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국의 부유함은 5060 세대들이 저녁도 없는 삶을 산 덕분

지금 현재 조회수 : 2,692
작성일 : 2012-07-31 16:36:23

24시간 직장에 매달린 5060세대… 나라 근대화 위해 '저녁 없는 삶' 감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에 헛물켰고..

대체로 저녁이 '없는' 삶이었다. 5060세대들은 그랬다. 거의 24시간 매달렸던 직장에서, 하숙집처럼 잠시 들르는 아파트 입구에서, 히틀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붙여 놓았던 슬로건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같은 생각만 꽉 들어차 있었다.

솔직히 5060 우리는 '즐거운 저녁'을 알지 못했다. 항상 밤 9시 마감, 밤 11시 마감에 맞춘 일거리만 있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명령이 두려워 그랬던 건 아니다. 나라 살림의 수레바퀴를 밤낮으로 굴려야만 수십 년 수백 년 뒤처진 근대화의 간격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5060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그러한 믿음의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1948년 배 타고 한 달 걸려 참가했던 런던올림픽, 하복(夏服) 살 돈이 없어 동복(冬服) 입고 참가했던 그해 여름 런던올림픽 참가국 코리아를, 먼 훗날 금메달 10개에 10위권 달성이라는 '텐텐 목표'를 세우는 나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

5060은 국민교육헌장의 첫 문장인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를 무슨 운명처럼 알고 산업체에서 목숨걸고 일했다.
몇 년 전 광고 카피가 지금도 생각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였다. 신용카드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였다. 밤낮없이 365일 죽도록 일만 했으니 여름휴가만큼은 훌훌 떨치고 가서 마음껏 즐기라는 뜻이었다. 그때도 5060들은 두리번거렸다. 이게 혹시 나한테 하는 얘기인가, 아니면 조카나 아들뻘이 들으라는 말인가?

그 광고가 한창일 때 5060들은 자신에게 속삭이는 말인 줄 알고 혼자 설��다. 자식들이 그 광고를 보고 아빠에게 훌훌 떠났다가 오시라고 권할 줄 알았다. 결과는 2030 자식들 배낭여행만 크게 붐을 이뤘고, 5060은 또 한 번 남몰래 쑥스러웠다. 2030들은 모른다. 가장(家長)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식솔을 여럿 거느린 나이가 되어, 회사에서 머리카락 빠지는 부장쯤 되는 위치에 올라섰을 때 남몰래 헛물을 켠다는 것이 얼마나 쑥스러운 노릇인지.

우리 5060 에게도 저녁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 외국말 하나라도 더 익혀볼 요량만 했지, 초콜릿처럼 달콤쌉싸름하게 들리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말이 귀를 간지럽히는 날이 오리라고는 정말 몰랐다.

그런데 참 가엾기도 하지. 요즘 주요 뉴스는 '2분기 성장률 반 토막'이요, 한번 곤두박질치면 다시 치고 오르지 못하는 'L자형 장기불황 공포'에 끝을 모르는 '유럽 위기'다. 간당간당 집 한 채가 전 재산인데, 자식들 혼사는 코앞에 닥쳤고,
50-60의 슬픈 삶이 맞는 제목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끼인 세대들! 자식놈들로부터 효도 못 받고... 죽도록 몸 안아끼고 산업현장에 나가서 고속도로를 닦고, 조선소에서 거대한 세계제1의 배를 만들었으면서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산업현장에서 살았건만 돈 벌어오는 기계로 아내로부터 사랑과 존경 또한 못 받고...

IP : 211.171.xxx.15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리도 각성해야죠.
    '12.7.31 4:45 PM (182.208.xxx.16)

    근로자의 노력과 땀이 제대로 보상받도록 나라가 바뀌어야 합니다.

    시간당 5000원도 못받는 근로환경을 바꾸지 못한다면

    아무리 힘들게 일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노력과 땀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 존경은 커녕 미움만 받게 되는 겁니다.

  • 2. ...
    '12.7.31 4:52 PM (124.5.xxx.44)

    원글자는 truth2012 ??? (아님말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7261 전 에어콘 25도 맞춰놓는디요 10 이럴수가 2012/08/01 4,999
137260 이과 논술 준비 어떻게 해야할까요? ㅠㅠ 14 답답해요 2012/08/01 2,982
137259 남자친구한테 화가 난 게 안 풀려서 괴로워요. 14 밴댕이 2012/08/01 7,506
137258 재미있는책이나 일드,미드 추천좀 해주세요 6 휴가중 2012/08/01 1,753
137257 화가나는상황이정당한지 의견부탁드려요 7 초등교사예요.. 2012/08/01 1,547
137256 서울에서 숲속에 있는듯한 아파트 376 푸르름 2012/08/01 55,440
137255 김하늘은..얼굴에..뭘 한걸까요..// 4 ... 2012/08/01 3,836
137254 캠핑 한 번 다녀오니 내집이 바로 천국같네요. 23 폭염속에 2012/08/01 12,160
137253 콩나물의 재발견! 1 2012/08/01 1,898
137252 박용성 ㅂ ㅅ 인증한 거 아닌가요? 10 아주유감 2012/08/01 3,035
137251 [펌]냉장고 없이 지낸 한 달... 오히려 돈을 벌다 1 제이미 2012/08/01 2,222
137250 당뇨는 왜 걸리는건가요?????????? 10 원인 2012/08/01 5,863
137249 옆집이사땜에 심란합니다(3) 24 ... 2012/08/01 10,930
137248 냉동오디 뭐에 갈아마셔야 좋을까요? 3 되게많아요 2012/08/01 2,964
137247 네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앱은 뭐가 있나요? 3 .. 2012/08/01 1,031
137246 냉동실안에 있는 아이스팩 꺼냈어요. 1 2012/08/01 1,546
137245 길냥이 얘기가 나와서... 저도 혹시나 싶어 올려요. 5 은재맘 2012/08/01 1,574
137244 초등 국어 교과서 지문들이 원래 이렇게 유치한가요? 3 .... 2012/08/01 1,352
137243 심권호 해설~~웃다가 쓰러질 듯 ㅎㅎㅎㅎㅎ 29 무크 2012/08/01 14,825
137242 영어 해석 부탁 드립니다. 3 덥다~~ 2012/08/01 1,109
137241 관악역 이안 아파트 사시는 분 계세요? 3 ... 2012/08/01 4,212
137240 에어콘을 장만할 때가 된건지... 2 더버라.. 2012/08/01 1,416
137239 이번주 한겨레21 강풀 '26년'크랭크인 특집기사 보고 5 mydram.. 2012/08/01 1,318
137238 담주 여수 엑스포 가서 10일, 11일 숙박을 어디서 할지 걱정.. 7 ///// 2012/08/01 1,510
137237 어머니 모시고 살자면 별거하자 할겁니다 74 결심 2012/08/01 17,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