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남녀의 말하기

juli 조회수 : 1,499
작성일 : 2012-10-08 08:43:19

큰 아이가 어제 농구를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는데,

아침에 보니 어제보다 더 퉁퉁 부어있었다.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았다. 

아내가 오늘 동사무소에 가야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병원에 갈 때 같이 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 오늘 동사무소에 간다고 했지? 몇 시까지 가야 돼?"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 말 한마디가 초래할 결과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내는 눈빛이 변하면서 자기가 어제 실컷 한 얘기는 도대체 어떻게 흘려 들은 거냐고 언성을 높인다. 

아무리 기억해도 몇 시에 간다고 얘기한 것은 기억이 안 나서 물어본 건데 어쩌라구...

알고 보니 아무 때나 가서 잠깐 투표하고 오는 거라고 한다. 

그냥 "아무 때나" 라고 대답하면 될 일인데 아내가 나를 죽일 듯이 몰아 부치길래,

하도 어이가 없어 나도 받아 버릴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눈 뜨자 마자 이게 무슨 짓이냐 하는 생각으로 이내 참고, 몰라서 물어본 것이라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걸로 아내는 가라앉지 않았고, 계속 고성이 이어지길래 나도 그만 폭발했다. 

도대체 왜 그게 화를 낼 일이냐? 

난 정말 네가 오늘 몇 시에 가야하는 건지 얘기를 못 들었다. 

아내의 주장은,내가 자신의 얘기를 흘려들은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별 관심없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들려 줄 때 귀만 열어놓고 정신은 다른 곳을 유랑하고 있을 때도

있기는 하다. 

아내의 모든 얘기에 리액션을 해줄 만큼 나의 육체적 정신적에너지가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피곤한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생존방식이다. 

평소에 아내가 말하는 방법은 나와는 좀 다르다.

 

나는 핵심만 간결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만약 상황을 바꿔 오늘 내가 약속이 있었던 거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내일 중 아무 때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해야 돼." 

얘기의 핵심은 '아무 때', '동사무소', '투표' 이 세가지다.

 

그런데 아내가 이렇게 한 문장에 핵심어를 다 넣어서 간결하게 말하는 것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각 핵심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한보따리 이상이고, 가끔은 가지치는 이야기도 한다. 말의 성찬이다. 나는 그중에서 하나씩 핵심을 끄집어 내는 수작업을 해야 한다.

   

내가 어제 잡아낸 핵심어는 유감스럽게도 "동사무소" 한가지 였고, 

이것은 결국 나의 평화로운 주말 아침을 망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내와 언쟁 중에 하도 억울해서 

"내가 너보다 공부 잘했다. 니가 말을 똑바로 했으면 내가 똘추가 아닌 바에야 

그 쉬운 내용을 못 알아 들었겠냐?"라고 쏘아 부쳤다. 

그런데 이 말이 새로운 불씨가 될 조짐이다. 

어찌어찌 해서 아침 사태는 일단락 되고 오후에 같이 마트에 갔는데,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하는 내 물음에 아내의 답변은 

"내가 뭘 알겠어, 공부 잘하는 당신이 다 결정해" 

아.. 이건 또 얼마나 갈려나.정말 복잡한 세상 ...살기 힘들다.

 

IP : 211.171.xxx.15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0.8 8:48 AM (1.225.xxx.102)

    여자 까기 좋아하는 211.171.xxx.156 오늘은 누구 글을 훔쳐왔나?

  • 2. funfunday
    '12.10.8 9:31 AM (58.230.xxx.13)

    공부머리는 학교 다닐때만 필요하고 결혼생활에선 그다지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고...
    농구를 할정도로 나이가 든 아들이 있는데 아직도 아내의 의중을 파악하지못했다면
    필히 부부학교나 남편학교에 입교해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보시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90361 더워 못나간다 추워 못나간다 선택이라면 전 추위를 ,,, ㅁㅁ 06:01:59 35
1790360 나솔 장미 남편 1 ..... 05:39:03 195
1790359 저희애는 어릴때부터 물질적인걸 별로 안원했어요 3 ㅇㅇ 03:40:27 928
1790358 난방기 막 돌아가네요 1 역시춥네 03:18:52 954
1790357 이혜훈이 민주당 스파이여서 못자르는 거? 3 ..... 03:13:26 610
1790356 전자영어사전 갖고 싶었던 기억 4 ㅇㅇ 02:10:57 461
1790355 파주 양지마을 조청 아시는 분 1 조청 01:59:54 284
1790354 진짜 살이 너무 쪘어요, 9 Mm 01:59:39 2,075
1790353 그러고보니 요즘 스키타러 간다는 얘기 잘 못들어요. 4 ........ 01:55:14 1,948
1790352 이 추운날 아이가 스카가서 아직도 안왔어요.. 5 01:42:08 1,296
1790351 주식 TDF 하시는 분 ..... 01:35:18 397
1790350 도래미는 해리성장애에요 뭐에요? 유지나 01:21:35 643
1790349 엄마가 진짜 미워요 3 .... 01:17:08 1,470
1790348 가죽 트렌치코트 무겁겠죠? 3 밀크티 01:06:03 454
1790347 집에서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가전제품은 뭐가 있을까요 17 00:58:29 2,402
1790346 월세사는 중 한해 주택2개를 구입하면요 연말정산 00:58:13 325
1790345 제롬과 베니타는 2 00:45:38 1,406
1790344 초등입학 선물 남아 추천해주세요 2 내나이가벌써.. 00:31:17 242
1790343 유행타는 음식들 저 거의 안먹어 봄 16 ㅇㅇㅇ 00:27:14 1,955
1790342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난방비 폭탄 2 ㅇㅇ 00:22:28 2,279
1790341 뭐로든 방송한번 타면 위험하네요 3 ........ 00:21:51 2,828
1790340 부산 기장 아난티 근처 대가족 식사할곳 추천 부탁드려요 7 .. 00:18:56 701
1790339 방탄 컴백 9 진주이쁜이 2026/01/19 1,882
1790338 한살림에 .. 2026/01/19 741
1790337 집없고 재산은 현금 2억인 싱글이 8천만원 주식 넣으면 9 2026/01/19 3,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