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의 집 문밖에 나온 빈그릇 하나.

가을비 조회수 : 2,341
작성일 : 2012-11-04 21:29:08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을 잔뜩 머금은 어두움이 가로등 한두개 켜진 가난한 우리 골목길주변으로 무겁게 내려앉았네요.

음식물쓰레기통을 내리러 계단을 내려가니까, 컴컴한 계단 아래, 동그랗게 나와앉은 플라스틱 그릇한점.

단무지접시랑, 나무젓가락이 나란히 놓여있는 그 짜장면 그릇은 깨끗이 비워져놓여있네요.

가끔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부는날이면 어디선지 날아온 듯한 커다란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우리 빌라.

 

그런 빈그릇을 보면 갑자기 한개이상은 더 가져본적이 없는 제가 살아온 인생들이 떠오릅니다.

밥통도 한개, 가방도 한개,베게도 한개, 이불도 각각 한개씩이다보니, 더 욕심내고 살아올것도 없고, 물건들을 어디에 두고 지내야할까 궁리해본적도 없이 살아온 날들.

그런 제가, 저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이불속에 누워 서럽게 우는 딸아이말고 한명을 더 임신했네요.

입이 미어터지도록 엄청 먹는 아홉살짜리 딸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둘까지는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쌀쌀해진 이 골목길엔 인적이 끊겨지고 담벼락마다 스산한 전단지들만 달랑거리고 있군요.

 

평수도 좁고 한적한 빌라라서 그런지 혼자사는 사람들이 외롭게 tv를 보며 먹은 짜장면 한그릇들이 심심찮게 나와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그 집 문이 열려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네요.

밖에 나온 빈그릇들을 보면 이상하게 맘이 차분해지고 위로가 됩니다.

아, 나처럼 마음이 늘 외로운사람도 있구나.~

하고요..

하지만, 저는 밖에 나가면 무척 씩씩한 척하면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마치도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자판을 열손가락으로 신나게 먼지가 일세라 내달리는, 한마리 말처럼.

왜 그런걸까요.

왜 외롭다고 하면 왜 사람들은 공감해주긴 커녕 가르치려 들고 훈계하려 드는걸까요.

나도 그래~하면서 공감한마디 해주면 되는건데.

 

누가 내옷깃을 잡았다!라고 말해주는 예수님만큼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래~하면 되는건데...

 

IP : 110.35.xxx.15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1.4 9:46 PM (180.229.xxx.104)

    안 외로운 사람이 있을까요? ㅜㅜ
    그래도 애들이 있으니 든든하시겠어요
    둘째 가지신거 축하드려요

  • 2. 축하~
    '12.11.4 9:52 PM (114.206.xxx.184)

    읽다보니 아, 가을이구나... 계절이 느껴지는군요.
    축하 드립니다.^^

  • 3. 원글
    '12.11.4 10:30 PM (110.35.xxx.154)

    나중에, 생활이 여유있어지면, 시강연회도 들으러 다니고 문학수업도 들으러 다닐거에요.
    함민복시인도 그렇게 해서 좋은분 만났지요, 전 늘 그분 시가 좋아요.
    힘들고 어려울때 그분의 시를 떠올리면 다시 힘이 생겨요.
    제가 다른 사람들과 말이 잘 안통하는 편이어서 은따도 은근히 직장에서 당해보기도 했는데 시인들의 수필집이나, 혹은 박범신의 논산일기같은 책들을 읽으면 맞아!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제가 작가까진 아니어도 좋으니까 옆에 시인이나 소설가같은 친구가 한명쯤 있으면 제가 좀 마음이 시원할것 같아요.

  • 4. 물고기
    '12.11.4 11:08 PM (220.93.xxx.191)

    네 윗분말처럼 글읽으며
    스산한가을바람과 골목어귀의 빌라, 배달그릇,
    창문밖을내다보는 원글님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글~참 잘쓰시는것같아요^()^

  • 5. ,,,
    '12.11.5 1:36 PM (121.145.xxx.206)

    잘읽었어요^^
    저도 무지 외로워요
    40년가까운 인생에 잘하는것도 없고 남들은 쉬운 그것조차도 안되네요
    글 자주 올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1074 서화숙 트윗 - 바뀌어가는 문재인 민주당 진작 못알아봐서 미안하.. 4 안철수룰반대.. 2012/11/23 1,777
181073 아들 자랑합니다~ 71 will0y.. 2012/11/23 8,428
181072 chloe 마르씨나 파라티 지금 사는거 늦나요? 가방 추천해주세.. 1 사야하는가 2012/11/23 1,198
181071 배드민턴과 스쿼시 사이에서 고민입니다~~ 2 ~~ 2012/11/23 1,669
181070 아기때 동네엄마랑같이다녀야 부질없는듯 5 ㅁㅁㅁ 2012/11/23 3,259
181069 자연유산후..어찌해야되나요..ㅠ.ㅠ 9 ㅜ.ㅜ 2012/11/23 2,812
181068 이 짐승같은놈 마누라 얼마나 지옥같은 세상을 살았을까요? 5 호박덩쿨 2012/11/23 2,712
181067 더러워진 게시판 정화를 위해서 넘 공감되서 퍼왔어요.. 2 문&안 분열.. 2012/11/23 612
181066 5년안에 나라가 반토막 난다는데 1 사랑 2012/11/23 1,572
181065 박선숙 무서워요 7 2012/11/23 2,361
181064 엄마가 집에서 애기 돌보미 하시려는데 3 질문 2012/11/23 2,866
181063 박강성 너무 힘겨워요.. 1 아침방송 2012/11/23 1,443
181062 <진통 끝 반전..중대기로 맞은 文-安 단일화 협상>.. 단일화 2012/11/23 814
181061 죄송하지만 영어 잘하시는 분! 문법이 맞나 좀 봐주세요... 5 기쁨이 2012/11/23 1,086
181060 박선숙 기자회견 중 궁금한 점 7 .... 2012/11/23 1,288
181059 안철수 퇴진 - 아고라 청원있어요 20 아고라 청원.. 2012/11/23 1,337
181058 내일 소아과 안 하나요? 5 아놔 2012/11/23 748
181057 근데 인천은 충청도랑 무슨 관계가 있죠? 3 ... 2012/11/23 1,216
181056 82가 편향되었다고 해서요. 다른 사이트좀 9 82 2012/11/23 1,580
181055 11월 23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11/23 579
181054 너무 웃겨요..(여자와 남자 차이 관련...) 걀걀. 2012/11/23 1,005
181053 폐경직전에 임신이가능한가요? 8 ㄴㅁ 2012/11/23 4,331
181052 샵밥 구매해보신 분?? 9 레몬머랭파이.. 2012/11/23 1,796
181051 자신에게 불리한건 전혀 안하겠다 받아들이지 않겠다. 결국.. 2012/11/23 671
181050 싸이 이번에는 '007 제임스본드'하고 뭔가 하려는 걸까요? 1 규민마암 2012/11/23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