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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는 남편..

푸른숲 조회수 : 1,369
작성일 : 2012-08-29 14:22:03

몇년 전 얘기지만.. 결혼식 직전, 열흘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몸이 붕 떠서 의자 사이로 목이 낄 뻔한 것을 제가 팔로 의자를 내려쳐서 사고가 팔의 타박상으로 그쳤구요. 바로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어야 하는데 이틀 후에 시댁 지역으로 가서 피로연을 미리 하고 와야했었구요. 그렇게 시댁에 갔더니 병원에 가야하냐고 물으시곤 결국 미용실로 데려가셨지요. 메이크업을 받고 3시간 동안 서서 접객을 하는 동안 겁도 나고 몸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앉아 겨우 식사를 하는 사이, 시부모님이 제 엄마 험담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신랑과 제가 한복을 맞춘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셔서 제 어머니를 욕하시는 거예요. 제 어머니가 사준 걸로 오해하셨어도, 너무 서럽더군요. 교통사고 난 사람을 이렇게까지 대해도 되나...참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신랑도 연애 때하고는 전혀 다르게 결혼 전후로 사람이 바뀐 기분이 들었어요. 교통사고든 결혼준비든 전혀 제쪽을 배려하지 않았고, 시부모님 입장이 먼저였습니다. 그분들이 원하는대로 뭣이든지. 평생에 한번 뿐인 결혼 자기 부모님 뜻대로 다 해드리고 싶다면서. 이래저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서울에 돌아와서 겨우 병원에서 X-ray를 찍고 보니 다행히 뼈는 상하지 않았고 팔만 시꺼멓게 멍든 정도였죠. 그래도 교통사고라는 게 겉으론 멀쩡해도 후유증이 남는 거니 절대안정 취하라는 의사의 당부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팔이 시꺼멓게 멍든 채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시댁에 인사드리러 가는 일이 남았는데, 시부모님댁에 인사가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자기 사촌형한테까지 인사를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 아예 명령조로.

 

그래서 제가 못간다고, 시댁에 가는 것만도 장시간 여행이라 힘들 지경인데, 교통사고 이후 여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사람을 사촌형 집까지 방문하자고 우기는 게 말이 되냐고 저도 맞섰습니다. 그날 엄청나게 싸웠습니다. 신랑이 끝까지 양보를 안하려고 들어서 결국 고성이 오가고 난리가 났었구요. 택시 타는 것도 한동안 무서웠는데 자꾸 끌고 다니니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어제 싸우다가 신랑이 하는 말이 저 때문에 자기는 친척관계 다 끝났다고 탓하는 거예요. 저 같이 못된 며느리 없다면서. 그때 교통사고 났을 때 사촌형네 방문 안한 것도 제탓이라는 말까지 나왔지요. 저 때문에 일가친척 연 끊겼다면서요.

 

사실 저 교통사고 때부터 저희 부부 심중에 갈등이 낙인처럼 찍혔어요. 교통사고 직후 임신하고, 입덧을 할 때도 신랑은 한번도 등을 두드려주거나 제가 먹고 싶다는 음식을 귤 외엔 사다준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동네 바깥으로는 한발짝도 성의도 없었구요. 임신 7개월에도 자기 고향 선배 결혼식이 있으니 같이 내려가서 참석하자고 고집부린 사람입니다. 선배 결혼식에 참석할 겸 시부모님과 함께 시간 보내자며. 출산 직후에도 전 찬물에 쌀 씻어야 했구요. 천기저귀 빨 때도 협조는 커녕 젖은 기저귀 넌 빨래 건조대에 자기 오리털파카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제가 샤워하는 동안에도 애기 돌봐준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람 주변은 다들 한달만에 털고 일어나서 직장에 출퇴근 한다고, 제가 엄살이 심하다네요. 시댁은 아예 제가 산후조리원 2주 들어간 것도 못마땅해서 "2주 후에 아프면 네 책임이다."하고 못박으신 분들이지요.

 

엄살..매번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신랑 때문에 서로 감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었네요. 제가 주변 사람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했어요. 교통사고 난 사람 이틀만에 장거리 여행에, 결혼식에, 또 신혼여행에, 그것도 모자라서 사촌형 집까지 끌고 다니려는 게 잘한 거냐고, 그런 방식에 협조안한 마누라 탓이냐고. 그 사람은 주변 의견도 묻지 말래요. 함께 사는 남편 생각만 중요한 거지 왜 남을 비교하냐고. 그래서 함께 사는 아내 생각은 왜 안하냐고 따졌구요. 왜 자기가 허리 아픈 건 그렇게 못참을 일이면서, 제가 교통사고 당하거나 출산하거나 그 모든 게 시댁이나 그사람한테는 엄살로 치부되는 건지. 왜들 사람 못잡아먹어서 안달인지, 한밤중에도 시부모님이 저한테 전화해서 (교회 빼먹었다고) 소리 빽빽 지르거나, 멀미나 현기증을 낫게 해준다고 머리에 다짜고짜로 대침을 꽂으려고 들고..조금은 아내와 며느리를 어려워했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며느리가 약자지만 시댁이나 남편이나 너무하는 거 아닌가요? 저 약골 맞긴 해요. 교통사고 나도 타박상 정도 우습게 아는 그 사람들과 달리 저는 예전에도 오토바이에 한번 치여봤기 때문에 무서워요. 애기 낳고 제 컨디션 쉽게 돌아오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남편은 제 얘기 안 듣습니다. 자기 얘기만 듣길 바라지요.

 

 

 

 

IP : 122.35.xxx.20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29 2:48 PM (110.14.xxx.164)

    할말이 없어요...
    근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비슷하다는게 문제죠
    저도 시어머니 병수발들때 시숙네가 너무 엉망이아 돌아가시고 나서 가능한 안보기로 합의하고 금전적 손해보고 끝났는데
    이제와서 저 때문에 형제간이 끊어졌다나요 헐. 여자들이 잘해야 집안이 화목하고... 말도안되는 소리를,,,
    니 형이 잘못한게 왜 내탓이냐...해서 싸우고 저는 가능한 안가요

  • 2. 푸른숲
    '12.8.29 3:11 PM (122.35.xxx.201)

    ..님 남편은 제가 너무 엄살을 부려서 탈이라는데요? 계속 이런 식으로 싸워가고 있는 거는 안 보이세요?

  • 3. ,,
    '12.8.29 4:05 PM (72.213.xxx.130)

    죄송하지만 남편 인성이 시댁어른들 인성과 동일한 것 같은데,
    이제와서 의견을 좁히려고 노력해도 그게 될까 싶네요.
    그런 부당한 상황에서 왜 결혼을 강행했는지 그 이유에 원인을 찾고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4. 후회
    '12.8.30 1:28 AM (210.186.xxx.226)

    휴..그때 친정 어머님 욕하실때 뒤집었어야 하는데..맘이 여려서..그게 안됬죠..? 그죠?
    이혼을 불사하고 한번 뒤집지 않으면 길고 긴 인생..그 신랑 데리고 백년해로할 자신 있는지..
    읽고 있는 동안에도 숨이 탁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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