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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움받는 포지션에 익숙하셨던 분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 조회수 : 2,376
작성일 : 2012-09-15 23:17:11
전 학교다닐때 내내 왕따였다가 자퇴하면서 왕따가 끝났어요. 

그 이후로 자잘하게 여기저기 소속되긴 했지만 단기로 끝났고, 보통 인간관계에서 일을 크게 치루고 시끄럽게 만들었어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고 가장 편하고, 사는 데 너무 많이 지쳐서 2년 정도 무직상태로 있는 20대 후반입니다. 

예전에 제가 힘들었던 일들을 혼자서 생각하니 앞으로가 너무 막막해서 두서없이 글 써봐요. 



제가 왕따를 당한 이유는 우선 잘 씻지 않아서였어요. 청결 관념이 없는 아이였다고나 할까요. 

초등학교때 2-3일에 한번씩 씻는 것에 아무런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어요. 기타등등 여기에 적기도 부끄러운 

지저분한 습관들에 무감각했던 아이였던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것보다 혼자 구석에서 책 보는걸 좋아했어요. 아침에 학교 가서 자리에 앉으면

학교 끝날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던 기억이 나네요.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혼자있어도 심심함을 느끼지 못했어요. 

한가지 더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모이면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들-자잘한 권력관계 같은 것들을 무감각하게 

보아 넘기지 못했어요. 초등학교때부터 같은 반에 왕따가 생기면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연히 다른 친구들은 저를 좋게 보지 못했겠지요. 제가 겪은 학교에서는 전혀 예외없이 모두가 왕따에 동참했어요. 

사람들은 악이고, 그 사람들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이 생기면 돕는 것이 도리다-같은 것이 저의 세계관이었습니다. 

한가지 더 생각나는건 수업시간에 모르는 것을 질문하거나 선생님이 하는 질문에 답하는 것에 서슴없었습니다. 

그것이 좋지 않은 행동으로 통용된다는 것은 다 커서야 알게 되었어요. 

또한 제가 경상도 지방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사투리를 전혀 쓰지 못했습니다.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는데도요. 

부모님이 서울 말씨를 쓰시고, 어릴때부터 주변과 교류하는데 익숙지 못했기 때문에 사투리를 못 쓰는 등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문제는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말하고 듣기가 어려웠어요. 발음을 정확하게 하는 것, 

발음을 정확하게 듣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네요. 

뚱뚱하고 꾸미는데 관심없고 예쁜 것들에 관심 적은 성격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사람을 좋아할 수 없었어요. 제 눈에는 악마 그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하는 행동들이 그렇게 여겨졌거든요.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커서도 문제를 일으키며 다녔습니다. 

일을 해도 동료를 사귀는데는 관심 없었어요. 그리고 동료가 하는 잘못된 일에 대한 비판하는 감정을 크게 가졌죠. 

그 감정을 꾹 눌러두다가 좋지 않은 상황에 좋지 않은 방식으로 폭발시키면서 점점 이 세상에서 저의 입지는 좁아져갔어요. 

정신분석 상담, 정신과 치료, 인지심리 쪽의 치료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게 좋게 끝났다면 여기에 글을 적고 있지 않겠죠..

세상은 너무나도 잘못된 일들로 가득차 있고, 

저는 저 자신이 깨끗한지 아닌지에는 상관 없이 오직 남들의 문제로만 괴롭습니다. 



삶의 대부분을 공부하면서 보냈고 공부 쪽의 직업을 가지겠다고 생각했지만 

소질이 크지 않고 그걸 커버할만큼 대단한 노력을 하지 않는 데에 이런 성격상 결함들이 기름을 붓습니다.  

직업을 가져야 할 나이인데 몇 년째 무직으로 살고 있네요. 저와 비슷한 다른 분들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요즘 하는 일은 직업학교를 알아보는 것인데요, 같은 문제들이 반복될 것이고 아마도 세상을 저주하면서 

큰 일이라도 내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인간관계라니, 저에게는 끔찍하게만 다가오는 말이네요. 
IP : 121.160.xxx.23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12.9.15 11:22 PM (112.104.xxx.183) - 삭제된댓글

    자신이 원인을 잘 파악하고 계신데요.
    일단 하나하나 개선해 보시면어떨까요?
    우선 매일 씻는다.
    두번째 남일에 전혀 관심갖지 않는다.
    이 두가지만 실천해보세요.

  • 2. ..
    '12.9.15 11:27 PM (61.98.xxx.122)

    님은 남들을 받아들일수 있는 마음을 가질수도 있었지만 성장하면서 그런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는 좋은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에 그런 인간에 대한 적대감이 계속 쌓여간거같아요.
    우선 일을 찾아서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찾으면 좀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남을 받아들이기 쉽게 될거예요.
    살아보면 좋은사람들도 많은데, 님이 너무 일찍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고 담을 쌓은것처럼 느껴져요. 오늘밤 편안히 주무세요^^

  • 3. ..
    '12.9.16 12:10 AM (121.160.xxx.238)

    답글 달아주신분 감사해요. 남 일에 관심갖지 않는다는건 누가 부당한 일을 당해도 못 본 척 넘기는 것이겠지요?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왕따를 도와주지 않아도 어차피 왕따당할 아이들은 왕따당하고, 힘들어서 자살이라도 한다고 해도 자연의 섭리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왠지 제가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은 왜 드는지 모르겠네요... 전 요즘 하루에 세 번 이상 씻어요. 오늘은 다섯번정도 씻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집에만 있을 때의 이야기이고 밖을 다니게되면 땀이 나는데 그 체취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마음이 힘든 기간에는 2-3일에 한번씩 씻어요. 하지만 괜찮을때는 체취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두가지를 실천하면서 살면 언젠가 인간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쓰니까 제가 무슨 나무같고 그러네요 ㅋㅋ) 사람들은 너무 악하고 그들을 보면서 마음에 쌓이는 울화는 저를 너무 힘들게 해요. 전 총기집단살해범이나 숭례문 불태운 사람이나 다 이해돼요. 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눈에 선하게 보이거든요.
    이런 상태에서 직업학교 다녀도 될까요? 학교와 학생들에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닐까 걱정되어요. 전 일부러 감각을 무디게 하지 않는 한 부당한 일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그러면서 원한을 마음속에 가지게 될 것 같아요... 물론 직업은 절실히 가지고싶어요. 저 한 몸은 책임지며 살아야 하니까요...
    써 주신 것 감사드려요. 어떤 방향으로든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네요.

  • 4. 윗글에 이어서
    '12.9.16 12:15 AM (121.160.xxx.238)

    리플 지우지 말아주세요. 지금은 제 감정에 빠져있어서 단어들이 잘 안 보이지만 괜찮아지면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보려고요. 거듭 감사드립니다.

  • 5. 작은 위로..
    '12.9.16 12:56 AM (183.101.xxx.207)

    누가 안되보여서 도와주려는 마음을....누군가 매력있어서 동경하는 마음으로 바꿔보는건 어떨까요?
    동성이든, 이성이든.....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면
    인간관계가 훨씬 편해지실 것 같아요..
    글쓰신걸로 보아서는 참 차분하고 성격 좋으실것 같아요...안타깝네요...ㅠ.ㅠ
    그리고 어려서 잘 안씻었던 기억같은건 이제 버려도 되세요..
    어려서는 부모님들이 잘 안 안챙겨주면 안 깨끗했던 애들 많아요..
    본인이 커서 그것을 인지한 다음부터는 알아서 다들 잘 하게 되쟎아요...^^

    아 그리고, 왕따를 보고 모르는체 하라는게 아니라...불의를 보더라도 살짝 눈을 감는것은 필요한것 같아요..
    그것에 일일이 반응을 하다보면 내 자신이 너무 피곤해져요...
    비겁하지만,....다들 그래요..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나 하나 건사하고 살기도 힘들어서, 남한테까지 관심 가질 에너지가 남아나질 않아요....어차피 내가 나라를 구할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도 아니니까요...ㅠ.ㅠ

  • 6. 음...
    '12.9.16 2:38 AM (112.104.xxx.183)

    그냥 다시 원글님께서 쓰신 댓글을 일고,원글도 다시 읽고....
    차분하시고 매력적인 분으로 느껴져요.
    뭔가 도움되는 댓글을 쓰고 싶은데 제가 그런 능력이 없는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예요.
    저도 불의를 보면 울화가 치솟고,괴로와하던 타입이었는데
    서른이 가까이 다 되어서 내자신을 보호 하는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내가 있고 나서 남도 있다....하는 생각요.
    우리나라는 어릴때 부터 대의명분을 위해,혹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걸 지나치게 미화하고 당연시 하는 교육을 한다고 봐요.
    이게 선천적으로 정의감이 뛰어난 애들에게 잘먹히고,자신에게 불행이 닥치는 걸 알면서도 뛰어들게 만들죠.
    그런데 자신이 희생되면,그걸로 삶이 불행해 진다면 그게 반드시 옳은 행동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지금이 일제치하라 독립운동을 해야하는 시대도 아니고요.
    어떤행동이던 자신을 보호하는 걸 최 우선과제로 놓고,그걸 전제로 다음 행동을 해야 한다는 거죠.
    원글님은 정의라고 생각해서 당연히 해야 할일이라 생각해서 했던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원글님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게 반드시 옳은건 아니라는 거예요.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마세요.

    사람은 다 비슷비슷하고,다들 이기적이라는 거...그게 정상이란걸 인정하시는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남들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울분을 느끼는 건 아마도 인간에 대한 기대치가 비현실적으로 높기때문은 아닐까 싶네요.
    다들 고만고만하게 선한면과 얌체같은 면이 내면에 공존하면서 그때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맞추며 살아가는게 인간이고,생명체 본질이 그런게 아닐까 싶거든요.
    극히 소수의 악질 싸이코나,성인만 빼고 보통의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거죠.

    사실 첫댓글 단 사람인데요.
    남일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건,지금 원글님이 지나치게 한쪽 극단에 계시니까 반대쪽 극단쪽으로 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셔야 그나마 중간쯤 가깝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 듯 해서예요.
    사실 세상은 내가 아니라도 잘 돌아가요.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주절이 쓰긴 했는데....모르겠네요.

    체취는 우리나라가 온대지방에 건조한 기후이기 때문에 매일 씻는다면 체취걱정은 안하셔도 되리라 봐요.
    본인만 민감하고 남들은 못느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행복하시길 바래요.

  • 7. 지니제니
    '12.9.16 5:18 AM (61.43.xxx.119)

    원글과 댓글들..진솔한글들이네요 . 이제 자라셨으니까 어린시절 극복할수 있을거예요 . 직업학교도 좋고..다른 인문학공부도 좋고 ..성경공부도 좋고 ..책 좋아하시고 내면은 반듯하시니 공부하는 환경에서 님과 통하는 사람들과 사람 사귀는 연습을 하나씩 해보세요 .그리고 에니어그램 공부하시면서 자신을 좀 더 자세히 아시면 자신감과 여유가 더 많이 생길거예요 .상담공부도 좋구요..

  • 8. ㅁㅈ
    '12.9.16 2:46 PM (124.52.xxx.147)

    별로 잘 살고 있지 못한듯 해요. 원래 사랑받는 팔자는 아닌가봐요.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 조차 무시당하고 사는거 보니. 나도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이젠 자유로와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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