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1학년 여학생 이구요
인터넷 사이트에 고민글을 올렸더니
82cook으로 가면 현실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해서
이쪽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희 집은 동생이 특목고를 다니는데
기숙사 생활이 힘들다고 해서
엄마가 동생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해서 같이 생활한지
1달정도가 되었어요
아빠랑 저랑 둘이 생활하는데
원래 개인 사업을 해서 출/퇴근 시간이라는게 정해져있지 않고
거래처 사람들 만나는거 아니면 필드, 헬스장 정도만 다니세요
엄마가 없으니까 저도 아빠도 집에 들어오는게 조금 자유로워 졌기는 한데
조금 이상한 낌새를 느낀거는 일주일 전 정도 부터 입니다
집에 들어와서 핸드폰 끼고 있고,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거 (원래는 거실 아무데나 뒀음)
자기 노트북 쓰지 말고 집컴퓨터만 써라고 하고
옷 새로 사서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는거..
엄마한테 '딸이랑 이렇게 잘살고 있다'하는 식으로
음식 사진 찍어서 보내고
원래같았으면 서로 집안일하라고 아빠랑 투닥거리는데
본인이 청소, 설거지, 빨래 다하고
뭐 갖고싶은거 없냐, 먹고싶은거 없냐 저한테 다 대령하고..
저도 촉이라는게 있어서 그런지... 예민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좀 달라졌다? 싶더라구요
한번은 아빠폰에 카톡이와서 봤는데
여자이름으로 저장되어 있고 내용은 잘 기억안나는데 특별한 건 아니었어요
어제 아빠가 자기 핸드폰 뭐 봐달라구 해서
이러면 안되는데 아빠 카톡 보니까
그 여자랑 카톡 한게
'앞으로 7시 이후로는 연락 안할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애기야, 공주님' 등등
갑자기 손이 달달 떨리고 눈물이 날것같아서
밥먹다가 그냥 방으로 들어와서 누웠구요
엄마가 경제권이 전혀 없으시기 때문에
이혼할 상황은 안되는 것 같고
그런데 내가 '아빠가 바람피는 것 같다' 얘기하면
엄마 입장에서는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실까 이런생각도 들고
저 혼자 짊어지기는 너무 벅차고 힘든데
고등학생인 동생에게 말할 수도 없고..
이런 저런 고민하면서 누워있었더니
정말 내가 꿈꾸는가 싶을 정도로 차분해지기도 하고
고작 대학생이지만 어른이 되면 몰라야 하는 것도 알게되나
이런 생각도 들고.. 담담하다가도
오늘 아침에 아빠가 방 청소한다고 깨우는데
아빠 얼굴을 볼수도 없고
너무 배신감, 분노에 치가 떨리고
제가 방 어지럽힌다고 '엄마랑 동생이 타지에서 고생하는데' 이런식으로 말하길래
부인이랑 자식이 타지에 있다고 바람피느냐. 말하려다가
참았어요....
아빠가 친할머니랑 통화하고 고모들이랑 통화하는거 보고
인두껍 쓰고 인간이 저렇게 할수 있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만약에 엄마가 지금 같이 살고 있었으면
당연히 딸인 저보다 엄마가 먼저 눈치를 채셨을테니까
제가 말하는게 좀 주제넘어 보이고
부부 사이의 일은 어쨋든 자식이 해결할수는 없는거잖아요...
그래서 아마 제가 눈치채도 말 안할 것 같은데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아빠가 바람을 피는게
정말 얼마 안된 것 같으니까
아빠랑 진지한 대화를 해볼까 싶기도 한데
아빠가 딱 잡아떼고 더 화내고 이러는 경우도 배제할수는 없으니까요...
아빠랑 이모부가 같은 헬스장을 다니는데
이모한테 넌지시 말해볼까.. 생각도 들고요
그냥 내가 이렇게 괜찮은게 맞는건가 싶게 아무렇지 않다가도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갑자기 심장께가 아프고 그래요..
저는 평생 아빠를 존경할수는 없을 것 같지만
엄마가 상처를 안받고, 동생이 아빠를 존경할 수 있다면
차라리 그게 나은 것 같아서요...
아빠가 정신 차리고 나랑만 알고가는게 모두에게 좋은것같은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한달 전까지만 해도 셋이서 즐겁게 살았고
일주일 전만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슬픈 사람이 된 것같고
너무너무 힘들어요
아빠가 달라진거는 1주일 정도 되었구요
엄마랑 같이 살았으면 엄마가 눈치챘을지 못챘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동생하고 엄마랑 같이 살고 있어서 아마 엄마는 꿈에도 모르실거에요
그리고 엄마가 경제력이 제로입니다.. 그냥 주부..
평소에 아빠가 권위적인 편은 아니었고 정말 친구같은 아빠였는데
제가 대화로 풀수 있는것인지..
어떻게 해야하죠
아 참고로 부모님은 두분다 오십대 초반이세요..
그 여자 전화번호는 어제 저장해 두었고 이름정도만 알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차분하게 글을 써내려 갈수있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쓰면서 계속 눈물이 나고..그래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언좀 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