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8시쯤..
아침에 일어난 딸래미가 돈가스가 먹고싶다고 징징거린다.
외할머니집에서 잘땐 외할머니가 아침에도 돈가스 해줬는데
엄마도 해달라고 징징거린다.
집에 돈가스 사놓은것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아침부터 김밥파는 사람들에 가서 돈가스를 사다주었다.
아침 일찍 들락날락거리면서 밥주고 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서
십분만 누웠다가 방대청소 해야지 하고 누웠는데
밥 다먹고 심심했었는지 12살 짜리 덩치는 나만하게 키가자란 딸래미가 옆에 와서는
좋아하는 연예인 꿈꾸고 있었는데 아침에 잠 깨웠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징징거리면서 날 괴롭혔다.
난 아침에 방청소 할꺼니까 할머니방 가서 자라고 깨운것 뿐이다.
그래도 징징거림 받아주고 수다와 갖은 괴롭힘 받아주면서 누워있었는데
난 잠도 못자고 어느덧 사십분 가량 시간이 지났다.
12시엔 가게에 가야하기 때문에 하염없이 누워있을순 없어서 일어나서 정리를 시작했다.
옷장문을 여니 남편이 입었던옷을 어머님이 청소하시면서
모르고 그냥 넣어두신게 많아서 다꺼내서 하나하나 살펴보고
지저분한것은 몽땅 세제푼 물에 담궈놓고 정리를 싹했다.
평소 어머님께서 한번씩 방청소 해주시면서
여기저기 쑤셔넣은 물건과 옷들을 상자에서 꺼내다 보니 방은 어느새 한가득이었다.
(울 시어머님은 내가 다른곳에서 하룻밤 자는 날은
꼭 우리방 대청소를 하시고는 물건들을 뒤죽박죽 쑤셔넣으신다.
하지마시라고 간곡히 부탁드려도 소용이 없다.)
빨래를 두 다라이 분량이나 담궈놓고 방에왔더니 딸래미가 방문앞에 길다랗게 누워있길래
일어나라고 버럭거렸다.
그랬더니 딸래미가 훽 토라졌다
아침에 연예인 꿈꾸는데 깨웠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꿍시렁 꿍시렁 거리더니
엄마한테 해줄말 있었는데 안해줄꺼다 흥! 하면서 토라지길래 나도 화가 났다.
“난 아침부터 나가서 돈가스 사다 바치고
너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한시간이나 날리고 아무일도 못했는데
지금 청소하는거 뻔히 알면서도 방문앞에 옷장앞에 드러누워있으면 나보고 어쩌라는건데!!!
내가 뭘그렇게 잘못했는데 !!!“라고 소리를 질렀다.
안방에 계시던 어머님은 조용히 다듣고는
나에게 다슬기 진액 집에서 내린거 먹어보라고 가지고
우리방으로 오셔서는 청소한다고 쏟아놓은 물건들을 보시고는
“아이고.. 한시간 동안 했다면서 이게 다 뭐고..”하신다.
ㅡ.ㅡ
내가 한시간 동안 정리한게 아니라
애 때문에 날린게 한시간이고
청소는 이제 시작인데....
아.........
그런데 이 말이 왜 입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순간 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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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에 내가 몇 년째 다니는 내과가 있다.
위장탈이 잘 나는 편이라 단골로 다니는데 이 병원은 수면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하지 않는다.
이번달에 일주일동안 세 번이나 위경련이 있어서
검사를 해봐야 겠다 싶어서 범어동에 검사전문 병원에 예약을 했다.
나는 나름 이 원장님께서 그간 몇 년동안 내 건강을 돌봐주셨기 때문에
다음주에 내시경 예약 했다고 말씀드렸다.
예전에 남편이 검진한곳에서는 촬영사진과 병에 대해서 자세하게 프린트물로 주길래
참고자료로 드리려고 말쓰드리니 원장님은 언짢아 하신다.
“다른 병원에서 검사한걸 가지고 나한테 와서 고쳐달라고 하면 안됩니다.
검사했는 그병원에서 책임져야 합니다. ”
<하지만 원장님.. 여긴 수면내시경도 대장내시경도 안하시잖아요.
전 대장내시경 한번도 안해서 대장내시경 하러 갔다가
굶은김에 같이 검사해보자고 권유받아서 그렇게 한거예요>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순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인사만 하고 나왔다.
왜 결정적인 순간에 재치있게 말하지 않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오해를 사게 만드는 걸까
참 후회스럽다.
상대방이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거나
상대방이 화가 나있다고 생각되면
당황해서 그런가 말문이 막힌다.
다음에 이런 경우 생기면 꼭 오해가 생기지 않게 잘 말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아..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드세지고 말이 차돌같아 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상대방의 말을 자르면서
“잠깐만요.. 그게 아니예요...”라고 입을 뗄 날이 오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