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의 집 문밖에 나온 빈그릇 하나.

가을비 조회수 : 2,627
작성일 : 2012-11-04 21:29:08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을 잔뜩 머금은 어두움이 가로등 한두개 켜진 가난한 우리 골목길주변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네요.

음식물쓰레기통을 내리러 계단을 내려가니까, 컴컴한 계단 아래, 동그랗게 나와앉은 플라스틱 그릇한점.

단무지접시랑, 나무젓가락이 나란히 놓여있는 그 짜장면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놓여있네요.

가끔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날이면 어디선지 날아온 듯한 커다란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우리 빌라.

 

그런 빈그릇을 보면 갑자기 한개이상은 더 가져본적이 없는 제가 살아온 인생들이 떠오릅니다.

밥통도 한개, 가방도 한개,베게도 한개, 이불도 각각 한개씩이다보니, 더 욕심내고 살아올것도 없고,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지내야할까 궁리해본적도 없이 살아온 날들.

그런 제가, 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이불속에 누워 서럽게 우는 딸아이말고 한명을 더 임신했네요.

입이 미어터지도록 엄청 먹는 아홉살짜리 딸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둘까지는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쌀쌀해진 이 골목길엔 인적이 끊겨지고 담벼락마다 스산한 전단지들만 달랑거리고 있군요.

 

평수도 좁고 한적한 빌라라서 그런지 혼자사는 사람들이 외롭게 tv를 보며 먹은 짜장면 한그릇들이 심심찮게 나와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그 집 문이 열려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네요.

밖에 나온 빈그릇들을 보면 이상하게 맘이 차분해지고 위로가 됩니다.

아, 나처럼 마음이 늘 외로운사람도 있구나.~

하고요..

하지만, 저는 밖에 나가면 무척 씩씩한 척하면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마치도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자판을 열손가락으로 신나게 먼지가 일세라 내달리는, 한마리 말처럼.

왜 그런걸까요.

왜 외롭다고 하면 왜 사람들은 공감해주긴 커녕 가르치려 들고 훈계하려 드는걸까요.

나도 그래~하면서 공감한마디 해주면 되는건데.

 

누가 내옷깃을 잡았다!라고 말해주는 예수님만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래~하면 되는건데...

 

IP : 110.35.xxx.15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1.4 9:46 PM (180.229.xxx.104)

    안 외로운 사람이 있을까요? ㅜㅜ
    그래도 애들이 있으니 든든하시겠어요
    둘째 가지신거 축하드려요

  • 2. 축하~
    '12.11.4 9:52 PM (114.206.xxx.184)

    읽다보니 아, 가을이구나... 계절이 느껴지는군요.
    축하 드립니다.^^

  • 3. 원글
    '12.11.4 10:30 PM (110.35.xxx.154)

    나중에, 생활이 여유있어지면, 시강연회도 들으러 다니고 문학수업도 들으러 다닐거에요.
    함민복시인도 그렇게 해서 좋은분 만났지요, 전 늘 그분 시가 좋아요.
    힘들고 어려울때 그분의 시를 떠올리면 다시 힘이 생겨요.
    제가 다른 사람들과 말이 잘 안통하는 편이어서 은따도 은근히 직장에서 당해보기도 했는데 시인들의 수필집이나, 혹은 박범신의 논산일기같은 책들을 읽으면 맞아!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제가 작가까진 아니어도 좋으니까 옆에 시인이나 소설가같은 친구가 한명쯤 있으면 제가 좀 마음이 시원할것 같아요.

  • 4. 물고기
    '12.11.4 11:08 PM (220.93.xxx.191)

    네 윗분말처럼 글읽으며
    스산한가을바람과 골목어귀의 빌라, 배달그릇,
    창문밖을내다보는 원글님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글~참 잘쓰시는것같아요^()^

  • 5. ,,,
    '12.11.5 1:36 PM (121.145.xxx.206)

    잘읽었어요^^
    저도 무지 외로워요
    40년가까운 인생에 잘하는것도 없고 남들은 쉬운 그것조차도 안되네요
    글 자주 올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1677 반포래미안 34평 전세가가 9억이나 하는건 1 .. 2012/11/19 2,710
181676 정혜영남편 션.. 31 .. 2012/11/19 20,425
181675 아파트 리모델링과 이삿짐 보관서비스의 주의사항 알려주세요^^ 1 성현맘 2012/11/19 2,340
181674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5 폭언남편 2012/11/19 1,575
181673 참 속상한 교사. 29 기본예의 2012/11/19 5,259
181672 검색의 고수님들, 도와주세요. 3 궁금 2012/11/19 1,323
181671 gi멘스 청소기 사용하시는분!! 청소기봉투 2012/11/19 1,299
181670 허리디스크 수술하면 어느정도 지나야 일상생활 가능할까요 5 ... 2012/11/19 5,499
181669 아파트 옥상으로 통하는 문은 열어 놓는 게 규정인가요? 5 ㅇㅎ 2012/11/19 2,195
181668 반인반신? 北에선 김일성, 경북 구미에선… 5 샬랄라 2012/11/19 1,229
181667 쭈꾸미 잘하는집 4 소녀 2012/11/19 1,930
181666 조셉조셉 도마와 네이처닉 큐브 중 1 .... 2012/11/19 2,240
181665 예비 중학생 두신 분,, 겨울방학 계획 세우셨나요? 3 예비중학생 2012/11/19 1,506
181664 못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6 ... 2012/11/19 1,684
181663 설화수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데요!~ 5 다시시작 2012/11/19 1,987
181662 깡통 전세 고민... 2 .... 2012/11/19 1,802
181661 82는 해외 이민가는거 엄청 안좋게 보나요? 4 ㅇㅇㅇ 2012/11/19 2,280
181660 세포학교에 보내시는분, 아시는분 어떤 말씀이라도 듣고 싶어요 세포학교 2012/11/19 1,576
181659 꼭 추천 부탁드립니다..싱글 이불만 구입할건데요~ 2 극세사이불 2012/11/19 1,274
181658 오빠가 결혼하는데 축의금.. 조언 부탁드려요 17 축의금 2012/11/19 2,747
181657 쿠션사이즈가 50x50이면 방석으로도 쓸수 있을까요? 3 쿠션 2012/11/19 1,602
181656 문재인 '백기'들게한 장본인 누군가 했더니.. 6 맘이 아파요.. 2012/11/19 2,747
181655 집밖을 안나가야 돈을 덜 쓰네요 7 정말 2012/11/19 3,593
181654 롯데호텔 패키지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3 .. 2012/11/19 2,063
181653 탱자라는분이 이해찬씨 험담해서 영상올립니다. 7 미카엘 2012/11/19 1,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