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개판이다. ‘당 꼬라지’가 정말 말도 아니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멱살잡이 일보 전이고 원내대표란 사람이 공개된 자리에서 당 원로에게 물벼락을 맞아도 이를 기사화 한 언론은 이 사건을 그냥 가십 정도로 처리하는 현실이다. 만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 원로에게 ‘당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라며 물벼락을 내렸어도 언론의 기사가 이처럼 가십 정도로 처리되었을까 생각하면 지금 민주당은 당도 뭐도 아니다.
진보당도 개판이다. ‘당 꼬라지’가 정말 말도 아니다. 당 대표가 구성원들이 당 혁신에 반대한다고 곡기를 끊는 단식투쟁에 들어갔는데 이는 분당이 최종 목표라고 언론들은 쓰고 있다. 그런데도 또 다른 당 구성원 중 우두머리급은 콧방귀를 뀌며 대통령 후보 출마 생각을 내비치고 있다. 그 생각이라는 것은 혹시라도 민주당이 다시 궁물(지분)을 내 주며 연대라는 것을 하자고 할 것이기 때문에 그 궁물이 마시기 위해서란다.
이 두 정당이 왜 이 꼬라지가 되었을까?
간단하다. 민주당이든 진보당이든 ‘우리들의 정당’이 아니라 ‘너희들의 정당’이었던 사람들이 머릿수로 밀고 들어와서 당을 통째로 삼키려다 목에 걸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주류라는 친 노무현계 인사들에겐 지난 해 11월 통합민주당을 만들기 전만 해도 민주당이 ‘너희들의 정당’이었다. 이해찬은 4년 전 손학규가 민주당 당권을 잡자 탈당하여 장외에서 머물며 혁신과 통합이라는 조직을 꾸려서 호시탐탐 새로운 정치세력을 꿈꿨다. 문재인은 혁신과 통합에는 가담했어도 민주당만은 너희들의 정당이었다.
문성근은 호남당 민주당으론 안 되니까 호남당 민주당의 기득권을 없애야 한다며 제 정당 통합 단일야당을 노래했다. 김두관은 호남당으론 경상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무소속이 좋다며 무소속 도지사를 꿈꿨고 그 꿈을 이룬 뒤에도 무소속 도지사를 고수했었다.
유시민은 호남당 민주당으론 안 된다며 끝내 자신의 정당을 창당, 끊임없이 밖에서 민주당과 힘겨루기를 하다 마지막에는 진보당으로 갔다. 이병완 정찬용 등 호남 친노계도 호남당 민주당으로 안 된다며 끝까지 민주당의 구심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지지층의 주된 논리도 민주당은 호남 지역당이므로 민주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당시 이들의 민주당 폄하와 민주당 죽이기에 줄기차게 대항했다. ‘호남당 민주당이 뭐 어떠냐’고 종주먹을 들이대기도 했고 텃밭론을 주장하면서 텃밭을 홀대하면 큰 밭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논리 하에 참여당을 만든 유시민은 비판했고, 장 외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던 사람들에게 민주당에 들어와서 민주당을 개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나는 호남지역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김대중 정신이 깃든 민주당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므로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거둘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떻든 내가 주장한 대로 유시민 일파를 제외하면 나머지 친노그룹은 민주당으로 들어왔기에 이제 그들이 정상적인 정치력으로 민주당을 개혁하고 호남당 아닌 전국당 민주당을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 그리 되었는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은 개판이 되었다.
진보당이 개판이 된 것은 내가 진보당을 잘 모르므로 언급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밖에서 바라 본 진보당 사태 또한 민주당이 개판이 된 사례와 별반 차이가 없다. 민주노동당일 때 너희들의 정당이었던 사람들, 민주노동당일 때 ‘민노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는 주장을 했던 사람들, 그들이 그 정당에 합류하면서 너희들의 정당을 자기들의 정당으로 바꾸려다 실패한 때문에 지금처럼 개판이 되었다.
간단하게 보면 민주당이나 진보당이나 원래 ‘우리들의 정당’이었던 사람들이 ‘너희들의 정당’이었던 사람들과 화학적으로 하나 되지 못해서 일어난 개판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일반당원과 권리당원이 주류인 현장투표의 표심과 눈에 보이지 않는 모바일표라는 숨은 표심의 차이, 당심이 확실한 현장투표에선 바닥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모바일에서만 월등한 득표력을 보이는 측은 그것이 ‘민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민주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정당이라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이 모바일 표심의 실제 함의에는 관심이 없다. 그 표들 중에 민주당 분열을 노리는 박사모가 개입되었다고 해도 일단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한 사람이 많으므로 좋다. 그 뿐이다.
반대로 모바일 표심에서 현격하게 밀리는 측은 또 이 모바일 표심을 폄하하기에 급급하다. 상대 후보가 조직력을 활용, 모바일 투표로 이끌어 내는 것으로 보고도 자신들은 그리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상대의 동원력을 비판하는데 그친다. 전화로 하는 투표의 투표율이 50%대에 그치고 있음에도 자기 캠프에서 동원한 이들마져 투표로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하여 이 싸움을 보는 ‘우리들의 정당’ 사람들은 구경꾼이 편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현재 각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말고 기존 민주당 지지자나 당원들 중 민주당이 ‘예전의 우리 정당’이라는 생각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후보경선에서 1,2,3,4위를 다투는 후보들 중 ‘우리들의 후보’라는 생각을 하는 기존 민주당 지지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가 지지하는 정강정책 때문에 지지하는 정당, 그 정당의 후보, 나와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 후보가 아니라 단순하게 ‘박근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는 경선, 지금 민주당의 경선을 이 외에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민주당 경선이 감동도 흥행도 없는 이유다. 안철수가 뜨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민주당 올인’을 주장하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얼마 전까지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민주당을 불임정당이라고, 민주당을 전남자민련이라고, 민주당을 희망이 없는 정당이라고 떠들며 물고 뜯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논리에 죽어라 방어하는 나 같은 사람을 ‘호남주의자는 닥쳐’라고 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감동이 없다.
지금 ‘민주당으로 뭉치자’고 주장하는 이들은 또 2002년 노무현이 민주당 후보일 때 ‘민주당 최고’ ‘민주당으로 올인’ ‘민주당 후보로 올인’을 주장했던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랬던 사람들이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민주당으론 안 돼’를 즉시 주장했다.
바로 민주당 안에 당 개혁특위가 설치되었고 ‘천신정’이란 홍위병들이 날뛰었다. 그리고 그 끝은 끝내 대북송금 특검이었고 열린우리당 창당이었다. 죽어도 민주당, 우리 민주당이던 사람들, 죽어도 김대중 우리 대통령 김대중이던 사람들은 어느새 ‘잔민당’ 'ranning9' ‘지역주의자’가 되어 변방으로 내몰렸다. 크게 숨도 쉴 수 없었다.
문재인이 후보로 선출된 2012년 9월 23일 이후 민주당, 나는 10년 전의 일이 그대로 재연될 것으로 본다. 지금 민주당의 주인인 척 하는 사람들의 모양새가 바로 10년 전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잔민당’ 'ranning9' ‘지역주의자’로 몰렸던 ‘우리 민주당’ 사람들은 지금의 ‘이해찬 민주당’을 ‘우리들의 정당’으로 보고 있지 않다. 10년 전에 우군인줄 알았던 이들에게 처참함을 맛본 사람들이기에 다시 10년 전의 일을 당하는 것 보다 차라리 처참한 꼴을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문재인을 후보로 만드려는 ‘이해찬의 민주당’이 과연 이런 심정을 알기나 할까? 모를 것이다.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으므로 ‘당 꼬라지가 이게 뭡니까?’와 함께 물벼락이 쏟아지고 ‘개판정당’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그래서 민주당을 '우리 민주당'으로 만들지 못하면 민주당은 대통령을 박근혜나 안철수에게 바칠 수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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