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말로만 듣던 '초식남',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남자 조회수 : 5,875
작성일 : 2012-09-09 22:46:42

 

남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유로운 집안은 아니어도

나름 좋은 대학교 나와 이름 있는 대기업 들어가서

제 앞가림을 할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초식남이 늘어난다, 는 기사를 봤을 때

속으로 그 사람들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제 그 나이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결혼하는 게 참 만만치 않구나, 라는 걸 경험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결혼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랬더니...정말 여유가 있어지더라구요.

제가 지금 가장 노릇을 하고 집안 생활비를 대느라

월 백만원씩밖에 저축을 못 하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 전세라도 해가려면 이걸로도 부족해보여서

타고 다니던 차도 처분해서 월 30을 더 아끼고

월 130씩 12개월에 설, 추석 보너스, 연차비 등을 더 해 1년에 2천을 모을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결혼을 안 한다고 생각하니 굳이 집을 해 가기 위해 돈을 모을 필요도 없고

차 굴리면서 월 백씩 모으면 3달만 모아도 풍족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가 있겠더군요.

외제차 사도 버틸 여력이 되고, 제가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살 수 있구요.

 

물론 아직은 그렇게 살 거라고 결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싶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제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잔소리 듣고 쩔쩔 매면서도 같이 꼬옥 안고 자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버티고 다음 날도 힘차게 일하러 가고 싶구요.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밖에 나가 같이 놀아주면서 행복을 느끼고 싶구요.

그런 평범한 삶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그려온 이상적이 제 삶의 모습입니다.

 

다만 그런 평범한 삶을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건 저보다도

이미 가정을 꾸리신 82분들이 더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요즘 들어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서

제가 초식남이 되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됐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들의 삶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하네요.

휴우~~ 사는 게 참...녹록치 않네요 ㅎㅎ

IP : 119.66.xxx.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혼자 사는것도 괜찮아요
    '12.9.9 10:48 PM (58.231.xxx.80)

    혼자 살면 도우미 구하면 식사,청소 해결 되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사는것도 괜찮아요. 남자나 여자나 꼭 같이 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 없으면 혼자 사는게 여유로워요

  • 2. 말티모
    '12.9.9 10:50 PM (59.25.xxx.163)

    골드미스에 준하는 능력있는 노총각을 초식남이라 하나봐요?

  • 3. 맞아요
    '12.9.9 10:54 PM (182.212.xxx.70)

    평범한 가족의 삶은 참 힘든겁니다..
    누군가의 뼈를 깎는 희생이 있어야 나머지 가족들이 평범한(평범한 줄 아는) 삶을 살수있거든요.
    그런데 각 가정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평범한 집이 없어요 글쎄...
    요즘 드라마가 막장이네 어쩌네해도 다 여기서 본 일들이더라구요..
    친구나 가족들에게 말을하면 특이한 가정이 되는거고 참고 숨기고 살면 평범하고 이상적인 가정처럼 보이겠죠..사는게 다 쇼에요..쇼..

  • 4. ㅂㅂㅂ
    '12.9.9 10:58 PM (222.112.xxx.131)

    혼자사는것도 나쁘지 않죠... 가장이 되서 경제적으로 가족을 이끈다는거..

    그것도 평생... 정말 쉬운일이 아닙니다.

  • 5. 남자
    '12.9.9 10:59 PM (119.66.xxx.4)

    말티모 // 골드미스와 같은 의미이긴 한데 조금 안 좋은 의미입니다. ^^; 일본에서 온 용어구요.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고 게임이나 자기 취미생활에 집착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말이에요. 골드미스는 나름 '관습에 저항해 주체적인 삶은 사는 여성'의 뉘앙스인 반면에, 초식남은 '남자가 가정 꾸릴 능력 없어 저러고 있군 쯧쯧...'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ㅎㅎ 일본도 남자가 가정을 책임져야한다는 인식은 우리나라랑 비슷하니까요.

  • 6. 남자
    '12.9.9 11:01 PM (119.66.xxx.4)

    휴우~ 그러게요. 제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정말 저도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잖아 라는 생각이 간혹 들어서요. 저는 가정을 위해 희생할 각오는 되어 있는데, 두려운 건 제가 그렇게 각오를 하더라도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라는 점입니다. 나름 대기업 회사원이 이 정도인데, 저보다 못 한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란 생각도 들어요.

  • 7. 고롸췌
    '12.9.9 11:05 PM (180.182.xxx.152)

    음.일단 마인드는 맘에 드네요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가정을 위해 내가 버는 돈을 쓰고.뭐 기본적인 마인드긴한데 요즘은 이런 사고방식 가진남자도 안많아서리.
    일단 저위에 맞아요님 말씀에 동의해요
    가정사를 잘 들여다보면.그나마 남이 보기에 꽤 괜찮게 보이는 집은 누군가 한명의 희생이 있더라구요
    그사람의 능력으로 가정은 겉으로 볼때 멀쩡하게 굴러가는것처럼 보일뿐이죠.
    그게 또 곪다보면 나중에 폭발이 되는거고. 과정상 누군가 곪아터지는 동안 내부의 감정적 소모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그러고 가정내에서도 자식문제..공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여러문제가 산재해있어요
    자식문제가 안걸리면 남편문제
    남편문제가 안걸리면
    돈문제.
    돈문제가 안걸리면 시댁또는 친정문제.그게 안걸리면 건강문제.
    나혼자 이모든걸 감당하는거라면 문제가 안되지만
    가정이란공간에 여러식구가 있으니깐요
    누군가 문제가 생길때 옆에 있는사람과 함께 고통을 안고가는거고
    그게 물려서 다들 고통을 받치고 가야 하는거고.
    암튼 돈문제를 떠나서도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거죠

    그래서 이 모든걸 안하고 혼자살면 최소한 정신적인 부분은 상당히 프리하겠다 싶어요
    어른이 되고 안되고의 문제는 차후문제구요.
    어느게 딱히 좋다 나쁘다 말하긴 좀 힘들지만.
    각자 개인역량에 따라 떠안을 문제죠.
    우리가정에서는 제가 뭔가 큰 책임을 가지고 끌어가니깐요
    가끔 다 싫어서 팽개치고 나가고 싶을떄가 있긴해요.
    모든일이 나에게서 나가 해결이 되는데
    저는 제가 이끌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그런일을 하기때문에 지쳐요
    암튼 가정을 이룬다는것.
    내 모든것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 너무 많아서요.
    굳이 결혼하라고 말하기는 싫으네요.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힘든게 평범한 가정이라고 생각해요.
    큰걱정 없는 가정요.

  • 8. 말티모
    '12.9.9 11:23 PM (59.25.xxx.163)

    그렇군요^^ 용어가 신선하네요. 초식남이라니 왠지 초식공룡, 초식동물 이렇게
    깔끔한 이미지도 느껴지구요.

  • 9. .....
    '12.9.10 1:08 PM (210.118.xxx.242)

    죄송한 얘기지만 이미 차를 가지고 계신다는 게..... 경제 개념이 없는 증거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6694 ◆ 자율형사립고, 과학고, 외고, 국제고 현황 36 자사고 2012/09/25 7,778
156693 나이 40 고민이 많아요. 2 ........ 2012/09/25 3,189
156692 급질) 싱크대 하수구에 달린 음식물 찌꺼기 분쇄기를 영어로 뭐라.. 7 캐나다 2012/09/25 10,054
156691 아,,, 들국화,,전인권,,그리고,,파고다극장,, 12 베리떼 2012/09/25 2,219
156690 이제서야 시집살이 한풀이를 12 안그러고 싶.. 2012/09/25 4,139
156689 옜날 삼풍백화점 사건 기억나세요? 25 ... 2012/09/25 10,642
156688 'LANVIN'이라는 브랜드 어떤건가요? 1 푸른새싹 2012/09/25 2,363
156687 지난달에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18 울엄마 2012/09/25 7,056
156686 ㅂㄱㅎ가 민주당요구하는 후속조치를 바로 시행했군요. 대단합니다... 9 .. 2012/09/25 2,818
156685 여기는 왜 남자를 부러워하나요? 10 왜남자를 2012/09/25 1,887
156684 아픔이 없다는건 참 좋은거네요.. 1 977 2012/09/25 2,005
156683 글내립니다 35 진짜 2012/09/25 6,436
156682 아이친구찾아 이사 가야할까요? 6 갈까말까 2012/09/25 1,948
156681 (급)아파트내 단지 주차접촉... 5 어찌 해결을.. 2012/09/25 1,821
156680 전국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수가 얼마나 될까요? 4 ,,, 2012/09/25 3,352
156679 19) 눈물이 나네요 41 그냥 2012/09/25 21,473
156678 유치원생 딸아이의 친구관계.. 2 .... 2012/09/25 2,664
156677 상위 3%면 어느 정도인가요? 10 문제집 2012/09/25 4,992
156676 내일 신의 기다려져요 11 최영 2012/09/25 1,880
156675 오랜만에 낯선곳에 버스를 타고 가다 1 ... 2012/09/25 1,143
156674 중고등 맘님들 고액 영어학원 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잘 하.. 4 초등맘 2012/09/25 2,208
156673 갤3LTE로 82자게보기할때 페이지 잘 넘어가나요? 6 혹시 나만 2012/09/25 1,081
156672 그 옜날 연대 자연계 수석이? 24 허허 2012/09/25 5,700
156671 그네님의 사과가 찜찜한 이유는..... 6 -_- 2012/09/25 1,704
156670 남편이 모기잡는 방법-너무한 거 아닌가요? 61 남편평가! 2012/09/25 14,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