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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얼마나 착한 딸이 되어야 할까요...

뾰롱이 조회수 : 1,738
작성일 : 2012-10-21 14:37:55

저는 항상 고민입니다.

얼마나 헌신적이고 착한딸이 되어야 옳은건지를요.

오늘은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몇자 끄적여보는데 ..일기싫어하시는 분들은 넘어가셔야해요^^;;;

 

저는 평범한 30대 중반 미혼 여자에요.

어릴때부터 부모님 잔소리는 거의 들어본적 없고 고3때도 공부하라는 말씀 들어본적 없고

sky 는 아니지만 바로 고 밑에 대학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에서 돈벌고 있습니다.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전문직.

아빠 돌아가시고 너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직업전선에 뛰어드신거라 통장에 "0" 으로 시작했어요.

정말 성실히 부지런히 산 결과 지금은 지방이지만 집도 샀고 마트가면 먹고 싶은거 장봅니다.

한참 돈이 없을때에는 요구르트 하나, 가공식품 하나 못사먹었어요. 엄마한테 미안해서요.

어떻게보면 그대로 우리집안 망할수도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살 수 있게 만드신 엄마..항상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20대는 항상 궁핍한 상황과 친구들 사이에서의 열등감 속에서 지나간것같아요.

그때는 크게 느끼지못했어요. 나도 모르게 친구들을 피하기도 하고 , 너무 괜찮은척하는 제 모습에 속았다고할까요.

그러다보니 동갑내기 친구들은 깊이 사귀질 못했고 대학졸업과 동시에 다들 멀어졌어요.

항상 마음속에 멍든 제 20대가 남아있지만 그럴수록 더 정신차리고 열심히 산 결과

30대가 지나면서는 그래도 살만하다는 생각 들더라구요.

사람마다 기준은 다 다른거지만

보증금 300 만원짜리 집에서 시작해서  10번 이사한 결과

제힘으로 지금 아주 작은 원룸 전세까지 마련했으니.....저는 제 안에서 작은 성공을 이루었다 자축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살면 점점 더 안정되어가겠지란 희망찬 메시지를 갖고 산 30대 였습니다 .

 

그런데 문제는 엄마가 나이들면서 하나 둘씩 생기네요.

주말이라 집에 가면 바쁘신 탓에 집이 항상 너무나도 엉망이에요.

예전엔 계절마다 커텐이며 이불이며 다 바꾸고 가구 위치 바꾸면 사시던 엄마인데...

마음이 짠해 주말 내내 대청소하고 반찬도 좀 해놓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1회용으로 냉동해두고

꽃도 한다발 꽃아놓고 쪽지써두고 옵니다.

딸이니 그정도야 별거겠어요~~

그래도 전문직인데...너무 남루하게 다니는게 보기 싫어 계절마다 옷, 신발 사서 대령하구요

까다로운 취향탓에 몇번이고 서울과 지방를 오가며 환불해서 갖다드려도 잘 입으시면 그거로 만족...

일찍 남편을 여의셔서 그런지 투정이 날로 늘어납니다. 거의 매일 통화하는데 주말에는 거의 두시간을 통화할 정도로..

저도 평일에 투잡을 뛰는지라 주말에 정말 말한마디 안하고 쉬고 싶을떄가 많은데

그래도 어째요..엄만데요.  제가 들어줍니다.

 

돈을 빌려주셨대요. 몇천만원. 준다준다 하고 못받은지 몇년이 지났답니다. 그 얘기를 이제서야 해요.

구멍난 팬티입어가며 모은 피같은돈 ...어쨰 남을 빌려줄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노무 새끼가 와서 돈 빌려달라고 매달렸을까 욱하는 마음부터 들어요.

월세 내고 안살았으면 지금보다 제가 얼마를 더 모을 수 있겠단 생각 참 많이도했어요.

지방에서 오거나 더더 시골에서 온 애들도 보면 나이먹으며 집에서 좀 도와주셔서 전세살며 돈 모으더라구요.

엄마 전문직이시고 버는돈 적지는 않았는데 엄마한테 입한번 뻥끗 안했어요.

제가 좀 힘들더래도 엄마 저렇게 노후 준비 잘해두시면 당신이 편하시니...부디 그렇게 사시라고 .

가끔은 돈있냐? 좀 보태주까? 단 한번을 안 물어보시는 엄마에게 너무나 냉정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남편없는 여자마음이 저렇겠거니 ...싶어 지금껏 엄마한테  머리핀 하나라도 받아본적이 없습니다.

이런 마음까지 더해져 돈빌려가서 안갚는 놈...당장 찾아가 자식들 보는 앞에서 망신주고 싶더라구요.

요며칠 그런 나쁜 생각들로 제 머릿속이 지옥입니다.

조만간 현명한 방법으로 뒷처리 해드려야지요.

 

본인 노후 준비 하신다고 연금이니 보험이니 좀 많이 들어두셔서

자꾸만 현금이 없다 하십니다. 버는돈이 다 거기로 빠져버리니까요.

사람이 살다보면 현금이 필요할떄가 있고

이제 60대 중반이란 나이인데 친구들이랑 슬슬 여행이라도 다니시면 좋으련만

일도 바쁘지만 돈을 써야한다는 압박에 여행도 잘 다니시지 않아요.

작은 땅 좀 사두고 보험들고 연금들고 ...심지어 얼마전에는 현금이 없는데 결제대금이 모자란다고

저한테 돈을 부탁하십니다. 너무너무 놀랐습니다 저는...

제가 버는돈은 엄마가 버는돈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 정도인데 제 돈이 이젠 엄마한테까지 가야하다니..

있는데 없다고 할수도 없고 일단 보내드린다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기분이 너무 우울해요.

 

엄마는 사는게 재미가 없고 우울하고 밥맛도 없고 ....

제가 엄마의 재간둥이가 못되어드림이 참 죄송스럽지만

더이상 제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집에가면 우울한 얘기 가능한 안하고 최대한 엄마 웃게 해드리고 옵니다.

서울로 오는 기차를 타는 순간 저는 두통이 오고 기진맥진..너무 말을 많이하고 와서요.

갈 계획이 없다가도 주말에 통화해서 엄마 목소리가 안좋거나 기분이 좀 그러면

점심때 갔다가 저녁에도 오고 ..그러기를 매달 반복입니다.

엄마 당신이 힘든 얘기 하다보면 결국은 일찍 죽은 남편탓. 아직 결혼안한 자식탓.

너네 아니면 내가 이렇게 안산다......

 

저는 언제까지 죄인이어야할까요

엄마한테 더 죄송하게도 저는 결혼생각이 없습니다.

원래도 삶에 열정이 많고 욕심도 많은데 저의 20대가 너무 허무하게 지나가서..

저는 앞으로도 할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괜히 결혼해서 한남자한테 피해주기 싫어요.

벌고 제 노후준비하고 틈틈히 여행가고 취미생활하고 ..그리 살 계획입니다.

엄마 돌아가실때까지 제가 죄인이겠지요?

 

이런 삶이 대부분의 자식들이 사는 평범한 삶이라 하시면 제가 더 넓은 마음 먹고 받아들이려구요.

다들 한말씀씩 해주셔도 좋아요....

IP : 222.106.xxx.21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21 2:43 PM (119.71.xxx.179)

    외동딸이세요???

  • 2. ㅇㅇ
    '12.10.21 3:04 PM (219.249.xxx.146)

    지금도 충분히 너무 좋은 딸이신데요...
    뭐라 말을 보태기가 힘든 내용이네요
    열심히 똑부러지게 사시는 분같아 님이 인생을 꾸려가는 방법이 참 부럽고
    혼자남은 엄마때문에 가지는 마음의 부담이 안스럽고 그러네요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죠
    별 느낌없이 일상적으로 대하고 하던 일이 어느 날 버겁게 느껴지고
    이렇게 힘들어야하는 게 속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원망이 가고
    님이 지금 그런 상태가 아니신가 싶어요... 좀 지치신 거죠~

    좀 지나면 다시 회복 될거예요.
    조금만 힘내세요.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앞으로 좋은 일 많이 많이 생기길 응원합니다!

  • 3. 참 효녀시네요
    '12.10.21 3:16 PM (110.8.xxx.44)

    참 님 어머님은 딸 복 있으시네요~~그런데 그걸 당사자는 모르신다지요?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도 아닌거 같아요 이건 거꾸로 아랫사람이 올려 걱정하고 챙겨주고 그 당사자는 이런 마음 반에 반도 못 헤아려주고~~저도 이글이 가슴 아픕니다~~남 얘기 같지가 않아서요~~저도 친정집이 늘 저한텐 이런 존재거든요~~노심초사 걱정 근심~~저도 친정어머님한테 딱 원글님처럼 그러하네요~~옷 사드려 홈플 인터넷 장봐서 일주일에 한번씩 넣어드려 ~~집 한번씩 업어서 청소해드려~~살림 바꿔 드려~~저는 남편 외벌이로 눈치 봐가며 경제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늘 어려운 친정 돕고 있는 상태인데 몇년전부턴 그냥 좀 놔 지더 라구요 ~친정 엄마가 사치를 하시는것도 아니시고 큰 살림 하시는것도 아니신데 친정아버지랑 연세70에 열 평대 빌라에 사시며 엄만 아직도 건물 청소 하시고 그게 늘 안타깝고 한이 되서 늘 엄마 챙기게 되요~때마다 철마다 옷이니 신발 사드리고 고기니 장이니 홈플에서 보름에 한번꼴 10만언대 장 봐서 배달넣어드리고 집에 갈때마다 눈에 띄는데로 밭솥이니 선풍기니 오가며 수명 다된 가전제품 교체해드리고 월 평균 현금 20만원돈 소소히 드리고 ~~첨엔 한 10년전만 해도 현찰로 생활비 차원에서 한 50씩 매달 드렸는데 그러고 가면 냉장고 텅텅비어 있고 그런다고 엄마가 청소일을 관두실수 있는 현실이되지도 않고 게다가 한번씩 사오년 텀으로 카드빚이 한 이 삼백씩 펑크나서 목돈 막아드릴 일도 터지고 청소 일하시고 60받으시는데 그 연세에 그 막장 막일하시며 벌으셔봐야 또 빚~~ 내가 현찰로 드리면드리는데로 그건 그거대로 엄만 엄마 월급은 또 그거대로 카드빚은 카드빚데로~~차라리 먹을거나 맛있게 드시는거 보는게 제 맘이 편하단 결론~~돈 덜 드리고 먹을걸로 쟁여 드립니다~결론은요 답이 없는거 같애요~~그분들의 개념이랑 원글님이랑 저같은 딸 들 생각이랑 아예 뜻이 다르단 말씀이지요~~뜻이 다르니 길이 다를수밖에요~~쓸데없이 소용없는 보험에 그 연세에 돈 60벌겠다고 청소하시는분이 필요한것도 많고 소소한 푼돈 아까운줄 모르시고 주변 사람들한테 이용당하시고 그 미련함은 그래서 오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고~~정말 구제가 안되요~~그러면 생각이나 긍정적이던가 남편잘못 만나 내팔자 조졌다고~~ㅠㅜ 이젠 마음을 내려 놨어요~~나중에 부모님 돌아가시고 저 가슴에 한 이나 안되게 맛있는거 사드리고 맛있는거 병들고 아파서 못 드시는거 아니니깐 건강해 주시는것만으로도 감사해요~~세상에나 먹고 쓸돈도 없는데 아파서 병원비 나가는거 만큼 억울하고 환장할일이 어딨겠어요~~이제 더 연세 드셔보세요~자식으로써 그저 건강하신것만 봐도 바라는게 없게 됩니다~~

  • 4. 북아메리카
    '12.10.21 3:59 PM (119.71.xxx.136)

    그래도 어머님도 자식에게 피해 안주려고 열심히 사신게 보여요 그마저도 안하시고 손벌리시는 분들도 많아요 님도 좋은 딸인거 같구요 그저 현실이 그런거죠 내외가 멀쩡히 살면서도 돈 펑펑(정말 칠십넘으신분들이 메이커만 입고 쓰시는데 펑펑 이소리밖에 안나와요) 쓰면서 자식에게 아프면 책임져라 이런분들도 있어요 자식들도 나이사십에 일억짜리 전세 애둘 데리고 사는데도요

  • 5. 효녀시네요.
    '12.10.21 6:17 PM (175.119.xxx.223)

    그런데 어머니께서 너무 어리광을 부리시는 듯.... 어머니 인생이 안타깝고 자식 키우느라 고생한 것이 죄스럽겠지만 그건 어머니 인생이고요 어머니가 남편 일찍 잃고 고생했다지만 아버지 일찍 잃어 고생하긴 님도 마찬가지잖아요.모녀가 만나서 행복하고 좋아야하는데 마치 빚쟁이 만나듯 하는.사이가 되었으니... 같은 입장에서 엄마가 딸 안쓰럽다고 돌볼 수도 있는 거랍니다..편안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거리를 두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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