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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득 그리운 담양 소쇄원... 태풍에 무사한지요.

Deepforest 조회수 : 2,135
작성일 : 2012-08-30 11:12:21

아침에 눈뜨니 비가오네요.

이곳엔 잔잔한 비가 오지만 두차례의 태풍이 휩쓸고 있다는 남도는 지금쯤 얼마나 심란한 지경일지 마음이 아픕니다.

 

실은 볼라벤 때문에... 남편과 아주 오랜만에 감정이 상해있기에 처음으로 이곳에라도 주절거려 볼까하구요.

수도권에 무서운 강풍이 예보되던날, 퇴근해 돌아온 남편과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이다가 한마디.

내일 너무 바람이 심해 간판같은거 날아다니면 출근 안해도 되지 않냐고.

아이들은 휴교도 하는데, 누구나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이라면 하루쯤 쉬어도 되지 않냐 했죠.

그말에 남편은 당신은 내가 직장을 쉬는게 그렇게 쉬워보이냐 하더군요.

물론, 당연 아니죠. 하지만 만약 허리케인처럼 바람이 세다면 길을가다 혹은 운전하다 사고를 당할수도 있는데

생명을 지키는게 우선이지 출근하는게 우선은 아니지 않으냐....

그런데 문득 남편이 그러더군요. 당신은 다소 내가 하는 일을 소홀히 여기는거 같은 생각이 든다, 라고...

그럴리가 없지 않아요? 우리 가족의 생계가 걸려있는데, 더구나 남편은 그 직업내에서도 능력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과 존경을 받고 있는데....

 

어쩌면 어느 가정에서나 한번쯤 있을수 있는 이야기.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편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색 안하고 속으로 자존심 상해왔다는 생각을 하니

되려 제가 기분이 상하는 거예요.

그럼 아내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데 진지하게 얘기해볼 생각도 안했다는 건가?

평소에 저희 가족은 대화를 엄청 많이 하지요. 아침 저녁으로 왠만하면 식사를 같이 하기에 늘 할 이야기가 넘쳐서

밤에도 속닥거리느라 바쁜데... 그런데 정작 중요한 말은 마음에 남겨두고 있었다니...

남편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뭔가 서운한 말을 평소에 제가 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걸 마음에 담아두고

살아갈만큼 소통이 안되는 부부라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제가 더 감정이 상해 있네요.

어젯밤에 함께 영화 보자고 <건축학개론>을 고르더군요. 저는 다른걸 골라 돌렸지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

 

대학 3학년때 만나 8년동안 연애, 결혼한지 17년 되었군요.

생각해보니 참 오래 연애한 듯, 아직도 설레는 마음인데... 비오니 여러가지 생각이 나네요.

연애시절 함께 남도를 참 많이 다녔네요. 버스도 타지 않고 한여름 나절을 손잡고 걸어 다녔던 담양의 정자들.

한겨울 첫키스를 나누었던 눈쌓인 다산초당과 강진 앞바다. 동백이 흐드러지던 선운사....

처음 있는 냉전이라 고딩 큰딸은 어젯밤 동생에게 우리 일찍 자야 한다고. 엄마 아빠에게 지금 필요한건 뭐? 라며

눈을 찡끗거리더니, 아들내미와 둘이서 아침부터 뽀뽀해/ 결혼해 라며 손뼉치고....-_-

 

남편 출근한뒤 책상앞에 앉으니, 갑자기 담양이 그립네요. 그곳이야 매년 여름이면 그렇겠지만,

비바람 견디고 있을 소쇄원 대숲과 배롱나무 흐드러지던 명옥헌, 면앙정, 식영정....

20년도 더 지난 오랜 기억들 속의....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한번 다녀오고 싶은데... 부디 무사히 잘 견디어 주길...

 

 

IP : 110.14.xxx.13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issing
    '12.8.30 11:20 AM (67.171.xxx.108)

    소쇄원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글을 읽었는데

    결혼한지 17년만에 첫 냉전이라니...염장글이로군요..^^;;

    그나저나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담양의 여러 정자들에서 사춘기의 방황을 식히곤 했는데
    몇년전부터는 너무 사람들이 많아져
    예전의 호젓한 멋이 없어져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계시고
    순수하고 이쁜 마음을 지닌 두 아이들도 있으시고
    복이 많은 분이시네요

  • 2. Deepforest
    '12.8.30 11:23 AM (110.14.xxx.131)

    첫 냉전은 당연 아닌데요, 하필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서 다퉈서 아이들 보기에는 심각....;;; ㅠㅠ

  • 3. 비오는 담양
    '12.8.30 11:28 AM (222.101.xxx.55)

    이번에 담양다녀왔는데 고즈넉하고 남도 특유의 아늑함이 있는 곳이예요
    여기저기 손봐서 인공미가 살짝보여도 여전히 덜 손탄 곳 아닌가 싶어요.
    명옥헌은 8월말 배롱나무가 흐드러질때가,
    소쇄원은 비온 뒤 물이 불어 쏟아져내리는 물소리가 배경이 될때가,
    환벽당은 한여름 찜통더위에도 땀식힐 자연이필요할 때가 좋은 것 가아요.
    누군가가 가을의 환벽당은 더 멋지다고 하네요.
    환벽당이 보이는 소호 라는 레스토랑? 에서 보는 경치도 좋다고 합니다.
    면앙정도 식영정도 아껴서 나만 가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곳들입니다
    가을 꽃무릇 피는 경치도 보고싶네요.

  • 4. 죄송하지만
    '12.8.30 11:32 AM (182.219.xxx.131)

    남편분이 같이보자고 건축학개론을 고르셨는데
    무시하시고 본인 원하시는 다른 영화를 트신거예요?

    그 대목에서
    뭔가 평소에도 일상적으로 남편분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희엄마도 물론 본인인생 힘드시고 하지만
    아빠에게 일상의 스트레스를 몰아서 푼다는 생각이 가끔 들거든요

    가족이 가장 가까운 존재이긴 하지만 제일 만만한 존재가 아니고 내몸처럼 아끼고 이해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잘못 이해한거라면 죄송.

  • 5. Deepforest
    '12.8.30 11:35 AM (110.14.xxx.131)

    네, 아주 매력있는 곳이지요. 저희가 갔을때는 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땀흘리며 걷다가 하나씩 다가오는
    고즈녁한 정자들...그리고 화사한 배롱나무 꽃색깔.
    더불어 담양하면 언제나 황지우의 시들이 생각난답니다.^^

  • 6. Deepforest
    '12.8.30 11:43 AM (110.14.xxx.131)

    네, 그런게 보일수도 있겠네요. 새겨 듣겠습니다.^^;;
    건축학 개론은... 제가 보고싶다고 예전에 한번 말했었는데 남편이 바빠서 못보다가 문득 다투고 나니 생각이 났었나 봐요. 근데 뾰로통한 마음에 어젠 보고싶지 않더라구요. 만만한 존재라서는 물론 아니랍니다.^^

  • 7. @@
    '12.8.30 1:42 PM (14.33.xxx.163)

    여름 휴가에 담양에 다녀왔습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만, 소쇄원의 매력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아쉬워요 저도 화려한 볼거리 추구하는 사람 아닌지라 참 기대가 컸는데........
    너무 더웠던 걸까요?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한 번 가보면 윗글님들처럼 그 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런지....

  • 8. Deepforest
    '12.8.30 2:10 PM (110.14.xxx.131)

    음... 지금도 그대로 인지는 모르겠는데, 소쇄원 들어가기전 대나무 숲길의 싸아한 청정함.
    그리고 고요하고 호젓한 분위기. 담장에 수를 놓듯 적혀있던 한시... 등, 참 마음이 정갈해지는
    호젓함이 인상에 남았어요. 마루에 앉아 한참을 넋놓고 있었네요. 사람들이 북적였다면 느낄수 없는
    분위기 였을거예요.얼마전 우연히 구입한 서해문집의 이라는 책에서 보니
    한국의 전통정원 중에서도 소쇄원의 미는 자연미를 시적으로 구현한 조선정원의 대표작이라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풍경의 매력은 당시의 정서나 경험과 연관이 있는듯해요. 기억속에서는 어디나
    아련하고 그리워지게 마련이지요...

  • 9. Deepforest
    '12.8.30 2:18 PM (110.14.xxx.131)

    책이름이 입력이 안되었네요.- 풍경을 담은 그릇, 정원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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