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 시어머니

며느리 조회수 : 3,059
작성일 : 2012-06-18 16:29:14
시부모님이 2주째 저희 집에 머물고 계세요. 처음에 오신다고 했을 때는 부담감에 몸둘 바를 몰랐는데. 함께 지내다 보니 내가 정말 귀한 집 사람과 결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많이 배우지도 못하시고, 부유하지도 못하시지만. 왜 아들들이 그리 모두 효자인지 이해를 할 것 같더라구요. 왠지 (특히) 어머님께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어요. 어머님 생각하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도 생각나구요. 그래서 그런지 아들들이 모두 좋은 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각자의 영역에서 성실히 자기 역할하며 살고 있구요.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가시는데. 어제 밤 누워서 곰곰히 생각해 봤어요. 어머님이 특별하게 해주시는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대체 왜 내 마음에까지 훈훈한 바람이 불고, 절로 절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지금까지의 결론은 어머님은 타인의 모든 행동을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귀찮아서 뭔가 거절한 적이 있는데 그걸 상대방이 힘들까봐 그랬구나. 하시고. 그닥 잘하지도 않은 일에도 진심으로 잘했다고 생각하시고. 집에 오셔서 식사 정말 많이 도와 주셨는데 '식사 끼니 때 마다 챙기느라고 고생 많았다'며 고마워 하시더라구요. 사실 먼 곳까지 와서 계속 밥 하시게 하는 것 같아 죄송했는데 말이에요. 여행도 많이 못모시고 가고, 가서도 레스토랑이 아닌 호텔 방에서 밥해먹었는데 딴 분들과 얘기라도 하게 되시면 아들 며느리 덕분에 너무너무 좋은 곳 많이 봤다고 행복해 하셨어요. 식당을 가건 어디를 가건 어머님이 지나치게 아들/며느리를 챙기시는 모습이 가끔은 불편 했는데(고기라도 구워 먹을 때면 돈 많이 들까봐 본인은 거의 안드셔요), 남은 음식을 슬쩍 챙겨서 집에 와서 다른 밥 할때 쓰곤 하시는 모습은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돈을 아끼고 자식들을 아낌 덕에 아들들이 다 잘자랐구나 싶더라구요.

어제 밤 함께 지내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는데 나무 행복해 하시는 반짝거리는 눈빛에, 이렇게 정리까지 다해뒀구나 기특해 하시는 따스한 눈빛에 어머님 더 행복하게 더 자랑스럽게 좀 더 좋은 사람 되고프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 4년 만에. 처음으로 이리 오랜 기간을 부모님과 보내게 되면서 그간의 숫한 오해들과 여물지 못한 마음에 속으로 했던 나쁜 생각들, 남편에게 한 모진 말들이 부끄워지더라구요. 뭐 또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의 의도를 오해하고 불평하고 그러겠지만 이제 그분들의 진심을 알았으니 이전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부모님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로 자게에 불평 글을 올렸었는데. 이렇게 감사한 마음의 글도 올리게 되네요. ㅎㅎ
IP : 217.41.xxx.2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2.6.18 4:32 PM (217.41.xxx.23)

    스마트 폰이라 오타가 많네요. ㅎ

  • 2. 스뎅
    '12.6.18 4:33 PM (112.144.xxx.68)

    보는 제가 다 훈훈 하네요 어머님께 효도 많이 하시고 행복 하세요^^

  • 3. 파사현정
    '12.6.18 4:39 PM (203.251.xxx.119)

    고부간에 사이 좋으니 보기좋네요.

  • 4. 지혜로운
    '12.6.18 4:55 PM (220.119.xxx.240)

    사람으로 보여 두 분 다 부럽습니다.
    생활 속에 늘 복이 따를 듯 하네요.

  • 5. ㅇㅇ
    '12.6.18 4:56 PM (211.237.xxx.51)

    원글님도 시어머님도 다 좋으신 분일겁니다.
    좋은것을 받아들일줄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물론 그런 좋은 어머님의 아드님이고 좋은사람을 볼줄 아는 원글님의 남편분도 분명 좋은 분이겠지요..
    따뜻한글 잘 읽고 갑니다.
    원글님 부부나 시부모님이나 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6. ,,
    '12.6.18 8:17 PM (68.192.xxx.106)

    시어머님도 인복이 많으시네요, 며느리복도 있으시고 오랜만에 읽는 마음이 따듯해 지는 글입니다

  • 7. ...
    '12.6.18 9:12 PM (59.15.xxx.61)

    이렇게 시어머니 좋은 글 올려주셔서 마음이 따뜻합니다.
    사실 저희도 고부갈등 없어요.
    어머님이 사랑이 넘치는 분이고
    마음도 넓으시고 현명하시고 한마디로 양반이세요.
    그러다보니 딱히 시어머니에 대해 올릴 일이 없더라구요.
    여기 82는 시어머니 시댁식구들 흉보는 글이 많지만
    그건 글 올릴만큼 충격적이거나 힘들어서 그런것이구
    저처럼 별 일 없는 사람은 안올리니
    웬통 나쁜 시월드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저도
    시어머니와 좋았던 일을 자주 올려야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1911 한강르네상스는 결국 완전 무산된듯 2 폭격기 2012/06/28 1,072
121910 국가장학금, 상명대생은 안되나봐요 12 장학금 2012/06/28 3,311
121909 백혈구수치가 2500 이면 어떻게 하나요? 6 응급인가요?.. 2012/06/28 20,924
121908 저희 동네 아저씨가 바람이 났는데요, 그 아저씨 어머니는 완전히.. 7 기막혀 2012/06/28 4,412
121907 오래된 냉면 먹고도 멀쩡한 나;;-.- 8 ** 2012/06/28 1,408
121906 대문의 자식 걱정 필요없다는 글을 보고...조언 부탁합니다..... 2 사춘기 2012/06/28 1,181
121905 바이올린 문의 1 -- 2012/06/28 666
121904 역사 논술도 따로 집에서 수업 시키네요. 4 초등4 2012/06/28 1,640
121903 허벌 질렀어요...... 3 마니야 2012/06/28 1,356
121902 한일 군사협정.. 이명박 혼자 저질렀을까? 3 과연? 2012/06/28 1,165
121901 가자미식해 도와주세요~ 3 ... 2012/06/28 703
121900 제습기 추천부탁드려요 4 아림맘 2012/06/28 1,052
121899 82님들도 차종보고 평가하시나요? 80 솔직답변하세.. 2012/06/28 10,181
121898 딸이 자면서 이를 갈아요 6 헬렐레 2012/06/28 1,605
121897 초5 아이 뺀지 오래된 이빨 아직도 안나왔는데요..? 6 ..... 2012/06/28 897
121896 아이 이마에 혹 피가 뭉친거라는데요.. 약 안먹어도 될까요? .. 2012/06/28 2,129
121895 안들어가요.. 2 치간치솔 2012/06/28 645
121894 조현오 눈두덩 얻어맞은 표지 사진.. 왜? (책 표지 얘기) 4 세우실 2012/06/28 1,541
121893 안구건조증 조금이라도 완화될 수 있는 방법 알려주세요 ㅠㅠ 20 힘들다 2012/06/28 3,731
121892 우리 고양이.가슴 찌르르하게 이뻐요. 9 늦둥이 2012/06/28 1,827
121891 82가 회사에서만 안돼요 1 안돼요 2012/06/28 697
121890 50대 직원에 해병대캠프 강요한 회사, 결국 패소 하나은행 다.. 2012/06/28 962
121889 아래 결혼자금 펀드글 읽고요 질문이요... 6 초보 2012/06/28 1,308
121888 명심보감 이래요 woawoa.. 2012/06/28 611
121887 고지혈증은 10 지나가다 2012/06/28 2,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