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의 자격

셋맘 조회수 : 1,095
작성일 : 2012-09-14 13:05:27

아이의 작은 실수에도 분노가 치민다는분 글과 글에 달린 댓글들 다 읽고 가슴이 진정이 안돼서요..

그간 나름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아이의 바램과는 별개의 내 나름의 방식일 뿐이었다는 처절한 반성이 듭니다.

제 아이는 초 2학년이구요. 여지껏 딱히 뭘 잃어버리거나 두고온적도 없어요.

학교 숙제뿐만 아니라 학원숙제를 놓치고 간적도 없고, 선생님한테 한번 꾸중받은적 없이

수업태도 바르다는 칭찬도 자주 들어요.

주변 엄마들 친척들 학교  담임선생님들  한결같이 야무지다는 칭찬받는 아이한테,

나는 왜그렇게 작은 실수조차 다그치고 비난하는 모진 엄마였을까요.

왜? 라는 문제에 집중하면.. 저는 너무도 많은 문제 덩어리를 안고 있어서 답이 안나와요.

어린시절 매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서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고,

그래서겠죠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속에 늘 불안이 있고 무시받을까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어요.

지금도 온전하지 않구요.

칭찬에 약해서,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도 강해요.

나에대한 어떤 모함(직접 당해본적은 없지만)도 참기 어렵고.. 남편한테도 좀 전투적이에요.

대신 희생적인 엄마밑에서 자라서인지, 아이들에게는 엄하게 하면서도 어떤부분에서 헌신적이기도 해요.

흔한말로 자존감이 없다하죠.  바닥 정도가 아니라 땅속이에요.

남들이 보는 나의 이미지와 내가 알고 있는 내모습은 엄청난 괴리감을 갖고 있죠.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이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삶을 살길 기대하는데,

그 기대치라는게 너무나 높고 완벽하길 바란다는걸.. 인정합니다..

내 가정이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많이 의식해요..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어요.

한번씩 남편이 놀라면서 지적해요..   왜 그런일로 애한테 화를 내는가..

화를 내는 순간.. 아주 잠깐 저도 제 자신을 들여다보면.. 저도 놀라고 있어요..

'너 미쳤니?  왜 그런걸로 화를 내고있어?'  질문을 던지지만,

그순간 제어가 안돼요.  그냥 내속에서 무슨 불덩이가 튀어나오는거 같아요.

 

아이가 매사 똑부러지고 자신감도 넘치고 승부욕도 강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받고,

아이도 이미 뭐든 잘해야한다는 강박이 있는듯 해요.

밥먹다가 밥을 흘려도 제 눈치를 봐요.  

아빠한테 혼날때조차도 아이의 얼굴엔 엄마에게 들을 꾸중에대한 걱정이 이미 있어요.

그럴땐 저도 정말 마음 아프고 괴로운데,

아이의 작은 허물에 어느새 너무나 단호한 엄마가 되고 만답니다.

 

저는 제가 너무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기에,

아주 어렸을때부터 어른이되고 결혼을 하면 어떤 가정을 꾸리고 어떤엄마가 될것인가에대한

그림을 늘 그리며 살았던것 같아요. 

예쁜 아이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던 그 그림속에

예쁜 아이들과 자상하고 좋은 남편은 있는데,

나는 그저 웃기만 하면 되는데..

여전히 불안하고 화가 잔뜩 나있는 어린아이가 불청객처럼 그림에 들어가있네요.

 

아이한테 늘 걱정하고.. 미안해하는 엄마가 아닌,

당당하고 즐거운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요.

 

오늘은 학교 앞으로 아이 데리러 가서 손 꼭 잡고 집에 와야 겠어요.

 

제가 아이한테 입버릇 처럼 하는말..

노력해서 안돼는건 없어..  노력해서 안돼면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 인거야..

참.. 어른이 돼가지고 본인도 못하는걸 아이한테 당연하게 가르치고 있네요.

노력해야겠어요.. 지금 이 순간 부터.

 

속풀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19.69.xxx.5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2.9.14 1:09 PM (121.130.xxx.172)

    그래요. 아이를 저의 잣대로만 판단하고 틀에 가두려고 하는 모자란 엄마에요
    항상 아이들보면 마음이 아파요.
    좀 마음 넓은 엄마를 만났으면 우리 딸들 행복할텐데 하구요
    노력 해보자구요.. 함께

  • 2. 엽기공주
    '12.9.14 1:38 PM (175.204.xxx.218)

    저도 우리 애들이 가여워 지네요..ㅠㅠ 저도 완벽하지 못하면서 어린 애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부족한 엄마! 생각해보면 우리 애들이 다른 애들보다 잘하는게 훨씬 많은데도 그외에 한 번씩 실수하는것에 대해 너무도 엄격했다는 생각을 저도 합니다. 알고 있구요. 그런데 잘 안고쳐져요. 저도 함께 노력해 볼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8814 2013운세 7 2013 운.. 2012/12/10 6,464
188813 후드 달린 양털조끼.. 코트랑 입으면 후드때문에 보기 싫겠죠??.. 1 양털조끼 2012/12/10 1,682
188812 서울 요즘 운전하면 위험하나요? 언제 가능할까요? 12 운전 2012/12/10 1,614
188811 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수밖에 없습니다. 2 깨우침 2012/12/10 781
188810 룸메이트 주의사항-개념좀 가지도록 도와주세요 9 눈치없는여자.. 2012/12/10 2,816
188809 제발 수학 답좀 알려주세요.(급해요) 6 수학싫엇! 2012/12/10 1,071
188808 (문후보님 지지댓글 참여하세요!)'투표하라1219..링크 다시 .. 5 우리들의 날.. 2012/12/10 723
188807 답답합니다 3 .. 2012/12/10 692
188806 초등학생 데리고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 보신 분 있나요? 8 크리스틴 2012/12/10 1,807
188805 동호회 인간관계 조언 부탁드려요 5 어이가없다 2012/12/10 2,528
188804 수육 다섯근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8 우째야쓰까 2012/12/10 1,760
188803 박근혜 지지하는 분도 선언해봅시다 177 여기요 2012/12/10 38,400
188802 건강검진중 모양이 안좋은 혹이 있다고 클리닉을 가보란 말을 들었.. 바람은 불어.. 2012/12/10 1,612
188801 부동산에 집 내놓는 시기는 언제쯤 일까요? 2 하우스 2012/12/10 7,138
188800 열혈 문지지자님들! 2 포비 2012/12/10 1,018
188799 문재인 캠프 이름 담쟁이 참맛 2012/12/10 850
188798 런던에서 투표 했어요 ~ 2 커피걸 2012/12/09 844
188797 남자옷 헨리코튼 이란 브랜드 어떤가요? 7 따뜻한 겨울.. 2012/12/09 7,394
188796 요리를 배워볼까 하는데요.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6 남자 2012/12/09 1,478
188795 김장속 무우 갈아넣을때 어떻게 하는건가요? 6 Mmm 2012/12/09 3,668
188794 이제 해볼만해진겁니다. 겨우.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5 ㅇㅇ 2012/12/09 977
188793 시크릿 경험해본 분들만 보세요. 6 여기요 2012/12/09 12,840
188792 지역난방은 어떻게 해아하는걸까요? 5 지역난방 2012/12/09 3,134
188791 와우! 2000km를 40시간 버스타고 투표하신 분이 있군요. 6 우리는 2012/12/09 1,413
188790 문재인님 대통령 되시면 ㅠㅠ 2 달님^^ 2012/12/09 1,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