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늙은 아버지가 젊은 아들에게 고함

이땅의 조회수 : 1,687
작성일 : 2012-07-13 08:09:20

아들아, 대한민국이 드디어 ‘20-50 클럽’에 들어갔단다! 세계 역사상 일곱 번째로 인구 5000만명 이상, 국민 소득 2만달러가 넘는 나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과 동급의 나라가 됐단다. 아빠는 무한히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아빠가 네 나이 때 물려받은 이 나라는 너무나 초라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1970년의 우리나라는 인구 3000만명을 갓 넘기고 국민소득 은 300달러가 채 안 되는, 세계 120위권에 불과한 나라였다. 가난과 실업, 그리고 독재가 횡행하고 한탄과 저항이 범람하던 나라였다. 아빠는 그때 우리나라가 이렇게 세계 최고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 부유할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자유를 만끽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 아득한 꿈을 우리 민족이 한 세대 만에 이룬 것이다.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2차대전 이후 인구 몇 천만 명의 대국들 중 국민소득 1만달러 언저리까지 간 나라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포함해 꽤 많았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하나도 2만달러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꼬꾸라져 버렸다. 아들아! 그런데 우리만 유독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길 수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크게 보아 우리가 이룬 두 가지 대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민주화와 세계화라는 거대한 작업이었다. 역사적으로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지 못한 나라가 선진 국의 반열에 오른 예는 없었다. 2차대전 이전 민주화를 이루기 전의 일본이나 독일 같은 나라가 일시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클 수는 있었어도 영속적인 선진국의 반열에 스스로를 올리지는 못했다. 그것은 첫째 민주주의 만이 궁극적·장기적으로 나라의 궤도를 바로 잡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또 민주주의만이 국민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온전히 키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4·19, 5·18, 6·29 등을 거치며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이뤄냄으로써 선진국의 토대를 닦을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화다. 역사적으로 세계에 대해 개방하고 세계를 활동 무대로 삼지 않은 나라가 선진 대국으로 간 예는 없었다. 16세기 스페인 포르투갈, 17세기의 네덜란드, 18세기 이후의 영국, 그리고 20세기 현재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있는 모든 나라들이 다 세계로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세계에 대해 개방한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경제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 세계를 겨냥했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과 달리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으면서 더 적극적으로 용감하게 세계로 나아갔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더 활짝 개방했다. 전 세계로 무시무시하게 유학을 나갔고 겁내지 않고 자유 무역 협정(FTA)도 했다. 역설적으로 외환위기마저 한몫했다. 한국은 안방에서, 그리고 세계 땅 끝까지 가서 세계 최고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고 그 처절한 싸움은 우리를 세계에 우뚝 선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면 유독 한국만이 이런 과업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한국의 ‘가치중심적’ 민족성에서 그 근본 원인을 찾는다. 한국인은 가치를 중시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생업과 가족을 버리고 무덤 옆에 움막을 짓고 3년간 그 무덤을 보살피면서 효(孝)라는 가치를 추구한 민족은 없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위해 젊은이들이 1960~1980년대 그렇게 총탄 앞에 몸을 던지고 그렇게 많이 분신자살을 한 나라는 없었다. 한국인은 열사의 사막에서 그 어느 민족도 하지 못한 대공사들을 해냈고 두려움 없이 세계로 나가 경쟁했다. 모두 가족, 충(忠), 애국 등의 가치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다. 한마디로 한국 민족은 가치에 관한 한 독한 민족이다. 유대인이 그렇듯이!

아들아! 나는 네가 한국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 물질이 아니라 가치를 중시하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 그 덕분에 이런 나라를 너희에게 물려주게 돼 더욱 자랑스럽다. 너는 더욱 위대한 나라를 만들어 너의 아들들에게 물려주게 되기를 바란다.

< 어느  한국인 아빠가 7월  아들에게 부탁하며 주는 글 >

IP : 152.149.xxx.11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1067 김현중의 위엄 ..깜짝 놀라서요.. 25 일본인데 2012/07/16 6,642
    131066 과외비 얘기가 나와서 말씀인데요. 5 ... 2012/07/16 2,702
    131065 직장맘 꿀맛같은 평일 낮시간..어떻게 보낼까요? 5 2012/07/16 1,653
    131064 헤라 아쿠아볼릭 로션냄새 ppp 2012/07/16 1,239
    131063 임신하면 배가 따갑기도 하나요? 1 만삭 2012/07/16 1,542
    131062 식당 가면.. 5 배려 2012/07/16 1,706
    131061 나꼽사리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16 grace1.. 2012/07/16 3,167
    131060 조용한 ADHD 11 adhd 2012/07/16 5,091
    131059 이런 이모.. 대처법? 7 고민됨 2012/07/16 2,706
    131058 분당 수내 양지금호 부근 미술학원 추천 좀.. .. 2012/07/16 761
    131057 그네씨가 이 말을 했어야 하는데 그녀 2012/07/16 778
    131056 강준만 교수, 안철수 지지선언 2 ... 2012/07/16 1,882
    131055 목선 얼굴선 선이 중요하구만요. 고운 비결 2012/07/16 3,277
    131054 요즘 나오는 냉장고... 7 곱슬머리 2012/07/16 2,115
    131053 종로 시네코아 근처에 맛집 있을까요? 1 나들이 2012/07/16 1,961
    131052 소심하게 장.동.건.......... 22 이런 2012/07/16 6,422
    131051 오징어볶음할 때, 데쳐서 하세요, 그냥 하세요? 8 wpwp 2012/07/16 2,835
    131050 물건을 구매하실때....크기가 고르지 않으면. .... 2012/07/16 668
    131049 극세사이불 10kg 드럼에 넣어도 될까요? 4 ** 2012/07/16 2,055
    131048 네살아이 둘. 아파트 32층 1층 어떨까요.. 8 아파트고민 2012/07/16 2,698
    131047 매일 나오는 '하우스 푸어' 기사 의도가 뭘까요? 58 하우스푸어 2012/07/16 15,248
    131046 고등학교 담임쌤께 뭐 선물같은 거 드려도 될까요..? 2 ** 2012/07/16 2,004
    131045 원목 식탁인데 식탁보 추천부탁드립니다 2 식탁보 2012/07/16 2,235
    131044 이런 돌잔치.. 이상한가요? 6 돌잔치요 2012/07/16 1,995
    131043 여행사 에어카텔 예약하는데, 비행기시간은 결제해야 안다네요?? 6 흐미 2012/07/16 1,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