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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태어나 제일 잘한일은 우리 딸을 낳은 것 같아요.

울 딸 최고 조회수 : 3,709
작성일 : 2012-09-11 16:01:33

이런 말을 하면 아마도 육아선배님들께서는 '지금이 이쁠때다. 더 키워봐라.'라고 핀잔주실 것 같지만요.^^

 

전 진짜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회의가 많은 사람이에요.

세상에 태어나 가장 후회하는 일은 정말 일초도 망설임없이 '결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특히나 이렇게 가부장적이고 대화 안되고 독선적인 사람과 결혼한 것은 제 발등 찍은 일이죠...

근데 제가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누가 뭐래도 우리 딸을 낳은 거 같아요.

 

전 이제 막 두돌된 딸 하나를 키우고 있어요. 남편과 저는 대기업 회사원(회사는 다르지만)이고, 낮에는 시부모님께서 아기를 봐주세요.

심하게 여자 외모에 민감하게 구는 남편때문에 아이를 임신했었을때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그 기간을 생각하면 정말 다시는 임신하고 싶지 않네요).

임신해서 체중느는것 가지고 뭐 못먹게하고, 매일매일 체중 체크하고...

그래서일까, 뱃속의 아이가 여자애라고 들었을때 걱정이 태산같았어요. 태어나서 외모가지고 아빠한테 구박당하면 어쩌나, 아기가 살이 통통 올랐다고 먹을거 주지 말라고 하면 어쩌나...

 

다행히도 태어난 딸이 정말 다행히도....저와 남편의 외모의 장점만을 빼 닮았어요.

흰 피부랑 보조개, 갸름한 턱선, 버선모양 코는 저랑 똑같고, 쌍꺼풀 진 눈매랑 긴 속눈썹은 아빠 닮았구요. 게다가 태어나서부터 어쩜 그렇게 순했을까요.

모유 수유 석달을 했는데, 밤중에도 수유 한번이면 아침까지 내리잤어요. 백일 이후엔 아예 밤중엔 젖병조차 안 찾더군요.

 

다른 아기 엄마들이 '잠한번 제대로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하는 말이 이해가 안갈 정도였어요.

 

게다가, 어쩜 그리 잘 웃는지요.

엄마랑 아빠가 서로 웃을 일이 없어서 일부러 하느님이 이런 아기를 내려주신걸까 생각할 정도로...

누가 이름만 부르면 생글생글 웃었답니다.

 

출산휴가가 끝나고 회사에 복직을 했어요.

아기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안겨 아침마다 저에게 빠빠이를 합니다만, 백일때부터 두돌된 지금까지 아침에 떼부리거나 울며 달라붙는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항상 엄마 뽀뽀~빠빠이~하고 웃으며 보내줍니다.

그렇다고 아기가 애착형성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강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퇴근하면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벌써 달려나와요.

"엄마다! 엄마!"

하면서요.

말을 하면서는 어쩜 그리 애교스러운지, 제 목을 끌어안고 그래요.

"엄마 제~일 좋아!"

 

때론 자기 볼을 자기 손가락으로 콕 찌르면서 제게 웃어보입니다.

"엄마 토깽이 요깄네?"

하고요.

 

시부모님에게도 자기 아빠에게도, 이미 손녀가 있는 친정부모님에게도 울 딸은 애교덩어리, 이쁜이입니다.

 

어제 회사에 모처럼 월차를 내고 아이 어린이집 등원, 하원을 시켰어요.

하원하려는데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제 딸이 점심시간에 선생님께 와서는 "선생님, 맘마 안먹어요?" 하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응. 너희들 다 먹고 나면 먹을거야~"

하고 대답하셨더니, 울 딸이 자기 포크를 선생님께 쥐어주면서

"선생님! 맘마 같이 먹어요! 모두 같이 먹어요!"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어쩜 저렇게 키우셨어요. 선생님 밥먹는거 생각해주는 아기는 처음 봤어요.'라고

제게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시더군요.

 

사실 제가 키운 건 없어서 참 그런 인사 받기엔 민망하지만,

어린 나이에 배려를 아는 딸이 너무 이쁘고 고맙기만 합니다.

 

딸이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팔불출 딸 자랑 얘기 늘어놓아서 죄송해요^^

 

 

IP : 124.243.xxx.12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랑스럽네요.
    '12.9.11 4:05 PM (220.86.xxx.224)

    정말 사랑스럽네요...
    저도 저런 사랑스러운 딸이 있었음 좋겠어요....

  • 2. 이팝나무
    '12.9.11 4:07 PM (115.140.xxx.135)

    글만으로도 어떤모습의 아기일지 상상이 되요.....이뿌고 사랑스러운.깨물고 싶은 요정..

  • 3. ,,,
    '12.9.11 4:10 PM (119.71.xxx.179)

    좋은점만 닮은 아기가 태어나면 집안이 잘된다는 말이있어요 ㅎ
    우리 친척동생도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있는데요. 엄마가40쯤에 낳은...외동아이..
    바빠서 어려서는 키우지도못하고, 지금도 일하느라 항상 함께하지도 못하는데.. 엄마를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야단칠게 없는 아이라..언성 한번도 높혀본적이 없구요. 공부도 최상위권이예요

  • 4. 저도
    '12.9.11 4:13 PM (211.63.xxx.199)

    저도 결혼생활 초반엔 참 많이 힘들었네요.
    철없는 남편, 가부장적인 시집, 맞벌이하느라 제 몸은 너무 피곤하고 집안일에 육아에 회사에.
    그시절 저도 너무나도 이쁜 아들래미 때문에 버텼던거 같아요.
    하나같이 제 아이 너무 이쁘다고 칭찬들 해주시고, 한번씩 더 쳐다봐주시고, 남편도 아이 자랑하느라 바쁘고.
    지금은 몸도 마음도 많이 편해졌네요.
    원글님 아이키우랴, 일하랴, 시부모님들과 모시고(?) 사시랴 참 힘드실텐데, 힘내세요!!!!

  • 5. ....
    '12.9.11 4:14 PM (180.65.xxx.169)

    태어나서 3살때까지 보여준 애교로 나머지 30년을 키운다는 군요.
    재 뿌리는게 아니라 그렇다구요....ㅠㅠ

    아들 딸 키우는 엄마입니다.
    여기서들 중2 지나고 얘기 합시다. 라고들 하던데 초등 둘 키우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 6. ㅇㅇ
    '12.9.11 4:17 PM (211.237.xxx.204)

    저 고등학생 딸 키우는데도 저도 젤잘한일이 아니
    유일하게 잘한일이 저희 딸 낳은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뭐 ㅎㅎ
    근데
    오죽 잘한일이 없으면 자식 낳은게 제일 잘한일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엔
    선뜻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_-;

  • 7. 항상
    '12.9.11 4:20 PM (211.177.xxx.148)

    자랑입니다 이쁘게 키우세요 어려서 순한아이들 크면 아니라고 하더니 커서도 순하고 남 배려할줄알고 아주 예쁩니다 아~사랑스러워 갑자기 학원에 간 우리아이가 보고싶네요

  • 8. ......
    '12.9.11 4:22 PM (123.199.xxx.86)

    ^^........

  • 9. ......
    '12.9.11 4:29 PM (202.20.xxx.250)

    듣기만 해도 사랑스러워요.

    저도 엄마 속 많이 썩히긴 했는데.. 이런 딸도 딸이라고 엄마는 저한테 그랬어요. 딸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아직 아기 생각 없긴 한데 만약 낳는다면 저도 저렇게 예쁜 딸 낳고 싶네요.

  • 10. ..
    '12.9.11 4:30 PM (14.47.xxx.160)

    행복하시겠어요^^
    저도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일은 제 두 아이 낳은겁니다..

  • 11. 저도요
    '12.9.11 4:35 PM (211.243.xxx.47)

    신랑이 보면 서운 하겠지만... 저도 젤 후회 하는거... 우리신랑과의 결혼...
    성실할뿐 너무 능력이 안되는,,,
    욕심도 없고...요령도 안피우는...
    그런 신랑과 사이에 너무 예쁜 우리딸...13살이예요...
    너무 예뻐요...
    키도 크고 공부도 잘하고..춤도 잘추고...노래도 잘하고...
    뭐든 잘합니다...
    그래서 우리신랑하고 못헤어지고 삽니다..

  • 12. 누가
    '12.9.11 5:00 PM (58.143.xxx.184)

    만원쥉~~~~~~~ 하실거라는!!

    만원입금하셔야 될거예요. 여긴 자랑값이 있더라구요.
    하여간 딸은 꼭 있어야죠.

  • 13. 다행이네요
    '12.9.11 6:00 PM (118.33.xxx.41)

    엄마에게 행복을주려고 찾아온 아기천사네요.
    아기 내세워서 남편 기도 확 누르세요

  • 14. ㅁㄴㅇ
    '12.9.11 8:21 PM (59.2.xxx.147)

    하이고~~~~~~~~~~~~~~~~`
    글만 봐도 이뻐 죽겠네요
    제3자인 제가 봐도 이런데, 엄만 오죽하실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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