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있나봐요...
어제 아이 없는 생활을 원한다는 남친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절망스럽네요.
소히 둘 다 만혼입니다...
아닌 얘기로 혼수준비로 혼전임신도 비일비재 하는 요즘인데...
그동안 지나듯 아이 없이 사는 부부도 많다더라 요즘...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라는
남친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안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요.
사귀는 동안 먼저 아이를 갖자고 했던 적도 있었고...(이때는 제가 항생제 먹는 동안이라
피부과 약이지만 걱정스러워 사후피임 약을 먹었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혹시나 하고 임신 테스트를 한적도 있었구요...
내가 너무 무섭다고 했더니 자기 못믿냐고 뭐가 무섭냐고 토닥거리며 안아줘서 안심시키는 사람이었죠.
제가 테스트기 구입 처음이라 부끄럽다 하니깐 남친이 테스트기 사다 줬었는데
약국 앞에 차 대어놓고 사러 뛰어가는 모습이 정말 신나 보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해서
아이를 안가지고 싶어 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어제 얘기를 하다보니 사실 그때 너한테는 그렇게 보였는지 몰라도 신나서 뛰어 간 건 아니라고...
생겼다면 받아들여야지 그런 심정이었다네요...휴
남친 성장 배경이 친아버지 일찍 돌아 가셔서 기억 없고...
어머니 재혼하신 분은 그렇게 아버지로서 다정다감 하신 건 아니셨어요.
전교 2등 하는 남친에게 칭찬은 커녕 오히려 전교 1등 못한다고 매를 들던 분이라네요...쩝
그나마도 남친 서른 되면서 주무시다 돌연사 하시고...
그래서 전 도리어 남친은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아버지 상이 있을꺼다 생각했는데...
그런 거 없고요...아이 때문에 주변서 포기하는 게 너무 많은 걸 봐서 자긴 아이 갖기 싫대요.
늦은 나이란 것도 부담되고...이게 말이 됩니까?
아...참...자기랑 똑같은 자식 낳을까봐 겁난다고...도 했네요.
무슨 말인고하니...극성스러운 남친 엄마가 많이 힘들게 하시거든요.
아들을 손에 놓고 쥐락펴락 하려시니 이 나이까지 갑갑하죠.
정말이지 얼른 돌아가셨으면 한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옆에서 남친 어머니 얘기들을 듣다보면 정말 답이 안나오는 분....
같이 살다 힘들어 독립해서 나가 사는 남친 집을 흥신소 이용해서 끝내 찾아내시는 분...
몇년 전 만날때만 해도 그 사람은 둘...난 셋을 원하는 아이였어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갖고 싶다고 내가 집을 지으려면 마당에 그네 두고 싶다니까
돈 많이 벌어야지 하던 사람인데...
많이 헤어지고 다시 만난 사이라 이젠 안헤어지는 걸 생각하고 만나는 거예요.
내년에는 결혼을 할 생각인데...아직 부모님들 인사도 못시켰는데...
단지 힘든 상황이라 생각이 그렇게 한순간 흐른걸까요?
아이가 주는 기쁨과 행복이 얼마나 큰건지 맛보지 못해서 그런걸까요?
저는 지금 돌잡이랑 세살짜리 조카 둘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기쁘고 사랑스러워 어쩔줄을 모르거든요.
삼청동에 데이트 갔던 날...공중 화장실을 남친이 다녀와서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더라고요.
화장실에서 서서 볼 일 보는데 옆에 어린 남자애가 급하게 들어와서 옆에 서더래요.
그러면서 남친을 올려다 보면서 ' 아이 급해서 싸는 줄 알았네 ' 하면서 씨익 웃더래요.
근데 그 뉘향스가 정말 귀여웠다란 의미로 전 받아들였는데...
꼬마 아이 흉내내는 남친이 더 귀엽다고 생각했었는데...
무자식 상팔자...그런 거 싫어요.
남자, 여자 단순히 좋아 산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큰 발전으로 승화시키는 게 아이들이라 생각하거든요.
아닌 얘기로 결혼해서 남친이든 나든 누가 먼저 세상 뜨면 어케 살아요 혼자 남아서...
정말 답답하고 속상하네요.
어제도 답답해서 그 말 듣고 차안에서 묵묵히 있는 나한테
도리어 자기가 뭘 잘못한거냐고 큰소리 쳐요...
그동안 자기 행동의 일관성이 없었잖냐고 얘기 했더니 암말 안해요.
어떻게 하죠?
진짜 아기 갖기 싫은건지..말만 그런건지...지금 상황에 그런 마음인건지...
진짜라면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해야하는 건지...말아야 하는건지...
아이 생겨서 낳은들...그저 생기니 낳나보다 할껀가 싶어 허망하네요.
남편들 아이 가졌다 그러면 기뻐하는 게 정석 아닌건가요?
이런 상황에서 나인들 아이가 갖고 싶겠어요?
축복과 기원 속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태어나는 게 아기인데...
이런 식이라면 아빠가 된들 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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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들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어제 남친 얘기 듣고는 여자로서 너무 비참한 마음이 들었어요.
말그대로 난 생식기가 있어도 여성성을 발휘 못하는 거잖아요.
남자랑 잠자리만 하는 게 다인거란 생각...쩝
만나서 이야기를 찬찬히 나누어 볼 생각입니다.
강요나 원망이 의도가 아니고요...정말 어째서 생각이 그리 바뀐건지...
심지어 나라는 여자를 만났기에 2세를 갖기 싫은건가...도 싶고...
어떤 식으로 말을 풀어가야 현명한건지 고민스럽네요.
많이 사랑하는 남친이예요.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갖고 그와 똑같이 생긴 쥬니어를 같이 키워 나가는 게...
요즘은 그저 고려될 수도 있는 하나의 옵션화 되는 기분...서글픕니다.
정말 돈 놓고 경제적 논리 내세워 계산기 두드려 손해다 그렇게만 결론지어지는 게 자식인가요?
자식 입에 밥 한술 들어 가는 게 안먹어도 배부르고 행복하다는 부모님 말씀은 그럼 거짓말인거네요...
가치관의 혼란이 옵니다...
덧글들 보니 본인들은 자식 있어봐서 안다...는 글들 경험자들이시라 눈여겨 읽지만
한편 드는 생각은 자식 없는 본인으로선 가진 자의 오만(?) 같다는 서운함이...
그럼 시험관 애기라도 가지려 애쓰는 부부들이 느는 추세라던데 그건 또 뭘까나요?
아...아...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