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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펌글, 한 번 읽어보세요

mk 조회수 : 1,333
작성일 : 2012-06-25 16:20:11


현직 소아과 의사입니다.
 현직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입니다.


서울의대 졸업하고 의학박사 학위있으며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4년, 전문의2년 하다가 종합병원 스탭6년하고 개원한지 11년째입니다.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에서 이사로 몇 년 일했습니다. (돌아가는 거 아는 정도)

 


그냥 의사와 의료 서비스를 받는 분들, 정부 등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써 보려고 합니다.
 
요즈음 포괄수가제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포괄수가제가 되던 말던 난 관심이 없다.]
[어짜피 포괄수가제로 가고 싶으면 가고, 문제 생기는 거 의사들에게 뒤집어 씌우지 말아라.]
 
솔직히 말해서 상당수의 의사들은 포괄수가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알고 싶을 필요도 없고 닥치면 닥치는 대로 요령껏 대처하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의약분업이 그랬었기 때문에, DUR이 그랬었기 때문에, 의료수가가 그랬었기 때문에.
정부와 상대로 한 번도 제대로 된 협의를 해 본 적도 없고
정부가 의사단체를 전문가로 생각하고 진짜로 충분한 의견을 교환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어짜피 그렇게 갈 거라고 생각하고, 다만 착잡할 뿐입니다.
 
직원 한 명이 1달 전에 길가다가 맞아서 안와골절이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1차와 2차 수술했고 1차 진료비 약 326만원, 2차 진료비 약 247만원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양쪽 눈 초점이 맞지 않아서 병원 다니고 있습니다.
포괄수가제에서 안와골절 진료비 확인해 보니 약 95만원 (정확하게 952,470원) 나옵니다.
그리고 포괄수가제에서는 2차 수술 안됩니다.  (해도 청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진짜로 95만원이면 치료가 가능했는데 570만원이나 돈이 들어야 했는 지
아니면 570만원이나 드는 질병을 95만원으로 해결하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도 의사들, 충분하게 간섭받고 있습니다.
개원의들은 3개월에 한 번 씩 성적표 나옵니다.
1인당 진료비, 1인당 약제비, 1인당 내원 일수, 등등 성적 다 나오고
고가약제비 %까지 나오고, 고가약 많이 쓰니까 조심해라고 경고 나옵니다.
그리고 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율 나오고 보건소 홈페지에 게시합니다.
(엄마, 아빠들이 이것을 치료의 적정성 지료로 생각하시고 병원 선택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매달 혹은 매주 심사평가원에 진료비 청구를 하면
자동 전산심사로 문제 있는 것 다 나오고 이상한 구석 나오면 추가 심사합니다.
그러면 청구한 진료비에서 삭감해서 지급합니다.
 
약제환수비라는 것이 있어서 심사평가원에서 정한 기준을 넘으면 환수당합니다.
저는 한 달에 30만원 정도까지 당해 봤는데 심한 경우는 수백만원을 당하기도 합니다.
 
진료받은 분들에게 공단에서 편지 보냅니다.
몇월 몇일 진료받으셨습니다.  아니면 연락주세요.
허위 청구, 실제로 어렵습니다.  몇 백만명에게 편지 보내거든요.
걸리면 바로 면허 정지 내지는 취소입니다.
면허 정지 3번이면 면허 취소입니다.
 
그리고 약제비 컨트롤이 안돼면 전화옵니다.
실제 예입니다.
알기 쉽게 심사평가원은 " "  저는 < > 로 하겠습니다.
"원장님, 아토크(기관지 확장제) 많이 쓰셔서 삭감합니다."
<애들이 기관지염이 많이 와서요.  가을, 겨울에 많았습니다.>
"그래도 타 병원에 비해서 많이 쓰셨습니다.  삭감하겠습니다."
<저희 병원이 워낙 심한 애들이 멀리서도 많이 옵니다.>
"모든 병원들이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저희 동에서 오는 경우는 40%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말 멀리서 안나아서 옵니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진료받으신 분들 우편번호로 통계 확인해 보시면 아실 거 아닙니까?>
"그런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병원이 다른 병원에 비해서 얼마나 많이 아토크를 썼습니까?>
"가르쳐 드릴 수 없습니다."
<아니, 기준이나 평균치는 가르쳐 줘야지 개선하던 지 할 것 아닙니까?>
"가르쳐 드리면 안돼지만 이번 만은 말씀드리겠습니다.  평균이 28%, 원장님 병원이 52%입니다"
<알겠습니다.>
 
그 이후로 한 동안 아토크 잘 안썼습니다.
쓰려고 하다가도 멈칫거리게 됩니다.  그냥 베로텍 씁니다.
 
포괄수가제는 정부에서 통제하기가 쉬울 뿐입니다.
그러나 진료비를 통제한다는 것이 진료의 수준이나 질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정부의 생각은 포괄수가제로 진료비를 통제하고
의사를 양산해서 경쟁을 통해서 진료의 질, 또는 수준을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 의료와 의료비 지급 시스템, 현재 문제가 많습니다.
약제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너무 병의원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의사들에게 의료수가 매년3% 만 인상해주고, 보험료 10%씩 인상해도 답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보건복지부에서 약제비 절감해주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 주겠다고 했겠습니까?
 
의료비 줄이는 방법은 안쓰면 됩니다.   꼭 필요한 때만 쓰면 됩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런 이야기 안합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병원가지 마세요.] 못합니다.  표 우수수 떨어집니다.
의사는 국민들에게 [병원오지 마세요.] 못합니다.  의사도 먹고 살아야 지요.
국민은 [나 병원 안갈께요.] 안합니다.   미쳤어요?  내가 내는 보험료가 얼만데.
내가 아플 때 이용하라고 보험료 내는 건데 왜 병원 안갑니까?
개인의원가면 초진 4,500원 재진 3,500원이고 아이들은 더 쌉니다, 재진 1,900원.
병원을 다니면 다닐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남의 돈으로 70%를 할인받는 구조인데 왜 이용안합니까?
 
의료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공급자인 의사를 희생해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저는 싫고 무섭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주의적인 생각이 당연시 되는 세상이 온다면 제가 의사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직하게 일해서 돈 많이 벌고 싶습니다.

 

 

http://clien.career.co.kr/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13350376

IP : 118.35.xxx.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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