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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여자, 멍뭉이 그리고 어느 다정한 오지랍퍼님

작성일 : 2012-08-18 14:41:00

지금 키우는 허연 개는 33kg. 이 크기로 제게 왔어요. 지하 매장하시는 남자분들이 강아지를 사서 매장서 키우다가 대형견 갑자기 뻥-뻥-커지는 걸 감당 못하셨나봐요. 한 살 지나 여러 지인의 도움으로 결국 제게 왔어요.

가만보니 그동안 매장에만 방치한 거 같았어요. 덩치만 산만하지 물정모르고 아주 어설펐어요. 도망치려구 하며 계속 불안해 하길래 새 집에 정붙이도록 또 도시의 당당한 일원으로 제대로 편입코자 보행훈련을 나섰습니다. 차도로 내려가지 않게 하는 것, 차와 오토바이의 속도에 경쟁하지 못하게 하는 것, 보도에서 갈지자로 걷거나 주인을 급끌어당기는 것을 교정하고 주인의 오른쪽으로 함께 우측보행하기.. 모두 바꾸려면 산책을 열심히 하는 수 밖엔 없었습니다.

어느 화창하고 건조한 가을날, 걷다걷다 저희 동네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흘러들었습니다. 교차로로 내려가는 길에 이 놈이 조금 속도를 내는 바람에 제가 휘둘렸습니다. 허위허위 내려가서 신호대기선에 딱 섰더니 바로 옆에 어느 아주머니가 저를 우아래로 훑어보시는 느낌이... 머 실수했나 순간 썬글라스로 가린 얼굴은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놈은 짖지 않았고 뻘짓도 하지 않았지만 워낙 큰 개니까 무서워 하시나 싶어 옆으로 좀 띄어 섰죠.. 신호가 바뀌고 걸어나가려는 순간 큰소리로, "에구, 내가 도와줄께. 얼마나 힘들어 그래~ 앞이 않보이는 사람이 살기에 만만치가 않지?"

갑자기 제 오른팔꿈치를 꼬옥 부여잡고는  저(그리고 제 개)를 인도(?)하시더라구요. 삼각형으로 휙휙 끌려가던 모습일 거에요. '어설프고 힘쎈 인도견 따라 나온 눈이 잘 않보이는 여자'로 확정하고 도와주시려는 마음이 찡해서 좀 거칠어도 뿌리치지 못하고 그냥 가만히 따라갔어요. 건너서는 어디로 가냐 어떻게 가는지 아냐고 물으시길래 이 길 똑바로 간다고 폴더 인사드리고 황급히 직진했습니다.

"그래 잘가. 자주 다녀. 또 봐" 잰걸음으로 멀어져가는 저 들으라고 격려해 주시는데 정말 놀랬습니다. 아주머니 어디서라도 이 글 보시면, 본의아니게 속인 게 되었던 점 이해해주세요.. 장애인의 보행중에 저렇게 간섭하면 않되는 걸 알려드릴까 잠시 생각도 했지만 아주머니의 다정한 포쓰에  눌려...정말 놀랍도록 따듯한 오지랍이었거든요. 아주머니 복 많이 받으실 길 바랍니다.

IP : 14.32.xxx.16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18 2:42 PM (115.136.xxx.88)

    ^_^~~~~~~

  • 2. ㅎㅎㅎㅎㅎ
    '12.8.18 2:44 PM (14.37.xxx.217)

    썬글라스 안한날 또 마주치면 어쩌나요 ㅎㅎㅎ

  • 3. 푸하하하
    '12.8.18 2:48 PM (210.206.xxx.231)

    넘 재밌어요.
    시트콤같아요

  • 4. 원글이
    '12.8.18 2:49 PM (14.32.xxx.169)

    그 번화가를 않갑니다요ㅎㅎㅎ;;;

  • 5. ....
    '12.8.18 2:50 PM (218.209.xxx.234)

    컬투쇼에 나올만한 사연이네요.

  • 6. 요즘 각박한 얘기가 많아서
    '12.8.18 2:54 PM (210.206.xxx.45)

    기대없이 아니, 좀 각오(?)하고 읽다가 빵 터졌어요..ㅋㅋ
    그 번화가 다시 가게되면 변장을(멍뭉이도 같이..ㅋㅋ) 하고 가세요..ㅋ

  • 7. 원글이
    '12.8.18 3:01 PM (14.32.xxx.169)

    저 그 아주머니 실망(?)시켜 드리기 싫구 나름 뿌듯한 추억으로 지켜 드리고파요. 그래서 멀리 저멀리 돌아 다닙니다..^^

  • 8. ㅋㅋ
    '12.8.18 3:05 PM (203.226.xxx.14)

    웃음도 뻥뻥 터지네요 ㅎㅎ
    너무 웃겨요

  • 9.
    '12.8.18 3:29 PM (122.36.xxx.75)

    다음에 만나면 아줌마 반가워요 하면서 선글라스를 벗어주세요~! ㅋ

  • 10. ㅎㅎㅎ
    '12.8.18 3:30 PM (121.190.xxx.242)

    행복해지는 이야기.

  • 11. 콩나물
    '12.8.18 3:34 PM (211.60.xxx.102)

    ㅋㅋㅋㅋㅋㅋㅋㅋ

  • 12. 으으
    '12.8.18 3:42 PM (125.152.xxx.11)

    폴더 인사후 황급히 직진..
    ㅋㅋㅋ
    원글님 글 너무 재미있게 쓰세요.

  • 13. ㅋㅋㅋ
    '12.8.18 6:35 PM (110.14.xxx.210)

    원글님 순발력 짱이세요~~~^^

  • 14. ..
    '12.8.18 8:25 PM (112.152.xxx.23)

    ㅋㅋ.. 웃기지만 훈훈해지는 오지라퍼님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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