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곽병찬 칼럼] 새 정치의 탈선

흠.. 조회수 : 1,088
작성일 : 2012-10-11 13:39:35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55170.html

 

[곽병찬 칼럼] 새 정치의 탈선

송호창 의원이 민주당을 나와 안철수 캠프로 옮겼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입당해, 전략(특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금배지만 달고 탈당했으니, 시끄럽지 않을 리 없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고군분투하는 안 후보 보호론 따위의 하나 마나 한 핑계를 되뇐 걸 보면, 본인도 낯이 뜨거웠던 모양이다.

 

불과 달포 전 민주당에 남아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던 게 그였다. 안 후보는 광야에서 홀로 비바람과 맞섰던 까닭에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를 보호한 건 거대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바로 그 의식 있는 유권자들이었다. 그래서 변명 가운데 귀에 남는 건 이런 말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제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 세력에 맡길 수 없었다.” 한데 말하고 보니, 제 발을 제가 묶었다. 그렇게 새롭고 올곧은 사람이 왜 민주당에 입당했을까, 그때는 낡은 당인지 몰랐나. 그렇다고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고 그랬다고 할 수도 없다.

 

낡은 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것일 게다. 목적을 위해선 어떤 수단도 가능하고, 그래서 유권자와의 약속을 멋대로 파기하고, 정치적 신념을 편의에 따라 뒤집고, 그래서 선거철이면 새처럼 가볍고 자유로워지는 그런 행태들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유권자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로 말미암아 단일화는 사실 어려움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안 후보다. 입당행사 때 그가 시종 짓고 있던 웃음이 그날만큼은 전혀 선량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새 정치란 게 뭐지?

 

이런 의문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출마선언과 함께 그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할 때도 들었다. 이승만, 박정희 정치의 요체는 목표, 성과지상주의다. 목적은 어떤 수단도 정당화했다. 인권 유린, 헌정 파괴, 재벌 몰아주기, 노동 탄압 등 그 모든 왜곡과 파행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 성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새 정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그런 정치에 머리를 조아렸으니, 도대체 정치의식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전두환이 ‘서울의 봄’을 짓밟고 광주 시민들을 학살할 때, 김대중씨가 사형선고를 받고, 김근태씨가 22일 동안 살인적 고문을 당하고, 박종철씨가 바로 그곳에서 죽었을 때, 그는 그저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공부를 했다. 출세가 보장된 공부였다. 그렇게 생각 없이 손을 내민 것은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온 결과일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국민의 정부 대변인, 김근태의 동지들이 그에게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

 

 

안 후보는 정주영, 이종찬, 박찬종, 이인제, 정몽준 등 앞선 제3후보들과는 다르다.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만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무려 1년씩이나 최고의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며, 선거를 목전에 두고도 새 정치의 비전과 내용도 제시하지 못한 그를 유권자들이 지켜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면, 여의도 정치권이 아니라 거리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풍찬노숙은 아니어도 수많은 청년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기업을 하면서 보인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시대의 문제를 배웠고, 시대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뾰족한 해법도 없는 그를 유권자들이 신뢰하고 또 진정성을 인정한 것은 이런 까닭이었다. 그에게 새 정치란 진정성과 신뢰의 정치였다. 자신의 둥지를 진심캠프라 했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엊그제 그 행사로,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안 후보는 본의 아니게 새 정치의 밑천을 드러냈다. 어제 새로운 정치시스템, 수평적 구도 따위의 추상적 개념으로 새 정치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새 정치는 수사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다. 바람 찬 광야를 버리고 구태의연한 아랫목을 탐하는 순간, 문재인 후보와 세력 대결을 벌이는 순간, 새 정치는 거품으로 꺼진다. 궤도를 이탈한 기차가 전복되고, 원칙 잃은 광폭 주행이 사고만 친 것처럼, 새 정치의 탈선은 거기가 곧 종점이다. 광야의 정치와 정당 정치가 깨끗한 한판 승부를 벌이기 바란다. 더 바랄 게 뭔가.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IP : 61.78.xxx.23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11 1:44 PM (123.109.xxx.131)

    아침신문에서 읽었어요
    이 곽병찬 이란분 참 글 잘ㅆ는분인데
    여름지나 칼럼들은 좀...
    특히 오늘아침엔 이게 뭔 오지랖인가 싶더군요..
    전문을 퍼오신 의도가 뭘까요...

  • 2.
    '12.10.11 1:54 PM (61.41.xxx.100)

    송의원 옮기는 그 자체도 그렇지만 그 현장에 웃음띄고 나타난게 실수라 생각해요. 헌정치 어법이잖아요.
    무소속 대통령은 할건데 국회의원은 필요하다라?
    잘 모르겠어요.

  • 3. 노란색기타
    '12.10.11 1:57 PM (110.70.xxx.148)

    김진애님이 트위터에서 추천하신 칼럼이에요. 저는 좋게 읽었어요.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어서요.

  • 4. 송호창의 탈탕에
    '12.10.11 2:20 PM (211.194.xxx.146)

    관한 82의 일부글들에서,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는 속성,
    즉 호의적인 대상엔 더 호의적으로 적대적인 대상엔 더 적대적인 일종의 과장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위의 칼럼도 그점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 5. ...
    '12.10.11 2:27 PM (221.147.xxx.4)

    저는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는데요.
    안철수 예비 후보의 경우는
    완전한 광야에서 뛰는 분이라는 생각에
    안쓰럽고 미안하다는 정서가 바탕에 깔려있었는데
    그 정서가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좀 더 지켜봐야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0744 살이 빠질 때 몸에서 오는 신호 있으세요? 5 몸이 알지 2012/10/23 4,539
170743 국회의원 숫자 적은 순으로 우리나라 세계 3위 (숭실대 강원택 .. 1 정치쇄신의 .. 2012/10/23 1,124
170742 ‘노무현 NLL 발언 녹취록 공개’로 새머리당의 북풍 논란 종지.. 2 우리는 2012/10/23 1,422
170741 새끼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요.. 사료양좀 알려주세요..! 7 강아지주인 2012/10/23 3,421
170740 베이킹 책 추천 부탁드려요 2 베이킹 2012/10/23 929
170739 진정 발편한 워킹화는 없을까요?? 7 워킹화 2012/10/23 3,538
170738 아이가 심하게 아플때 남편들 회식가시나요? 28 2012/10/23 3,567
170737 내곡동 게이트 대통령 하야해야 하는 수준 아닌가요? 15 ... 2012/10/23 1,842
170736 스마트폰 질문!! 한개만 좀 알려 주세요 1 ;;;; 2012/10/23 798
170735 아이폰5 예약 괜히 한걸까요? 8 스마트 2012/10/23 1,923
170734 너무 아름다운 음악이네요 1 검정고무신 2012/10/23 1,085
170733 제주 국제 학교 3 엄마 2012/10/23 2,267
170732 써마지나 울세라 레이져 해 보신분 계신가요? 7 커피 2012/10/23 8,801
170731 두집에서 지내는 제사 8 제사문제로 .. 2012/10/23 8,443
170730 상표 이름이 생각 안나요. 6 흑흑... .. 2012/10/23 1,114
170729 M사 <승부의 신> 즐겨 보시는 분 계신가요? 7 난 좋은가요.. 2012/10/23 1,135
170728 외국생활 만족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12 아이문제제외.. 2012/10/23 3,318
170727 겨울엔 아기띠엄마들은 뭐입나요? 4 궁금해요 2012/10/23 3,260
170726 56년생 57세 주부들은 어떻게 사시나요 5 ... 2012/10/23 2,325
170725 대부업체 사기 신고 ㅜㅜ 2012/10/23 1,332
170724 안후보의 인하대 강연을 듣고 나니. 국회의원수를 줄이는 것에 찬.. 8 국회의원수 .. 2012/10/23 1,172
170723 나꼼수 봉주 22회 버스 또 갑니다~ (펑) 5 바람이분다 2012/10/23 1,122
170722 살림 이나 요리 2012/10/23 775
170721 오래두고 먹을 김장은 단거 많이 넣으면 안되죠?, 4 벌써부터 2012/10/23 1,486
170720 서리태는 언제 나오나요? 1 해피 2012/10/23 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