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주 욱하고 사고치는 남편.. 그 원인을 이제 알겠어요.

칭찬하세요 조회수 : 3,787
작성일 : 2012-06-08 12:24:50

남편은 .. 가끔 볼 수 있는 그 전형적인 .. 평소엔 너무 성실하고 좋은데

술만 마시면 싸우고 사고치고 사람 힘들게 하고 가족들한테 아픈 소리 내뱉고

그러다 술 깨면 또 자괴감에 빠져서 자기가 준 상처까지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에요.

 

아니.. 그런 사람이었어요 .. 라고 믿고 싶네요.

 

연애 시절엔 거의 두어달에 한번씩 그랬고

(정말 제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 없는게 그게 나쁜건지 그러면 안되는건지

아무런 생각도 없고 판단도 할 수 없어서 제가 결혼까지 했다니까요.. )

결혼하고 애기낳고 보니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되는건데 왜 남편이고 아빠가 된 사람이 저러나 싶어서

남편 그럴 때 마다 저도 같이 뒤집어지고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저 혼자 원인 파악하려고 공부도 해 보고..

그나마 결혼하고 나서는 일년에 서너번으로 줄긴 했었지만 어디 그게 횟수가 줄었다고 쉬운가요.

그러다 작년부터는 술 아예 끊고 그런일 잊고 살다가 이번에 술 제대로 마시고 또 도돌이표.. 미치죠.

 

남편도 미쳐 나도 미쳐 지켜보는 시댁식구들은 지쳐..

 

그러곤 남편과의 냉전이 한 한달 갔다가 이대로 아무 말 없이 지내면서 시간만 흐르면

이번에도 그저 시간이 지났으니 잊자.. 하면서 그냥 두리뭉실 덮어버리고 다음에 또 이럴거 같아서.

남편한테 딱 하나 부탁이 있는데, 정신과를 가든, 심리 치료사를 찾든 상담 한번 받아봐라.. 했어요.

남편도 늘 자기를 힘들게 했던 부분이라서 생각끝에 그러마고 했고.

건너 건너 아는 분이 모래놀이 치료하시는 분이 계셔서 그 교육센터에 몇번 다니며 상담을 받았어요.

 

결론은요..

남편의 그런 행동의 원인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칭찬을 받지 못한데 있었답니다.

 

저희 시댁, 크게 문제 있는 집안은 아니에요.

시어머님이 아들 낳고자 딸 넷 아래로 마흔넘으셔서 저희 남편이 태어났어요. 누님 여러명 아래 외아들이었죠.

지금까지 남편한테 듣기로는 어머니가 늘 아들아들 아들 먼저 챙기셨고,

아버님은 굳이 아들욕심은 없던 분이셨는데 늦둥이 외아들 버릇없이 자랄까봐 좀 엄하셨다고..

그 말만 들었던 제가 보기에는 지금도 똑 같이 아버님은 여전히 엄하시고 어머님이하 누님 네분은

저희 남편을 아직도 서너살 애기 다루듯이 다 뜻 받아주시고 챙기시고 그러세요.

저한테 시집살이 시켰다간 남편 심기 건드릴까봐 저한테고 어찌나 잘 해 주시는지요.

 

그런데요,

남편이 상담하면서 자기 어린시절 어렵게 떠올리며 우는데..

어려서 부모님께 칭찬 받아본 기억이 없대요. 잘하면 당연한거고 못하면 야단맞고 매 맞고

어머님이 속 마음은 아들아들 하면서 밥 한그릇 있으면 아들만 먼저 챙기시고 그랬지만

그 표현이 겉으로는 다정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거죠.

어린 남편은 그 밥 한그릇 보다는 엄마 손 한번 잡아보고 아빠한테 칭찬 한번 받아보기를 원했던거구요.

 

그 모든 세월을 어떻게 제가 알겠습니까마는.. 그게 학교생활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쭉 영향이 가서

공부를 잘 해도, 즐거워서 잘 하는게 아니라 야단 안맞으려고 잘 하고,

사회생활도 사업도 정말 성실히 하는데 칭송받으려 그러는게 아니라 비난받지 않으려고 그러는 유형이었답니다.

 

그래요. 그 시절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 많이들 그러셨죠.

자식 서넛은 기본이고, 삼대가 같이 사는 집도 많았고,

아빠는 가족 부양의 짐이 있으셨고 엄마는 어른들 모시랴 애들 챙기랴 .. 여유가 없었지요.

물론 그럼에도 늘 다정하고 따스운 분들도 계셨겠지만 보통은 내 맘 니가 알겠냐.. 하면서 표현 못하고 그렇게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나 교육방송의 부모가 달라졌어요.. 같은 프로그램보면

전문가들 조언이 거의 비슷하잖아요. (방법을 잘 골라야 하지만) 칭찬해 주시고 인정해 주세요.. 그러는거.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얻게된 모든 것들이 앞으로 살아갈 때 늘 밑받침이 된다는거.

저도 그런 방송보면서 메모하고 기억하려고 애쓰면서도 실제로 저희 아이들 대할 때도 그게 쉽지만은 않죠.

 

그런데 저희 남편 상담과정 지켜보고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니까

정말 어린시절의 육아라는게.. 부모로서의 역할이라는게 중요한거라고 다시 느끼네요.

 

상담 후에 남편은 무척 홀가분한 모양이에요.

의식적으로 이런 저런 자기 습관들 고치려고 하는 것도 눈에 띄고.

상담사 말씀이 제가 배우자로서 해 줄 것은 조그만 변화도 알아봐주고 칭찬 해 주시라.. 그거였네요.

저도 막 정이 넘쳐 흐르는 사람이 아니라서 저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데

이런 저런 상관관계를 생각해보니 저희 아이들을 위해서도 저 역시 그렇게 노력해야 겠구나 싶어요.

 

어찌보면 사람은 다 같잖아요.

'비난'보단 '칭찬'과 '인정'이 더 고프고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남편일은 저도 이제 잊고 같이 한번 노력해 보려구요.

IP : 121.147.xxx.14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6.8 12:36 PM (175.196.xxx.89)

    잘 몰라서 하는 말일지 모르지만 그 정도 상처 안 주며 키우는 부모는 없을것 같아요 키워보니 ....그냥 욱 하는 성격 아닐까요 ?심리치료가 욱 하는 성격 고치는 데 동기 부여가 된다면 좋킨 하겠지만 성격이라 쉽게 고쳐질 까요 . 노력 하는 모습에 고마워하고 성격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보듬으며 살아가야죠

  • 2. ..
    '12.6.8 12:45 PM (113.10.xxx.201)

    저도 ..님과 같은 생각요.
    저도 남편분과 비슷한 상처랄까, 그런 게 있거든요.
    저도 집에서 첫째로 태어나서 친가족뿐 아니라 온 친척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대요.
    지금도 제 동생들보다는 다들 저를 먼저 챙기시고, 이뻐하시는 걸 알아요.
    그런데 그와 별개로 저는 늘 움츠러들어있고, 불안정한 편이었고, 자라서는 의존적인 성격이 두드러지더
    군요. 자신감도 많지 않은 편이고...
    그런데 알고 보니 친정엄마가 말씀하시길, 자라는 동안에 제게 칭찬은 잘 안 하시고,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질책만 계속하신 걸 후회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제 아이에게는 칭찬 많이 해 주라고 진심으로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제 부모님 탓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물론 처음에는 어느 정도 부모님 원망도 조금 되고 하는데, 솔직히 윗님 말씀처럼
    그 정도 상처 안 주며 키우는 부모가 어딨나 싶어요. 그리고 이제는 못해주신 부분보다
    잘해주셨던 부분을 더 감사하며 살아야 할 나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제 친구도 얼마 전에 저더러 자기 어머니 때문에 어릴 때 상처받아서 이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상처받은 수준(?)이 저의 경우와 비슷한 정도였어요)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그렇더라고요. 이제 어느 정도 성인이 되었으면 부모님 탓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고요.

  • 3. 메이
    '12.6.8 1:07 PM (61.85.xxx.176)

    부모의 문제라기 보다... 그런상처를 꺼내지도 못하고 누군가가 받아주는 사람도 없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더 그랬던거에요.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늘 상처받고 살아가고 있고요. 그런상처를 누군가가 공감해주고 받아만 줘도 살아가는게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텐데.. 어른들이 문제행동은 다 본인의 잘못된 습관이라고 못을 박잖아요. 그 사람에게 필요한건 사랑과 관심인데 말이죠...

  • 4. 이글 보니
    '12.6.8 1:12 PM (1.212.xxx.61) - 삭제된댓글

    저희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저희아빠도 술만마시면 폭군이 되셨는데.. 지금은 안그러지만 저 어릴때 그러셨어요.. 부부싸움하고... 폭력쓰고..싸움하다 경찰서에도 끌려가고.. 평소에는 얌전한 편인데.. 할말 못하도 끙끙 앓다가 술만 마시면 다 내뱉더라구요.. 성격이 소심해서 그럴수도.. 아빠의 아버지가 두살때 돌아가셔서 부모님 사랑도 많이 못받은것도 같고..
    근데 애들있는데서는 절대 부부싸움 심하게 하시면 안될거 같아요.. 저와 저희 오빤 어렸을때 부부싸움 하는걸 빈번히 보고 자라서 오빠는 소위 학교 싸움짱이 되었고.. 조용하고 얌전한편이었던 저는 애정결핍과 부모 부부싸움으로 성격이 제대로 형성이 안되어서 학창시절 왕따를 줄곧 당했답니다..

  • 5. ...
    '12.6.8 1:14 PM (119.200.xxx.23)

    원글님 남편은 아마 욱하는 원인을 모르고 있었고 상담을 받고 알게 되었으니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는 거겠죠. 사람은 아롱이 다롱이로 태어나서 비슷한 관심과 애정을 주고 키워도 결과가 모두 다릅니다. 모든 식물이 키우는 방법이 다르듯이 아이마다 타고난 성향에 맞게 가꿔줘야 행복한 꽃과 열매가 달리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얻게된 모든 것들이 앞으로 살아갈 때 늘 밑받침이 된다는거." 좋은 말씀입니다.
    원글님 남편 깨달으셔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6. 칙칙폭폭땡님
    '12.6.8 9:02 PM (121.147.xxx.142)

    저희도 지방살아요.
    운 좋게 아는 분이 심리치료를 하셔서 어렵지 않게 상담 받았는데
    찾아보시면 모래놀이 치료, 미술 치료 등등 몇군데 있을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8529 거래처 직원이 와서 배 꼬르륵 거리거나 방구 뀌어도 괜찮지않나요.. 2 저 아래 방.. 2012/06/19 1,371
118528 핍플랍 문의요 6 사고싶어요 2012/06/19 2,020
118527 방위사업청 “차세대 전투기, 지금이 구매 적기” 1 세우실 2012/06/19 695
118526 군대면회가는데 무슨 음식이 좋을까요? 경험맘님들 부탁요! 2 퐁듀아줌마 2012/06/19 3,576
118525 초딩 스마트폰 조건 보세요 3 고운이 2012/06/19 1,562
118524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가 괜찮을까요? 5 요가 2012/06/19 2,212
118523 오이지 도움 꼭 부탁드려요. 2 뭔가잘못된듯.. 2012/06/19 1,317
118522 살 많이 빠지면 턱선이 변해요 5 다이어트 2012/06/19 4,415
118521 버스커버스커 신기하네요. 2 .. 2012/06/19 2,545
118520 동아일보의 왜곡보도 당한 늦봄 도와주세요 smwqha.. 2012/06/19 1,372
118519 [김정놀]142회-이석기는 당 핵심 맞다, 사당야욕 버려라/마지.. 사월의눈동자.. 2012/06/19 706
118518 아동성추행범 우편 다들 날라오시나요? 6 2012/06/19 1,052
118517 엑셀 다운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1 노을 2012/06/19 828
118516 커브스랑 필라테스중에 어느것이 살빼기에 더좋을까요? 1 고민 2012/06/19 2,831
118515 포괄수가제? 헷갈리는데요~ 6 궁금 2012/06/19 1,151
118514 네버랜드 클래식과 비룡소 클레식중 고민 4 .. 2012/06/19 5,273
118513 친정엄마가 쓰실 침대 겸 소파 어떤게 좋을까요? 4 .. 2012/06/19 2,093
118512 책꽂이 대신 북타워 어떤가요? 1 궁금 2012/06/19 1,710
118511 코렐만 쓰던 제게- 쯔비벨? 포트메리온???... 9 나도예쁜그릇.. 2012/06/19 3,239
118510 스마트폰 ㅠㅜ 9 왕소심 2012/06/19 1,837
118509 82 언니들, 부대원들이 마봉춘 노조원들에게 삼계탕 쏜답니다 9 힘내시라고 2012/06/19 2,636
118508 댓글에서 '<<' 이걸 쓰면 뒤에가 짤리는 버그가 있.. 3 ... 2012/06/19 592
118507 저녁이 있는 풍경.....실현될수 있을까요. 2 ㅇㅇ 2012/06/19 875
118506 갈비뼈 부러진 경우? 2012/06/19 972
118505 내가 셔플댄스 출 때.. 불편한 진실 4 선풍기는 미.. 2012/06/19 1,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