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이 2주째 저희 집에 머물고 계세요. 처음에 오신다고 했을 때는 부담감에 몸둘 바를 몰랐는데. 함께 지내다 보니 내가 정말 귀한 집 사람과 결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많이 배우지도 못하시고, 부유하지도 못하시지만. 왜 아들들이 그리 모두 효자인지 이해를 할 것 같더라구요. 왠지 (특히) 어머님께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어요. 어머님 생각하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도 생각나구요. 그래서 그런지 아들들이 모두 좋은 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각자의 영역에서 성실히 자기 역할하며 살고 있구요.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가시는데. 어제 밤 누워서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어머님이 특별하게 해주시는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대체 왜 내 마음에까지 훈훈한 바람이 불고, 절로 절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지금까지의 결론은 어머님은 타인의 모든 행동을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귀찮아서 뭔가 거절한 적이 있는데 그걸 상대방이 힘들까봐 그랬구나. 하시고. 그닥 잘하지도 않은 일에도 진심으로 잘했다고 생각하시고. 집에 오셔서 식사 정말 많이 도와 주셨는데 '식사 끼니 때 마다 챙기느라고 고생 많았다'며 고마워 하시더라구요. 사실 먼 곳까지 와서 계속 밥 하시게 하는 것 같아 죄송했는데 말이에요. 여행도 많이 못모시고 가고, 가서도 레스토랑이 아닌 호텔 방에서 밥해먹었는데 딴 분들과 얘기라도 하게 되시면 아들 며느리 덕분에 너무너무 좋은 곳 많이 봤다고 행복해 하셨어요. 식당을 가건 어디를 가건 어머님이 지나치게 아들/며느리를 챙기시는 모습이 가끔은 불편 했는데(고기라도 구워 먹을 때면 돈 많이 들까봐 본인은 거의 안드셔요), 남은 음식을 슬쩍 챙겨서 집에 와서 다른 밥 할때 쓰곤 하시는 모습은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돈을 아끼고 자식들을 아낌 덕에 아들들이 다 잘자랐구나 싶더라구요.
어제 밤 함께 지내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나무 행복해 하시는 반짝거리는 눈빛에, 이렇게 정리까지 다해뒀구나 기특해 하시는 따스한 눈빛에 어머님 더 행복하게 더 자랑스럽게 좀 더 좋은 사람 되고프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4년 만에. 처음으로 이리 오랜 기간을 부모님과 보내게 되면서 그간의 숫한 오해들과 여물지 못한 마음에 속으로 했던 나쁜 생각들, 남편에게 한 모진 말들이 부끄워지더라구요. 뭐 또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의 의도를 오해하고 불평하고 그러겠지만 이제 그분들의 진심을 알았으니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부모님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로 자게에 불평 글을 올렸었는데. 이렇게 감사한 마음의 글도 올리게 되네요. ㅎㅎ
우리 시어머니
며느리 조회수 : 3,516
작성일 : 2012-06-18 16:29:14
IP : 217.41.xxx.2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원글
'12.6.18 4:32 PM (217.41.xxx.23)스마트 폰이라 오타가 많네요. ㅎ
2. 스뎅
'12.6.18 4:33 PM (112.144.xxx.68)보는 제가 다 훈훈 하네요 어머님께 효도 많이 하시고 행복 하세요^^
3. 파사현정
'12.6.18 4:39 PM (203.251.xxx.119)고부간에 사이 좋으니 보기좋네요.
4. 지혜로운
'12.6.18 4:55 PM (220.119.xxx.240)사람으로 보여 두 분 다 부럽습니다.
생활 속에 늘 복이 따를 듯 하네요.5. ㅇㅇ
'12.6.18 4:56 PM (211.237.xxx.51)원글님도 시어머님도 다 좋으신 분일겁니다.
좋은것을 받아들일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그런 좋은 어머님의 아드님이고 좋은사람을 볼줄 아는 원글님의 남편분도 분명 좋은 분이겠지요..
따뜻한글 잘 읽고 갑니다.
원글님 부부나 시부모님이나 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6. ,,
'12.6.18 8:17 PM (68.192.xxx.106)시어머님도 인복이 많으시네요, 며느리복도 있으시고 오랜만에 읽는 마음이 따듯해 지는 글입니다
7. ...
'12.6.18 9:12 PM (59.15.xxx.61)이렇게 시어머니 좋은 글 올려주셔서 마음이 따뜻합니다.
사실 저희도 고부갈등 없어요.
어머님이 사랑이 넘치는 분이고
마음도 넓으시고 현명하시고 한마디로 양반이세요.
그러다보니 딱히 시어머니에 대해 올릴 일이 없더라구요.
여기 82는 시어머니 시댁식구들 흉보는 글이 많지만
그건 글 올릴만큼 충격적이거나 힘들어서 그런것이구
저처럼 별 일 없는 사람은 안올리니
웬통 나쁜 시월드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저도
시어머니와 좋았던 일을 자주 올려야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 123276 | 영어 잘하시는 82회원님 영어표현좀 알려주세요! | 영어 | 2012/06/22 | 2,321 |
| 123275 | 역시 유전자의 힘은.. 7 | 부모를 빼다.. | 2012/06/22 | 4,653 |
| 123274 | 혹 저 같은 분 계신가요? | 아자 다이어.. | 2012/06/22 | 2,184 |
| 123273 | 초등자녀두신 어머님들께 여쭈어요. 1 | 우크렐레 | 2012/06/22 | 1,605 |
| 123272 | MB 가뭄극복 망언한 날, "녹색성장 전도사".. 2 | yjsdm | 2012/06/22 | 1,900 |
| 123271 | 여름에 제모 어떻게 하세요? | .... | 2012/06/22 | 1,690 |
| 123270 | 곽노현 교육감께서 저희 아이 유치원에 다녀가셨어요. 7 | 유치원 | 2012/06/22 | 3,208 |
| 123269 | 지클레프 콘서트 - 무료티켓 | 아침향기 | 2012/06/22 | 1,592 |
| 123268 | [급질]커브스 해보신 분...효과 있었나요? 15 | 배둘레햄 | 2012/06/22 | 44,926 |
| 123267 | 아빠가 신경마비가 왔어요 | groran.. | 2012/06/22 | 1,786 |
| 123266 | 초등 3-4 학년 아이가 읽은 세계명작과 창작동화 추천해 주세요.. | 어리숙한엄마.. | 2012/06/22 | 1,627 |
| 123265 | 포토샵 질문요 3 | 스노피 | 2012/06/22 | 1,497 |
| 123264 | 초등4학년아이 수영복.. | 은새엄마 | 2012/06/22 | 1,900 |
| 123263 | 추적자,, 왠지 예전같지 않은 느낌 11 | 아쉬움 | 2012/06/22 | 4,900 |
| 123262 | 육아에 대한 강의에서. 궁금 3 | 어지러워 | 2012/06/22 | 1,689 |
| 123261 | 기분이 갑자기 안좋아졌는데 뭘 먹으면 좀나아질까요? 6 | ㅡㅡ.. | 2012/06/22 | 2,079 |
| 123260 | 도우미분께 이 정도 일 맡기려면 비용은 5 | 얼마? | 2012/06/22 | 2,535 |
| 123259 | 영어숙제 도와주세요 1 | 영어도와주세.. | 2012/06/22 | 1,731 |
| 123258 | 만사가 너무 귀찮아요. 8 | 힘들다 | 2012/06/22 | 3,118 |
| 123257 | 매실담았는데, 며칠 있다 설탕 저어줘야 할까요? 5 | 매실 | 2012/06/22 | 2,364 |
| 123256 | 양재코스트코에 ZARA 여자바지(곤색) 아직 있나요~? | .... | 2012/06/22 | 1,835 |
| 123255 | 박근형씨 연세가 72세라네요. 8 | 우와 | 2012/06/22 | 4,608 |
| 123254 | 홍삼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5 | 평소 | 2012/06/22 | 1,875 |
| 123253 | 견디자~~~ 4 | 중1 | 2012/06/22 | 1,795 |
| 123252 | 싱크대 청소 며칠에 한번씩 하세요? 3 | 궁금 | 2012/06/22 | 2,86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