 학교를 다녔던 저로서는 무임승차해서 얻은 민주주의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제가 아무리 애를 써도...역부족입니다. 지도에 그려지는 경상도의 뻘건 색을 보면서 절망합니다.

저는 이제 경상도에 갈 수가 없습니다.

작년에도 4대강으로 파헤쳐진 낙동강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산천을 그렇게 유린하고 불산가스로 뒤덮이는 도시를 방치하여도 그들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작년에 잠깐 경상도의 어느 빵집에 들렀을 때 그 빵집에 걸려있던 박정희의 흑백 사진,  2절지 정도의 크기로 걸려있던 그 사진 앞에서 빵집 주인이 자랑스럽게 자신이 박사모 회원이라고 말하던 그 순간의 현기증이 지금 다시 일어납니다.

저는 이제 경상도에 갈 수가 없습니다.

남편에게 이런 뜻을 전했습니다. 미안하지만 난 이제 시가에 가지 않겠노라고.

서울에 올라오시면 반갑게 뵙겠지만, 이제는 도저히 그 땅에 갈 수가 없노라고.

남편은 제 이런 행동을 아마 이해못하겠지요. 시간이 지나면 풀어질 거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그 땅에 갈 수가 없습니다.

도저히 제 마음이 풀릴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남편의 가족을 존중하지만...이제 그 분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지 않는 한 저는 그 땅에 가지 않겠습니다.

 

 

 

 

IP : 211.108.xxx.38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고향은 경북
    '12.12.20 3:32 PM (210.112.xxx.161)

    전 어릴적 초등학교 다니기 전까지 경북에 살았어요...
    그동넨 정말 박정희가 왕이고 그네는 불쌍한 공주에요...

    친척들도 많이 사는데... 가기가 싫어지네요... 고향인데...
    나도 어릴적 사투리쓴다고 친구들에게 왕따당하고 그랫는데
    이젠 사투리도 듣기 싫어요...

  • 2. 행복그단어
    '12.12.20 3:34 PM (125.143.xxx.140)

    뭘 잘못알고 계시는듯..
    경상도야 원래 그렇다 치고..
    결정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어준건 서울,경기 수도권인데
    거기를 가지 마셔야죠.

  • 3. 행복 그단어님,
    '12.12.20 3:40 PM (210.205.xxx.251)

    사실을 왜곡하지마세요, 서울 경기 수도권을 왜갖다부쳐요, 경상도 그들의 쪽수가 얼만지 알아요? 정말 지긋지긋해요 그사람들, 무지막지하고 징그럽단 생각이 드네요

  • 4. 저에게 빚이 있으시군요^^
    '12.12.20 3:40 PM (183.102.xxx.20)

    그렇다면 그 빚을 그런 방법으로 갚지마세요.
    지역을 분할시키고
    세대간을 분할시키고
    가족을 분할시켜 개인의 한풀이를 하는 복수의 방법이 아닌
    힘을 모으는 진보의 방법으로 갚아주세요.
    원글님의 빚잔치는 제가 거절합니다.

  • 5. 경상도 *들의 치졸한 핑계
    '12.12.20 3:41 PM (121.145.xxx.180)

    서울은 잡탕의 도시.
    서울엔 전국각지의 인간들이 모여 산다는걸 알면서도
    선거만 끝나고나면 자신들의 수치를 포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또 시작하지.

    서울인구가 가장 많으나
    그들중 진짜 서울, 경기 인구는 절반도 안됨.
    전부 지역 각지의 사람들과 그 자식들임.

  • 6. 그들에게
    '12.12.20 3:44 PM (14.52.xxx.59)

    진 빚만 보이고
    가족은 안 보이시나요?
    이념앞에 가족도 없는게 무섭네요
    그리고 경상도라고 다 1번찍은것도 아니고
    님 사시는곳은 어떤데요?

  • 7. ...
    '12.12.20 3:45 PM (211.246.xxx.199)

    ㅋㅋㅋㅋㄱㄱㅋㅋㅋㅋㄱㅋㅂㅅ 소설을써라

  • 8. ...
    '12.12.20 3:45 PM (1.247.xxx.40)

    잘 생각하셨어요
    그런 식으로라도 화를 푸셔야 병이 안 생겨요
    그들도 알아야 해요
    자기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지

  • 9. ...
    '12.12.20 3:46 PM (123.109.xxx.131)

    전 지켜보려구요
    이 분열을 어떻게 통합하는지
    내팽개치고 오히려 고착시키는지
    지켜볼겁니다
    딱 절반입니다.
    선거가 니편내편을 선명하게 했다면, 그 이후 소통으로 봉합하는건 당선자 몫이죠
    내 욕심인가, 아직 아닌건가 나를 점검하며 지켜볼겁니다

  • 10. 이래서
    '12.12.20 3:48 PM (112.160.xxx.209)

    이래서 당신들이 욕먹는겁니다. 이제껏 무임승차해서 잘먹고 잘살아와놓고
    뭔 민주주의 타령?차라리 이민을 가세요!

  • 11. 자끄라깡
    '12.12.20 3:49 PM (121.129.xxx.144)

    원글님 심정 저도 비슷합니다.
    정치에 관심도 없는 부산출신 남자 만나서 물어보면 만날 생각안해서 모르겠다
    니가 청록파냐 회색분자냐 놀리기도 했는데

    군대 도서관에서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을 보더니
    독학으로 영재가 되있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명절에 시댁가면 전도합니다.
    시부모님 두 분, 형님 두 분 모두 힘들게 돌려 놨는데도
    갈길이 요원하니 힘빠지고 화가나네요.

    질긴놈이 이깁니다. 길게 보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응?
    원글님 다시 한 번 달려 봅시다.

  • 12. 행복그단어
    '12.12.20 3:50 PM (125.143.xxx.140)

    경상도와 호남지역이 원래 그렇다는거 모르는 사람 있나요.
    경기 수도권과 서울이 원래 문후보님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을거라고 생각해서
    마지막까지 다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거잖아요.
    (서울이 개표가 제일 늦게 끝났잖아요)
    근데 이제와서 서울이 별 상관없다고 하는건 이해가 안가네요

  • 13. .....
    '12.12.20 3:51 PM (203.248.xxx.70)

    좀 어처구니가...
    무임승차한 빚을 갚겠노라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경상도 시댁에 앞으로 안가겠다?
    겨우 생각하는게 그 정도예요?

  • 14. 힘내세요..
    '12.12.20 3:51 PM (221.158.xxx.187)

    82쿡이 당분간 댓글 알바 많을거에요..
    모두 눈으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고, 댓글 달 힘도 없어서 ..원글님 저는 어제 남편과
    이민을 심각하게 생각해 봤어요..

    우리아이들..어린데..힘드네요..

  • 15.
    '12.12.20 3:53 PM (175.223.xxx.66)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 16. 위에 어이 행복이라는인간
    '12.12.20 3:53 PM (14.37.xxx.199)

    왜 여기까지 와서 물타기냐?

  • 17. 잘하셨어요
    '12.12.20 3:57 PM (121.145.xxx.180)

    저도 경상도 살지만 지지를 보냅니다.
    충분히 그러셔도 됩니다.
    그 심정 공감 합니다.

    몇몇 댓글들 찔리나보죠?
    협박까지 하는 걸 보니.
    공주님이 알아서 하실거니 가서 공주님과 사세요.

  • 18. 솔직히
    '12.12.20 4:11 PM (114.177.xxx.188)

    시댁 가기 싫다고 하세여.

    이런 식의 대응이 제일 문제.

    자기 만족일 뿐.

    제대로 빚 갚든가...

  • 19. ...
    '12.12.20 4:29 PM (218.234.xxx.92)

    ㅋㅋㅋㅋㄱㄱㅋㅋㅋㅋㄱㅋㅂㅅ 이게 많으면 일베충이래요. 일베충 글 쓰는 습관이 그렇다네요.

  • 20. ㅡㅡ
    '12.12.20 4:44 PM (61.99.xxx.156)

    님의 아픔 십분 동감하네요...ㅠ

  • 21. 사탕별
    '12.12.20 4:53 PM (39.113.xxx.115)

    그네때문에 수입이 적어졌다고 하시고 용돈도 깍으세요
    나이드신분들 주변에 다 서로 서로 용돈이 줄었다
    그네 때문에 우리 자식들이 살기 힘들어졌다,,,,
    이런 분위기로 계속 만들어야 해요
    줄인만큼 적금 넣어서 잘 챙겨 놓으세요

  • 22. ...
    '12.12.20 4:59 PM (122.38.xxx.90)

    님 친정은 어딘가요?
    다행이 그 아랫 쪽은 아닌모양이죠.
    참 가져다 붙일 것이 옹색하고 치졸합니다.
    그동안 뭐하고 사셨는지
    최루탄에 고생한 빚 갚는 것이
    시댁에 가지 않는 거라니 ㅎㅎㅎ
    지금 밖에 나가 봐요. 슈퍼든 어디든
    경상도 사람 만나면 욕을 해주고
    전라도 사람 만나면 석고 대죄를 하든지..
    남편만 불쌍하네..

  • 23. 쏘말
    '12.12.20 5:03 PM (211.54.xxx.1)

    좀 어처구니가...
    무임승차한 빚을 갚겠노라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경상도 시댁에 앞으로 안가겠다?
    겨우 생각하는게 그 정도예요?22222222222222222222222

  • 24. 부산남편과는
    '12.12.20 5:42 PM (14.52.xxx.59)

    어찌 사시는지 ㅠ

  • 25. ..
    '12.12.20 5:56 PM (110.70.xxx.166)

    좀 어처구니가...
    무임승차한 빚을 갚겠노라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경상도 시댁에 앞으로 안가겠다?
    33333
    유치함의 초절정

  • 26. 반지
    '12.12.20 6:34 PM (125.146.xxx.158)

    알밥들 오늘 많이 설치네요
    그거 유의하시고 댓글 넘기세요

  • 27. 모순
    '12.12.20 8:17 PM (121.162.xxx.6)

    덩어리 그 자체네요
    남편분과는 어찌 살맞대고 같이 사실런지..
    차라리 이 땅을 떠나시지요..
    무임승차한 빚 갚는 게 고작 경상도 땅을 안 밟는 거라니...

  • 28. 토닥토닥...
    '12.12.20 8:23 PM (218.55.xxx.234)

    정말 알밥들 극성이네요. 어쩜 저리 수치도 모르는지...
    제가 대신 위로해드릴게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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