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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당에서 신부님의 강론 중 선거 관련 말씀..

ㅎㅎ 조회수 : 3,278
작성일 : 2012-12-17 10:14:27

어제 성당에 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얼마전 여기에 딸자랑도 낯간지럽게 했었던;;)

 28개월짜리 왕 수다쟁이 딸래미를 데리고 가니, 당연히 유아실로 갑니다.

보통 11시 교중미사는 사람도 너무 많고, 유아실도 항상 꽉 차서 저는 보통 9시 미사를 가요.

신랑도 신자이긴 하지만 주로 주말에도 회사에 가기도 하고, 안가면 쓰러져 자는지라...

 

아기 데리고 성당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애랑 미사 보는건 보는게 아니에요....

쉴새 없이 떠들고 질문하는거에 대답해줘야 하고, 아니면 뭔가를 먹여 입을 다물게 해야하구요. 성가 부르는 타이밍이면, 뭔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자기딴에도 압박감이 드는지 엄청 큰 소리로 '토끼야~토끼야~ 산속에 토끼야~겨울이 오면은 무얼먹고 사느냐~'하고 엄한 동요 불러대구요...

 

어제도 평소에 다름없이 딸애를 데리고, 미사엔 발만 담근 상태?로 있었는데, 강론 도중 갑자기 신부님께서

"12월 19일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하시는 말씀에 귀가 번쩍 뜨였어요.

"저는 성직자로써 정치적인 성향을 여러분께 드러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여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다만, 한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통령은 누가 만드는 겁니까? "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국민'이 만든다고 하셨고, 어디선가 '하느님'이 내시는 거란 대답도;;

신부님 왈.

"국민이 대통령을 만드는 거 아닙니다. 투표하는 국민이 대통령을 만드는 겁니다. 도대체, 한 나라의 국회의원들로 이루어진 정당에서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올바른 행태입니까? 이게 민주국가의 국회의원이 해야할 생각입니까?"

라고 비분강개.

 

어느 당을 지칭하시는지 모두 아시죠...

 

저희 신부님 젊은 분이에요. 여긴 경기 신도시고 원래 있던 성당에 신자가 너무 많아져서 분당해 나온 성당이라 수녀님도 안계신 곳이지만, 신자 층도 워낙에 젊은 사람들이 많고 신부님도 그런 편이시거든요.

성당안의 분위기가 다들 맞다고, 투표하자고~하는 그런 분위기로....

 

 

전 사실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상당부분은 저랑 잘 안맞아요. 그래도, 우리 딸이 살아갈 나라인데,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향해 가야지 과거로 회귀해선 안되겠지요.

딸래미 안고 19일에 아파트 바로 옆 초등학교에 있는 투표소에 가려고요.

가서 딸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어요.

엄마 아빠가 여기서 이렇게 하는 게 별거 아닌것 같아보여도,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일이라고.

네가 살아갈 이 나라가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더 상식적이었으면 해서..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그에 따른 결과가 정의롭게 실현되는 곳이었으면 해서...

그래서 이렇게 투표하는 거라고 이야기 해주려구요.

세살짜리 딸이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요. ^^;

IP : 124.243.xxx.129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성당
    '12.12.17 10:18 AM (1.241.xxx.18)

    신부님 꺼서
    "이번선거 잘 하셔야 합니다, 아참 이번선거,이번선거 하면 안된다면서요? 선거법 위반 이래요^____^"

  • 2. 동그라미
    '12.12.17 10:20 AM (59.19.xxx.61)

    저희들이 꼭 해 낼수 있을겁니다.이렇게 글 올려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투표하진 않는것은 이명박을 정권을 무죄로 만드는거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선거시간이 오후 6시까지입니다.이 사실도 전 어제 알았어요 ㅠ.ㅠ.

    연장되었는줄 알았거든요.

  • 3. 저희 성당에서도
    '12.12.17 10:23 AM (58.29.xxx.131)

    어제 미사중에 누군가 문OO디모테오 로 지향을 넣으셨더라구요.
    저 완전 감동 먹었어요.
    기도만 했지 미사지향 넣을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 4. ....
    '12.12.17 10:24 AM (118.33.xxx.226)

    요새 교회 분위기는 어떤가요?저번 이명박때는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거라 난리였는데
    이번에는 적어도 중립은 지키는 편인가요

  • 5. ㅋㅋㅋㅋ
    '12.12.17 10:25 AM (121.165.xxx.189)

    저도 성당님, 그 신부님 센스가 쩌시네요 하하핫

  • 6. 명언이시네요
    '12.12.17 10:30 AM (223.62.xxx.162)

    국민이 대통령을 만드는게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이 대통령을 만든다"

  • 7. 너무 아름다운 말씀
    '12.12.17 10:34 AM (58.236.xxx.74)

    정당에서 국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올바른 행태입니까?

    평소에 참고참고 자제하시다, 이렇게 결정적으로 딱 한 마디해주시면
    다가오는 그 무게가 산같아요 ^^

  • 8. 카톨릭은 냉정할만큼
    '12.12.17 11:08 AM (223.222.xxx.23)

    종교와 정치를 분리해서 생각하더군요.
    철저하게 개인적 견해에 따르구요.
    카톨릭신자들로 구성된 20인가량의 모임에 꼽사리 낀 적 있었는데
    김대중, 김영삼 대결에서 카톨릭인 김대중 제쳐두고 교회장로 김영삼 밀어주는 분위기였어요.

  • 9. 우리신부님
    '12.12.17 11:08 AM (203.233.xxx.54)

    천주교는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는 가치를 지향하신다고 하면서 한 후보께서는 천주교에서 질의한 정책에 대해 자세히 답변하였으나 한후보는 답변조차 없었다고... ㅋㅋㅋㅋㅋ 이거 천주교를 무시하는건지 뭔지..ㅋㅋㅋㅋㅋ
    그날 남편에게 선물받은 묵주반지 그 신부님께 축성받았어요. ^^

  • 10. ...
    '12.12.17 11:09 AM (223.222.xxx.23)

    이번 선거에서도 성당 모임에서 박근혜 여성대통령론 부르짖으며 할머니들 설득하는 할아버지 뵌 적 있어요.

  • 11. 우띠
    '12.12.17 11:18 AM (114.200.xxx.127)

    전 시댁에 가서 그 근처 성당에 갔는데,
    산타복장이신 분덜이 반갑게 인사를 하길래 맞인사를 했는데...
    기호 1번~~~
    헉....

    미사 전부터 분심들어 혼났습니다.

  • 12. 이 와중에
    '12.12.17 11:25 AM (124.50.xxx.31)

    성가 부르는 타이밍이면, 뭔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자기딴에도 압박감이 드는지 엄청 큰 소리로 '토끼야~토끼야~ 산속에 토끼야~겨울이 오면은 무얼먹고 사느냐~'하고 엄한 동요 불러대구요

    너무 귀여워서 뽀뽀해 주고 싶어요.

  • 13.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본부장의 고백
    '12.12.17 11:37 AM (124.50.xxx.31)

    우리의 전략은 이 중간층이 이쪽도 저쪽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다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 14. ...
    '12.12.17 11:52 AM (218.234.xxx.92)

    어째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한우 먹지 말고 미국산 쇠고기 먹으라고 이야기하는지부터,
    국민들 투표로 당선되는 국회의원, 대통령이 국민들 투표하지 않기를 바라는지...

    우린 참 희한한 나라에 살고 있어요...

  • 15. 우리신부님이갑
    '12.12.17 12:07 PM (121.127.xxx.234)

    미사끝나고 마지막 말씀에 이명박찍으신분들 각성하라고 하신던데요!
    4대강에 엄청가슴아파하셨어요!
    자연파괴는 한번 망가지면 다시복원하기 힘들다며!!!
    우리신부님은 젊은신분도 아니에요!~~~

  • 16. 성당 출입금지
    '12.12.17 5:44 PM (1.242.xxx.28)

    전에 국회의원 선거때 성당미사때 후보 한 분이 들어오셨다가 전신자 앞에서 신부님께 크게 망신 당하셨죠.
    그 후에도 성당 입구에서 선거유세하다가 신부님께 한 소리 들으셨구요.
    그 후로 저희 성당 앞엔 조용하죠. 저희 신부님 포스가 장난아니거든요.^^
    미사 끝날 즈음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복음 말씀을 사는 것입니다` 요렇게 한 마디 하시며 제대로 투표하자 하셨어요. 저희 신부님 엄청 완곡하게 표현하신거에요.

  • 17. 눈물나요
    '12.12.18 3:39 AM (193.83.xxx.174)

    우리 꼭 이겨요.
    그리고 님 따님 너무너무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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