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골풍경 여름날의 추억이 생각나서 글써요

그리움 조회수 : 1,337
작성일 : 2012-07-10 15:28:49
82에도 시골에서 나고 자라신 분들이 꽤 많을 거라 생각해요.
저도 시골에서 나고 자랐고
자연을 좋아해요.

4계절의 냄새와 느낌이 다르고
4계절마다 자연의 변화는 물론 그에 맞게 달라지는 온갖 농작물들과
또 재미난 놀이들.


저희 마을은 제가 중학교때 까지만 해도 삼베 농사를 하는 집이 많았어요
대부분 거의 다 삼베농사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1년 농사인 삼베는 시골에서 부수입을 올리기에 제격인 것이었어요
물론 봄부터 여름까지 흘리는 땀과 노력에 비하면 그 값어치는
크지 않은 것이었지만요.


여름날.
여름 방학즈음이 되면
어른 키보다도 훌쩍 큰 적삼을 베어 단으로 묶고
큰 아궁이에 대형 가마솥을 올려 그 위에 적삼 단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장작불을 지펴요.

한여름의 타는 태양과 적삼 찌는 장작불의 열기로
온 사방이 후끈거리죠.
몇시간이 지나면 적삼이 알맞게 쪄져서 구수한 냄새를 풍겨요.
이제 그만 불을 끄고 그 상태로 밤 늦게까지 뜨거운 적삼을 식혀요.

어른들은 적삼이 식어가는 동안
또 논으로 밭으로 짬짬히 일을 하시고
다들 저녁을 먹고 나서 마을 회관 앞 넓은 공터로 모여듭니다.


이제 알맞게 식었지만 좀 뜨끈뜨끈한 적삼 껍질을 벗겨내야 할 시간이거든요.

대부분 삼베 농사를 다 했던터라 서로 돌아가며 품앗이를 하고
보통 이런 적삼 껍질 벗기는 일은 저녁먹고 다들 모여앉아 같이 해주곤 했던
일이었습니다.


방학이라서 실컷 놀고 놀고 놀고 또 놀던 아이들에게도 
당연한 일이었고요.


한단씩 앞에 놓고 목장갑을 끼고 
적삼 한 대를 잡아서 왼손으론 껍질을 벗겨 잡고
오른손 중지를 껍질과 대 사이에 넣고 슝~ 하고 벗겨냅니다.


아줌마들, 아저씨들은 적삼 껍질을 벗기며 이야기 꽃을 피우시고
애들은 졸려서 하품을 하다가도 여름 모기에 뜯겨 가려운
팔이며 다리 긁기에 바쁘고
그렇게 한참 적삼 껍질을 벗겨내다 보면 새참 시간이 되어 나온
빵이나 우유,  혹은 미숫가루나 찐감자 등등
새참 먹는 재미에 빠지죠.


이젠 나이드신 어른들만 가득한 시골 마을엔 더이상 삼베 농사를 하는 집은 없고
그저 제 추억속에만 간직한 장면이지만
때때로 그 구수한 냄새를 풍기던 쪄낸 적삼 껍질을 지금도 벗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적삼에 대한 추억 저 말고 간직하신 분 계시겠죠?
IP : 112.168.xxx.6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된다!!
    '12.7.10 3:32 PM (58.226.xxx.26)

    적삼은 모르겠고요..
    삼이라고 하던걸.. 동네 친척 아줌마네 집에 놀러가면. 작은 막대기에.. 긴 줄처럼 연결해.. 동그랗게 말던게 기억나요 ( 꼭 비녀 머리 한것처럼요.._

    아버지는 도시에 직장생활하셨고 엄마랑 형제들은 시골에서 할아버지떄문에 시골서 잠시 살았는데요
    여름되면..
    해가 길어져서.. 어른들도 해 떨어지기전까지 일 하시느라.. 저녁을 늦게 먹었던 생각이 나고요

    초등학교 후반에는 저희 동네 가로등이 생겨서 애들이 저녁에도 정신없이 놀던 생각도 나고..
    늘 개울가서.. 수영 하던 생각도 나네요..
    여름하면 애들하고 밤늦도록 놀던 생각이 가장 많이 나요..

  • 2. 된다님
    '12.7.10 3:46 PM (112.168.xxx.63)

    맞아요. 그냥 삼이라고 부르죠 시골에선.ㅎㅎ

    여름날 친구들과 놀던 추억도 무궁무진 하고..
    늘 그런 추억을 영양분으로 살고 있는 거 같아요.ㅎㅎ

  • 3. ...
    '12.7.14 12:04 AM (175.120.xxx.49)

    원글님 저예요. (저번에 글 추천한다고했던)^^
    원글님은 성장소설 아니 다른 글도 쓰면 참 잘쓸것 같아요.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82님들이 추천하셔서 읽었는데
    참좋았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한번 써보세요~
    저랑 감성이 맞을것 같아서 구태여 이런 댓글을 달아봅니다. ^^
    그리움이란 감정을 알게 되는 나이에 이런 글이 반갑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8929 7월 11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1 세우실 2012/07/11 1,146
128928 결혼생활 잘 유지하시는 분들께 여쭤봅니다.- 남자란 존재에 대해.. 15 미워 2012/07/11 5,849
128927 이 정도 살찐 줄은 몰랐네요(47세..고3엄마) 2 ** 2012/07/11 5,094
128926 은행인터넷으로 몇년전까지 거래내역 알 수 있나요? 4 ... 2012/07/11 13,998
128925 미국 코스코 회원 카드로 한국 코스코에서 살 수 있나요 ? 9 코스코 2012/07/11 4,711
128924 사십대초반인데요...생리후에도 찔끔찔끔...이거 정상인가요? 2 .. 2012/07/11 5,854
128923 빙수용 팥조림 하다가 망했다는 9 어쩌다가 2012/07/11 3,002
128922 외국 교회는 십일조가 없나요? 9 외국 2012/07/11 4,297
128921 동물 사진 ^^ 3 배나온기마민.. 2012/07/11 1,645
128920 친한친구에게 번역부탁 1 모호 2012/07/11 1,217
128919 부모 자식간에 입장차이가 어쩔수 없죠. 누가 자식에게 올인하랬나.. 38 부모 2012/07/11 10,500
128918 7월 11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2/07/11 1,066
128917 가장 두려운게 뭐세요? 16 앞으로살면서.. 2012/07/11 3,955
128916 여름과일 제대로 알고 먹기 6 스윗길 2012/07/11 3,111
128915 배달사고 내는 시어머니 29 며느리 2012/07/11 12,280
128914 박근혜가 대선에 이길까요? 14 정말 2012/07/11 3,256
128913 서초역 교대역 교수님과 식사할 곳 추천 부탁드려요 선물 2012/07/11 1,200
128912 책을 번역해서 출간하고 싶어요. 4 으쌰 2012/07/11 2,359
128911 남편의 못된 성격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44 숨막히네요 2012/07/11 23,125
128910 가끔 윗집에서 윙윙윙~하는 진동이 느껴지는데... 16 ^^ 2012/07/11 3,768
128909 임신중독으로 출산했는데 둘째는 마음접을까요? 7 얼음동동감주.. 2012/07/11 3,044
128908 닥스 창고형 할인매장 같은거 서울이나 서울 근처 어디에 있나요~.. 5 // 2012/07/11 8,564
128907 청양고추가 너무 많이 생겼는데.. 7 /// 2012/07/11 2,365
128906 맛있는 스테이크 먹고싶네요... 5 샤샤잉 2012/07/11 2,313
128905 아기.. 언제 낳으면 좋을까요? 19 빗소리 2012/07/11 3,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