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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돌아가신 아빠가 그리워요

ㅇㅇ 조회수 : 3,526
작성일 : 2012-08-29 00:46:54

돌아가신 지 이제 3년 정도 됐어요.

아빠는 경상도 대구 분이셨는데 말씀은 많지 않으셔도 인상이 좋고(우리 아빠라서가 아니라 정말) 조용하신 편이어서

뭐랄까요? 그냥 무뚝뚝하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요. 저희 집은 엄마아빠가 별로 싸우지도 않았어요.

아빠가 조용조용하시고 엄마 말을 잘 들어주시는 편이라서요. 그래도 자식들한테 특별히 애정표현을 하진 않는데

저에게만은 조금 그런 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보여주시곤 했어요. 제가 막내여서 그랬겠지만요.

 

엄마가 갈치를 구워서 주면 아빠가 항상 가시를 다 발라서 제 밥공기 위에 올려주셨어요.

항상 우물우물 밥 먹고 또 먹으려고 밥공기 보면 노릿하게 구워진 갈치 살이 항상 올라가 있었고

계란말이를 해도 제가 좀 늦게 먹어서 밥상 위 계란말이가 없어진다 싶으면 꼭 밥공기 위에 올려놓아주셨어요

근데 그게 언제 올라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딴데 정신팔려있다가 밥공기 보면 있어요. 가운데 토막으로요.

그래도 그때는 그게 특별한지도 모르고 아빠가 또 줬구나 하면서 홀딱 먹어버리곤 했었네요.

복숭아도 제일 좋은 거는 아빠가 깎아서 저 줬고요.

 

그러다보니 저도 학교에서 맛있는 간식 받으면 조금 남겨와서 아빠 주는게 습관이 됐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건 샌드위치였나? 진짜 맛있더라고요. 근데 그걸 1/4 정도 남겨와서 아빠를 드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먹던 거 1/4에 제 잇자국이 나 있는 걸 뭐 그리 중히 챙겨서(사실 먹고싶은 거 꾹 참고 드렸죠)

드렸나 싶기도 하지만요. 껌이나 사탕은 부지기수로 갖다 드렸죠.

 

아빠는 항상 저녁에 10시가 넘어서 퇴근을 했는데  엄마는 꼭 시원한 마실거리하고 과일을 준비해서 드렸는데

그것도 제가 먹고 싶어하는 거 알고 반드시 과일 한두 조각은 남겨놨어요.

그럼 제가 얼른 가서 접시 치우면서 또 먹고 ㅋㅋㅋ

 

오늘따라 아빠가 많이 보고 싶네요. 저 결혼하고 1년 후 돌아가셨는데 맛있는 것도 더 사드리고

같이 놀러도 다닐 걸 싶어요. 그래도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는 또 영원의 세상에서 헤어지지 않고

뵐 수 있겠지요...

 

IP : 115.136.xxx.2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29 12:50 AM (122.36.xxx.75)

    마음이 아프네요.. 글보니 아버지께서 원글님 많이 사랑해주셨고
    원글님도 아버지 잘 챙기셨네요 하늘나라에서 원글님 지켜주닌깐
    너무 외로워마세요 힘내세요^^

  • 2. 저도..
    '12.8.29 12:51 AM (58.123.xxx.137)

    돌아가신지 벌써 17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말 그립고 뵙고 싶고 그래요.
    이북분이시라서 뚝뚝하시지만 자상하고 유머있는 그런 분이셨거든요.
    저희 막내도 돌아가신 아빠를 추억할때면 원글님 같은 추억을 얘기하더라구요.
    옛말에 저승길을 갈 때도 막내는 애달파서 다시 한번 돌아보고 간다고 하더라구요.
    세월이 지난다고 그 아픔이 씻은 듯 가시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원글님 힘내세요..

  • 3. ㅇㅇ
    '12.8.29 12:55 AM (115.136.xxx.29)

    댓글 보고 눈물 찔끔 났어요^^ 제가 아빠 임종 때 계속 손붙잡아드리고 사랑한다고 아빠 힘내라고 그랬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아빠는 참 감정 표현을 많이 안하신 분이었고 그냥 평생 일하시다가 쉬실 때쯤 돌아가셨어요 그게 참 마음이 아파요.
    오빠가 소풍가면 제가 심심할까봐 아빠가 저랑 처음으로 지하철 4호선 타러 갔던 것도 기억나요. 아빠 이게 무슨 기차야? 하니까 **이는 아직 지하철도 안 타봤구나 라고 했던 그 문장이 아직도 생생하고요 4호선 지하철의 그 시원함과 파란색, 아빠 미소, 아무것도 안하고 지하철만 탔다가 돌아왔던 그 기억이 어쩜 이렇게 아직도 생생한지요.

  • 4. 아..
    '12.8.29 1:02 AM (115.41.xxx.10)

    정말 사랑 많이 받고 자라셨군요. 그런 원글님이 부럽네요.

  • 5. ㅇㅇ
    '12.8.29 1:09 AM (115.136.xxx.29)

    네 투병생활을 3년 정도 하셨었거든요 그래서 결혼식 때나 신혼 때 제가 아빠 때문에 눈물바람 하는거 신랑이 많이 봤었죠
    그래도 그런 추억이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돌아가셨을 때의 그 날카로운 충격과 쿵 하는 듯한 아픔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잔잔하고 진한 그리움이 예고없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 6. 아빠
    '12.8.29 1:12 AM (119.70.xxx.228)

    한테 미안해서 댓글 남겨요
    저도 막내 원글님처럼 디테일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빠가 늦둥이 딸내미 예뻐하셨어요
    근데 아빠 돌아가신지 이제 2년 넘었는데 무심해져요 나쁜 딸인가 봐요 원글 보고 한참 울었네요
    아빠 보고 싶어요

  • 7. ㅇㅇ
    '12.8.29 1:15 AM (115.136.xxx.29)

    아니요, 윗님. 저도 돌아가신 후로는 바쁘고 그래서 무심해졌고, 평소에는 별로 그렇게 애닯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갑자기 추억이 확 떠오르고, 맛있는 거나 아빠가 평소 좋아하던 거 그런거 보면 또 기억이 나더라고요. 살아가면서 다 그렇게 잊어가면서 그리워하면서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울지 마세요 ㅠ 한참 우셨다는 댓글보니 저도 또 눈물났어여 ㅠ

  • 8. 대한민국당원
    '12.8.29 4:14 AM (116.121.xxx.151)

    말이 안되는 애기를 해드릴까요? 아버지가 진심으로 보고싶으면 관세음보살 + 108정근 열심해 보세요. 진심으로 찾으면 보게 될 겁니다. ㅎㅎ;;미친년?놈?이라고 말은 하겠지만~

  • 9. 저도
    '12.8.29 11:05 AM (1.244.xxx.140)

    아버지 돌아가신지 3년 됐어요. 한 5년 투병하다 돌아가셨고, 아직도 살면서 자주 기억나는 분이세요. 저희 아버지도 이제 삼남매 키워놓고 이제 삶을 여유롭게 즐길만한데 병에 걸리셨고 투병 끝에 돌아가셔서 정말 힘들어하셨죠. 저도 아버지 투병 중 맘편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어서 남편이 과정 다 지켜봐 줬었구요. 그래도 아버지 돌아가시던 해에 태어난 제 아이가 벌써 세
    살이라 이래저래 시름을 잊게 해 주네요. 못 해 드린 것만 기억나는 거 보니 아직 아버지 잊으려면 멀었나봐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 10. 저도
    '12.8.29 12:38 PM (203.130.xxx.3)

    아버지 돌아가신지 이제 6개월 됐네요...작년 이맘때쯤부터 갑자기 투병하시게 되어서....

    저도 5남매 막내인데다 늦둥이라...아버지가 해주신 것들 당연한 듯 생각했던거
    이제 추억으로 남았네요...자고 있으면 밤늦게 한번씩 내방문 열어서 이불 덮어 주시고 나가고...
    엄마가 일때문에 집 비우셨을때 끓여주시던 맛난 라면...[아버지가 끓여주시면 더 맛났어요]

    저희 아버지도 경상도 분이라 엄청 보수적이고 버럭성질 있으셔서 싸우기도 많이 싸워서...
    아버지 돌아가시면 슬퍼나 하겠나 했더니 내내 눈물나게 하시네요

    오늘 점심도 시댁서 준 상추 뚝뚝 잘라서 된장찌개 남은 거 넣고 밥 비벼먹다가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식이라....아버지 생각나면서 눈물 뚝뚝 흘리면서 밥 먹었네요

    우리 딸이 아버지에겐 막내 손주인데....얼마나 이뻐하셨는지...한번씩 딸 보면서 아버지 생각나서 눈물납니다
    오늘따라 아버지가 무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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