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그녀

여름 조회수 : 2,029
작성일 : 2012-08-14 19:09:47
더위는 한풀 꺽였지만.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요.

대학때였는데 방학이라 늘 밤새 책을 보다가(그때 당시엔 케이블이 없어서 밤새 할만한 게 책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새벽 6시쯤 티비를 틀어 아침뉴스를 보고 자는 것이 제 일과였습니다.
저희 집은 단독주택이었는데, 우유를 시켜먹어서 우유아줌마가 마당을 지나 저희 현관까지 우유를 놔주곤 했습니다. 대문쪽에 제 방이 있었기때문에 아줌마가 지나가는 걸 늘 제 방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고 불투명창이어서 형체만 보였습니다.
아줌마가 우유를 놓고 대문쪽으로 사라지시면 총총총 현관으로 달려가서 우유를 가져와 뉴스를 보며 꼴깍 꼴깍 먹는게 제 아침이자 유일한 낛!
뉴스가 끝나면 오늘 본 책내용도 생각하고 뉴스를 보며 혼자 소소한 정책을 생각하다 잠이 들곤 했죠. 제가 주로 보는 책들은 현대소설.. 이광수님이나 김유정님 문학책들을 보고 또 보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 소설도 요맘때 수십번도 더 읽었죠. 한번 빠진 책은 수십번을 읽어도 재밌더라구요.

그러나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친구도 안 만나고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저희 어머니 속은 얼마나 탔을까요. 늘 한심하다. 한심해. 라고 엄마가 답답해하시니. 점점 밤을 새고. 낮엔 잠을 자서 엄마를 마주할 시간을 피하며 몰래 책을 읽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도서관을 가지 왜 그랬을까요? 하여튼 집에 책들이 너무 많아서 도서관 갈 생각조차도 못했어요. 편하게 뒹굴대는 것도 좋았구요.

그날도 그런 날 중에 한날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새벽 6시 무렵 티비를 틀고 어김없이 같은 시간 우유아줌마가 마당으로 들어오시는 게 창을 통해 보였죠. 마침 목이 말랐는데 냠냠 우유먹을 생각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이고. 이 아주머니가 제 방 창을 안 지나치고 서서 뚫어져라 쳐다보시는거예요. 앞 전에도 썼지만 반투명창이라 자세히는 안보여도 형체는 보이거든요.

그러면 반대로 아주머니가 뚫어지게 창을 쳐다보면 제가 보인다는 거잖아요. 정말 한참을 뚫어져라 보는데 은근히 빈정상하더라구요. 서로 그렇게 노려보는 상황에서 안되겠다싶어 한마디 해야지 하고 침대에서 뒹굴대다 벌떡 일어서니 아주머니가 휙 지나가시더군요. 내가 일어난 걸 봤구나 싶어. 왜 저러지. 오늘따라. 희한하네. 하면서 다시 누웠더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 얼굴만 쏘옥 창으로 고개를 내미시는 아주머니.
진짜 장난하나. 하는 순간.
아주머니 얼굴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창위쪽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서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 하며 웃으시는거예요. 정말 경악했죠.
무슨 날라다니는 사람처럼 창위쪽에 대롱대다 가로본능처럼 옆으로 누운 채로 대롱대롱.
저는 놀래서 소리는 커녕 벙어리처럼 어버버 하며 몸이 굳고 덜덜덜.
그 아주머니는 한참을 히히히히히하는 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사라지셨어요.
티비에선 뉴스를 하고. 저는 겁이나서 우유는 커녕 방에서 떨다가. 용기를 내서 창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더라구요.

IP : 211.246.xxx.19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ㄷㄷ
    '12.8.14 7:14 PM (1.238.xxx.232)

    왜 이래요?무서워요~

  • 2. 쓸개코
    '12.8.14 7:22 PM (210.107.xxx.101)

    반전이네요 ! 히히 웃는 부분 소름 쫙 돋아요^^;;

  • 3. 오오
    '12.8.14 7:41 PM (118.219.xxx.240)

    히히히히힣 부분 너무 무서워요ㅋㅋㅋㅋ근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 4. ..
    '12.8.14 9:06 PM (58.141.xxx.6)

    아 무슨 러브스토리인줄 알고 읽었는데 이게 뭐에요 ㅠ
    무섭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2641 세탁기 없이 지내본 일주일.... 4 sad。。。.. 2012/08/15 2,667
142640 도둑들,바람과함께~ 봤어요 7 곰녀 2012/08/15 2,718
142639 제발좀찾아주셔요..복숭아ㅠㅠㅠㅠ 20 가난한아짐 2012/08/15 4,110
142638 1997 도대체 시원이 남편 누굴까요? 17 .. 2012/08/15 3,285
142637 야구 선수 김 태균과 이 대호 선수 딸들 사진이네요. 9 2012/08/15 3,686
142636 미니오븐기로도 식빵이나 케익 만들 수 있나요? 10 미니 2012/08/15 4,632
142635 부부사이가 더 좋은가족 6 닭살부부 2012/08/15 3,439
142634 백범 김구 다큐를 보며 7 헤라 2012/08/15 1,825
142633 머리를 느슨하게 묶어도 탈모에 영향이 있을까요? 탈모 2012/08/15 1,228
142632 추성훈 선수 아기 보셨나요? 7 내눈에넣어도.. 2012/08/15 6,078
142631 직장상사/부하... 6 곰녀 2012/08/15 1,452
142630 원리금 균등상환법 계산 방법 아시는 부 6 ........ 2012/08/15 6,558
142629 머스타드 소스, 튜브형 연겨자 어떤게 맛있나요? 4 시판제품 2012/08/15 3,667
142628 c컬펌하신분들 관리 어떻게하시나요? 3 cc 2012/08/15 4,538
142627 산부인과 추천해 주세요 부인과 2012/08/15 849
142626 솔직히 산드라오 진짜 못생겼지 않나요? 13 키키 2012/08/15 7,650
142625 암수술해야해서 애인이랑 헤어지려고 하거든요...저에게 조언좀 해.. 20 ........ 2012/08/15 10,410
142624 대구는 지금 이 시간도 30도네요 3 ... 2012/08/15 1,700
142623 토닉워터에 와인 섞어마시니 좋네요.. 2 tint 2012/08/15 5,612
142622 일산에 어르신들 점심식사 하기 좋은곳 어딜까요 5 둘째딸 2012/08/15 2,244
142621 요리에 관한 의문 3가지 4 엏ㅈㅇㅂㅇㅍ.. 2012/08/15 1,778
142620 세입자인데요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데 시기가 아리송해요 7 세입자 2012/08/15 2,225
142619 미용실 가본지 백만년된 뇨자예요 ㅠㅠ 14 도와주세요 2012/08/15 4,624
142618 유령이 끝났죠 3 ... 2012/08/15 1,264
142617 암컷 강아지 중성화수술이요. 9 도움이요 2012/08/15 7,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