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암수술했는데 남자친구와 함께 있기로 한 여자 이야기 후편의 후편입니다 ^^;

... 조회수 : 3,074
작성일 : 2012-09-05 15:43:00

82님들 잘 지내셨어요?

저번에 후기 썼을 때 여전히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셔서 힘이 많이 났답니다.

저는 다시 입원한 지 삼일째 되었어요. 암수치가 갑자기 상승해서 다시 치료 받으려구 들어왔는데 급하게 챙기느라

다른건 나중에 동생이 가져온다고 했고, 일단 노트북과 속옷만 챙겨서 들어왔습니다.

 

아직 휴학은 못했어요. 강의 첫주라서 아직까지는 빠져도 출석에 타격이 없어서 좀 두고 보려구요.

지난 항암치료에서는 일주일 입원동안 혼자 1인실 쓰면서도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밤마다 많이도 울었더랬습니다.

그때도 가을이었던지 겨울이었던지... 저는 워낙에 가을을 많이 타서 안그래도 싫어하는데, 세상에 혼자라는 느낌과

앞으로의 막막함등등에 한치앞이 보이지 않았지요. 그런데 이제 사랑하는 여름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시점인데 예전같은

외로움은 없네요.

 

남자친구는 병실에서 출퇴근 한답니다. 다행이 병원과 연구실이 가까워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한밤중에 감자튀김이 먹고싶다고 하면 나가서 사오고, 김치볶음밥이 땡겨서 먹고싶다고 하니 연구실에 딸린 부엌에서 볶

아 오네요.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르고 계속 학교다닐수도 있으니, 수업자료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우리 학교까지 찾아

가서 강의마다 대신 프린트물도 받아오더라구요.

엄마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막 해달라고 하기 좀 불편했는데 침대를 내려라 올려라 목이 불편하다 어쩐다 마구

시키고 있네요. 다시 건강해지면 은혜 갚아아죠. 얼마전까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성공했답니다.

"고마워, 니 덕분에 성공하게 되었어."

저 이제 전혀 아무것도 무섭지 않네요.

자기에게 무슨 좋은일만 있으면 제 덕으로 해주니 .... 난 해준거 아무것도 없는데.. ..

새벽같이 나갔다가 거의 밤 11시가 다 되어서 수염이 까실하게 자란채로 들어오는데 퇴근하고 와서 쉬지도 못하고

제 수발까지 드니, 저만 너무 하루종일 누워 편히 지내는 듯하여 미안하기도 해요.

제 집중력은 이미 떨어지고 있고 자주 어지럽기도 하지만,

부모님한테서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 아팠던 유년시절 치유될만큼 이 사람에게서 너무 많이 받고있으니까요.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요. 예전에 댓글 달아주신, 저와 비슷한 경험 하신 분 말씀처럼, 안나아도

괜찮고 또 재발해도 괜찮아요. 죽지 않으니까요.

머지 않은 훗날 결혼하게 되면 82에 잊지않고 꼭 소식 전할게요.

고맙습니다.

 

 

IP : 121.132.xxx.13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9.5 3:46 PM (119.202.xxx.82)

    이 시기를 잘 극복하시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을 서로의 짝이 되어 있을겁니다. 원글님 씩씩하게 치료 마치시고 건강해져 결혼 소식 들리길 잠시나마 빌어드릴게요.

  • 2. 기현맘
    '12.9.5 3:55 PM (117.111.xxx.249)

    저도 12일에 1차 항암해요....님글보니 동지애도 생기고 용기도 생기네요..... 솔직히 저 쫌 쫄아 있었거든요~
    우리 언넝 치료해서 씩씩하게 살아요~^^

  • 3. -----
    '12.9.5 4:03 PM (112.216.xxx.82)

    모두 힘내세요~ 저도 6차 항암 28회 방사선까지 받았어요, 죽을것 같고 힘들었지만
    이또한 지나가리라~~하고 지냈어요 지금 1년 안됐지만 멀정하게 직장다니며 여행도 다니고
    아무일 없이 산답니다.

  • 4. 원글님홧팅!
    '12.9.5 4:05 PM (180.228.xxx.162)

    꼭 완쾌되셔서 지금함께하는 남친분과 결혼도 하시고..
    아이낳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꼭 82쿡에 올려주세요..
    원글님도..남친분도 홧팅!!!

  • 5. 힘내요!!
    '12.9.5 4:53 PM (58.148.xxx.141)

    여기 8년차 선배환우가 화이팅 보내요~ ^^

  • 6. ....
    '12.9.5 5:16 PM (116.43.xxx.12)

    꼭 완치되실꺼예요!!!믿어요 힘!!

  • 7. 마음씨
    '12.9.5 6:44 PM (110.70.xxx.25)

    아 뭉클해요. 응원할께요 지금처럼 행복하세요

  • 8.
    '12.9.5 7:42 PM (1.241.xxx.173) - 삭제된댓글

    한편의 인간극장 본거같아요 ㅠㅠ

  • 9. 유키지
    '12.9.5 10:42 PM (211.246.xxx.27)

    원글님처럼 좋은 분과의 사랑이 남친분도
    행복하게 하고 있어요
    받기만하는게 아니라 충분히 주고 계신거예요
    님 너무 용기있고 아름다운 청춘이예요
    두분 응원할게요
    그리고 기도할게요
    꼭 소식 또주세요

  • 10. ...
    '12.9.5 11:40 PM (99.226.xxx.54)

    꼭 완쾌하셔서 행복한 결말 보여주세요.화이팅!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2299 택시기사님들은 왜 ... 11 ..... 2012/09/14 3,505
152298 정봉주 가석방 11 달려라 2012/09/14 3,400
152297 개미지옥 입성 ^^ 5 병아리 2012/09/14 1,848
152296 9월 20일(목) 저녁 7시 / KBS 국악한마당 추석특집 공개.. 엘렉톤 2012/09/14 1,123
152295 힐러리는 멋지게 늙으신거 같아요. 8 ㄹㄹㄹㄹ 2012/09/14 1,933
152294 하루 3끼가 건강해친다는 의견이 있던데.. 13 ... 2012/09/14 5,708
152293 어쩌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나요? 1 십일조 2012/09/14 782
152292 김한길 "계파 패권 내리는게 쇄신 출발점" 6 세우실 2012/09/14 1,322
152291 영화 추천해주세요^^ 2 자몽 2012/09/14 757
152290 제주도에 2시에 도착하는데 뭘 해야할까요? 5 제주도 2012/09/14 1,248
152289 jasmine님 블러그 하시나요???? 1 ... 2012/09/14 2,294
152288 유아용 카시트 추천좀 부탁드려요~~^^ 5 파파야향기 2012/09/14 1,085
152287 중고물건 판매 3 하니 2012/09/14 953
152286 세상에 문제없는 가정이 많을까요 문제있는 가정이 많을까요? 18 궁금 2012/09/14 3,592
152285 <난 이거는 안 아낀다> 뭐 있으세요? 92 힘내자! 2012/09/14 18,556
152284 사교육의 문제점이 애들 마리오네트 만든다는거죠 인세인 2012/09/14 925
152283 낙지가격 2 초보 2012/09/14 988
152282 미국LA로 겨울방학동안 가 있으려구요. 아이들 정보 좀... 8 도움절실 2012/09/14 2,055
152281 질문)와인잔인데 1 ㅠㅠㅠㅠ 2012/09/14 803
152280 채칼문의 (감자전하려고요) 3 추전좀 2012/09/14 1,412
152279 저 소심한 자랑해봐요;; 17 소심한자랑 2012/09/14 4,705
152278 82cook 님들 도움 절실히 필요합니다. 8 .. 2012/09/14 1,529
152277 걸그룹 섹시댄스 보면 전두환때 호스티스 영화 보는 것 같아요 2 eee 2012/09/14 2,191
152276 아이에 대한 저의 교육관 7세에서 초등들어가면 바뀔까요? 10 바뀔까? 2012/09/14 1,561
152275 피부에 안좋은것 다 하면서 피부 안좋다고 투덜투덜 5 .... 2012/09/14 2,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