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피에타 소년의 성장을 압축한 장면에 대하여..

스포有 조회수 : 3,440
작성일 : 2012-09-17 17:45:37
피에타를 보신후 여운이 남은 분이나 파에타에 관심있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아서 글쓰시분께 양해를 구하고 퍼왔어요.

[펌] 베스티즈 cover84님의 피에타  소년의 성장을 압축한 장면에 대하여

'강도가 엄마를 인정하는 장면이 너무 급하게 진행되지 않았나'라는 것에 대해서 나름의 변호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전제를 하자면, '엄마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과정이 아니라 아기가 소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엄마를 사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도가 엄마를 인정하는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를 인정하는 과정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인간은 배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궁 밖으로 '밀려나' 세상밖으로 떨어집니다. 세상엔 온통 낯선것만 있습니다.
아기에겐 세상이 한번도 자기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일하고 가족을 먹이고, 먹고, 때로는 가족과 싸우고, 서로를 미워하고 그럼에도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은 강도와 상관없는 것처럼요. (심지어 옷을 벗고 자신을 유혹하는 여자조차 관심없습니다)
그런데 엄마란 사람이 나타나 자신을 안고, 어르고, 밥을 먹입니다.
아기는 모든게 싫고 이상해서 울고 또 웁니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는 아이를 낳고 처음 먹이는 모유, 즉 엄마의 초유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봄이 반복되면서 아기는 비로소 엄마를 믿습니다. 
주는 밥을 얌전히 먹게 되고, 이 사람이 내게 호감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한켠엔 계속 의심이 듭니다. 그래서 엄마를 시험합니다.
이 사람이 정말 내 편인가. 이 사람의 인내심은 어디까지인가.
그래서 끊임없이 모자는 부딪칩니다. 아기때부터 미운5살, 죽이고 싶은 7살 정도의 단계입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안간힘을 내며 그 단계를 지내오듯 강도의 엄마도 강도의 생 살을 씹으며 그 단계를 넘어갑니다.
동시에 그 단계는 엄마를 이성의 한 모델로 생각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흔히 '나 커서 엄마랑 결혼할래'단계입니다. 
프로이드가 말하는 오이디푸스 단계, 소위 말하는 남근기와도 관련이 있죠.
강도는 '엄마'를 추행함으로써 그 단계에 도달, 자각하고,(강도가 '엄마'를 추행하는 것은 응석인 동시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인 것같습니다.)
그렇게 30년동안 정체되어있던 강도의 남근기는 몽정을 도와주는 엄마에 의해 비로소 성장이 시작하고 모든 발단단계가 충족된 아이는 고분고분해집니다.
엄마품이 그리워 나란히 눕자 날벼락같이 뺨을 맞고서도 '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묻는 강도는 이미 사랑을 충분히 받아 성숙해진 아이입니다.
그 기간이 지난 아이는 이미 엄마의 자식이 아닌 한 사람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가기 시작합니다. 친구를 만든다거나,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라는 식으로요. 사춘기라 부르기도 합니다.
강도는 점차 자신을 둘러싼 청계천 사람들이 '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강도는 성장은 이어지고, 엄마를 사랑하는 동시에, 독립적 개인으로 인식합니다. '내 엄마' '나를 버린 엄마' 같은 것은 어찌됐든 상관없어지고,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어때?'  등등 '엄마를 지켜줘야한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보통 책임감있는 아이들이 부모의 노후를 생각하며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모실지' 생각하는 단계처럼요.
즉, 인간이 제대로 엄마에게서 떨어져나가기 위해선 그 이전에 무조건적인 사랑과 충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역설적으로 구세대에 대한 반감,반항, 열등감같은 부정적인 감정조차 성장과정에서 정서적인 기틀이 형성된 후에 만들어지는 감정입니다.
또한 습관적인 학대에 길들여지거나 제대로 세계관 형성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동물적 본능에 기대 타인을 대하고, 인간사회를 정글같이 인식하며 비양심적인 행동에 거침이 없습니다.
그처럼 강도에겐 처음부터 엄마가 없었기 때문에, 규범, 금기, 친구, 짜증 등  아무것도 없습니다.
친구도, 감정을 구분할 방법도 모르고, 가족이니 알수 없는 것들에 매여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다른 곳의 감상글 중에 '악마'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엄마를 사랑하냐 는 요지의 말도있는데 사실은 강도는 처음부터 악마가 아니라 그냥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마는 선을 이해하기에 그에 반대하는 악을 실천하지만, 동물은 처음부터 선악의 구분이 없듯이 말입니다. 강도는 살기위해 삽니다. 그 산다는 행위는 타인을 죽이거나 때리는 것도 포함입니다.
우리는 사자가 가젤을 잡아 내장을 후벼파먹는 모습을 보고 끔찍해하지만 사자에겐 그것이 생활이듯이. 강도에겐 그것이 생활이었던거죠.
강도가 맹수와 다른점은 그저 음식을 불에 익혀 먹는다는 것 뿐.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다는 강도는 30살이 넘어 엄마를 만난 동시에 압축성장을 한 셈입니다.
강도가 '엄마'라는 존재에게 빠져드는 속도와 진행은 낭만적인 시선도아니고, 
다른 여느 인간들과 똑같은 패턴의 성장을 했을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초반 강도가 엄마를 '밀어낸다'라는 과정에서조차 사실은 강도는 엄마를 인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다른 모든 인간도 강도와 마찬가지로, 태어난 즉시 부모라고 주장하는 존재를 무조건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요받고, 몇번의 실랑이를 통해 결국 가족을 인정해가는 것 처럼요. 
다만 강도가 성인 남자로서, 그리고 전두엽 (이해, 배려,참을성 등등을 관장하는 뇌의 부위- 물론 부모의 역량에 따라 발달은 천차만별이라지만.)이 다른 성인 평균남자와 비슷하다는 전제하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성장속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제 생각이고, 강도가 왜 그렇게 쉽게 엄마를 믿게 되었나? 라는 의문에 대한 제 나름의 추측글입니다. 

결국 피에타에 나오는 '신' 이란 '남과 다를 것 없는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을 있게 만드는 것,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는 것은 도구의 사용이나 불의 사용이 아니라 양심이나 측은지심의 유무이며,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은 오직 엄마에 의한, 혹은 그 정도의 역할을 대치할 사랑때문에 살아있는 동안의 강도는 사실 죽어있었고, 죽음을 선택한 강도는 사실 그것이 삶이라는..이중적인 의미, 피에타 석상과도 맥이 닿는 결말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하는 것은 혹시나 그 부분이 줄거리나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그러려니, 그렇다 치고' 넘어가는 진행이라고 느껴지는 분이 계실까봐 나름 이야기를 적어보았네요.

* 아참, 추가하자면 반대적인 의미로 강도의 '엄마x' -> '엄마o'가 되어가는 엄마 성장과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요. 다만 '엄마'에겐 상구라는 앞선 '아들'이 있었기에 그런 감정의 자각이 더욱 빨랐다고 봅니다. 
IP : 218.236.xxx.8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9.17 5:49 PM (211.45.xxx.170)

    제목도 스포인거같은데요?
    내려주세요...
    제목을 바꿔주시던지..

  • 2. ..
    '12.9.17 5:53 PM (58.126.xxx.76)

    쎈스 없이 제목에다 스포를 버젓이.....진짜 매너 없으시다.

  • 3. 원글...
    '12.9.17 5:56 PM (218.236.xxx.82)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이미 관련글이 많아서 제목 정도가 스포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네요.
    센스없이 제목에 스포를 버젓이 올려서 죄송합니다.
    제목 수정했어요.

  • 4.
    '12.9.17 6:10 PM (220.116.xxx.187)

    펌글이면 원문 주소 주시겠어요 .....

  • 5. ........
    '12.9.17 6:34 PM (211.179.xxx.90)

    되게 까칠하시다들,,,

    같이 공유하자고 펌글 가져오신건데
    다양한 생각도 들어보고 좋으네요

  • 6. ....
    '12.9.17 6:48 PM (58.237.xxx.105)

    저도 이 글 읽고 엄마 찾던 어린아이같던 강도의 어떤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 7.
    '12.9.17 7:31 PM (110.70.xxx.182)

    이런계산을다하고 영화를 만든김기덕이 천재인건지.

    자연스런 연출속에 이런 포인트를 잡아낸 원원글자가 똑똑한건지..

    리뷰감사요~

  • 8. ---
    '12.9.17 7:42 PM (211.108.xxx.15)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 9. ....
    '12.9.17 7:46 PM (122.34.xxx.15)

    근데 이 글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되는게 여자들이 김기덕 감독 작품을 선호?하지 않게 되는 이유도 감정선이 섬세하지 않고 툭툭 던져지는 느낌이 있어서란 생각이 드네요. 여자들은 이렇게 설명해서라도 감독의 감정선을 이해해야 하는 동물이라는 생각도 들고 ^^;; 감독은 본인 영화의 그런 부분을 반추상이라고 정의하더군요. 저도 김기덕 감독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갠적으로 섬세한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해서ㅎㅎ 아 피에타는 좋았습니다.

  • 10. 음...
    '12.9.17 8:08 PM (219.249.xxx.124)

    이렇게 오랬동안 여러가지로 곱씹게 되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여러모로 이 영화는 강추 합니다.

  • 11. 가을하늘
    '12.9.17 8:51 PM (59.19.xxx.121)

    아 ,,몰라몰라,,넘 난해해,,나한텐, ㅠㅠ

  • 12. ..
    '12.10.13 12:48 PM (14.47.xxx.55)

    잘읽엇어요

  • 13. 유키지
    '12.10.15 12:04 AM (183.100.xxx.24)

    감독님 말처럼 반추상였던 영화를
    많은 부분 이해하게하는 해석이네요
    이런 내공 부러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7714 홍삼인지 말린 인삼 냉동실 2012/09/27 814
157713 어린이들 한복 많이 해주시나요? 9 .. 2012/09/27 1,145
157712 애니팡 하트 보내주는데 한개 5원이라니 8 하트 2012/09/27 2,193
157711 제 주변엔 생활비 천만원 쓰는 경우도 많은데요 24 생활비 2012/09/27 5,716
157710 악성코드 삭제하라는 파일제거법좀ㅠ 2 lemont.. 2012/09/27 916
157709 아래 6억동영상글 대문으로 보내기 미션중. 8 .. 2012/09/27 1,289
157708 그리운 님 1 .... 2012/09/27 1,656
157707 임신해서 부른 배만 보고 아들이네~이소릴 별로에요..ㅡㅡ 5 .. 2012/09/27 1,903
157706 어디? PK; 25일엔 안 후보(47.2%)가 박 후보(45.0.. 5 앗싸 2012/09/27 994
157705 아망* 또는 모던*우스 에서 파는 암막커튼 어떤가요 3 커튼 2012/09/27 2,060
157704 올해부터 매번 추석은 친정으로 가기로 했어요 21 ㅋㅋ 2012/09/27 3,096
157703 수삼이 생겼는데 4 수삼 2012/09/27 1,150
157702 [펌]과일 포장지의 위험성 4 ^^ 2012/09/27 1,411
157701 사과 중에 최고는 홍로 인 것 같아요....... 16 과일 2012/09/27 3,025
157700 여수애양병원 인공관절 수술 괜찮을까요? 2 인공관절수술.. 2012/09/27 2,536
157699 월천 버는 직업중에 부부교사? 29 ... 2012/09/27 4,797
157698 두텁떡 맛있게 하는 집 6 추석 선물 2012/09/27 2,547
157697 어제 덕성여대축제 서인국 7 보세요 2012/09/27 2,980
157696 아이학원차량 기사님 해바라기유 선물은 어떤가요? 2 .. 2012/09/27 1,480
157695 슬라이스된 삼겹살 요리는 뭐가 있을까요? 3 삼겹살 2012/09/27 919
157694 럭셔리 사이트 어디 있나요? ㅎㅎ 2012/09/27 1,984
157693 가계부 엑셀로 작업하라 하시던데.. 4 감사해요 2012/09/27 1,219
157692 82csi 출동 부탁드려요 '안동냉건진국수' 아세요? 7 9494 2012/09/27 1,576
157691 철수씨는 1000만원 탈세하고 1500억 기부했다 그네 너는? 9 그래 2012/09/27 1,896
157690 시어머님들 당일날 친정가면 서운한가요? 33 며느리 2012/09/27 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