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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은 그 분의 3주기 입니다. 그 분이 너무 그립습니다..

못난 사람... 조회수 : 1,246
작성일 : 2012-05-23 00:26:33

3년전 오늘이었습니다.    맑은 날 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토요일이었지만 바쁜 남편은 출근하고 저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아이들과 복작복작 거리면서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그 때나 지금이나 텔레비젼이 없어서 속보가 늦습니다.

 

출근해서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 않는 남편이 전화를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위독하시다는데.. 돌아가셨다고도 하는데..."

전화를 남편이 끊었는지, 제가 끊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나중에 엄마가 아빠 전화를 받고 비명을 질렀다고 하더라구요.

얼른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했습니다.    그 분 소식을 들었습니다.

 

갑자기 제 무릎 뒷쪽을 누가 퍽 걷어찬 것처럼 다리가 꺽였습니다.

눈물이 줄줄 흐리고, 나중에는 소리를 내서 엉엉 울었습니다.

위독하시다고 나왔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시라는 것을요..

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 처음 그렇게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저처럼 통곡하는 많은 어른들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와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같이 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멀쩡한 구청을 놔두고, 사거리 자동차 회사 대리점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며

새삼 이를 갈았습니다.    그게 벌써 3년전의 일입니다.

 

그 분을 보내고 달라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직도 멀었습니다.

사람은 정말 쉽게 달라지지 않나 봅니다.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제 3주기...  그 분과 진짜 작별을 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그 분을 완전히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 아버지를 마음속에 묻었듯이 그 분도 평생 그렇게 묻고 살겠지요...

 

어쨌거나 오늘은 그 분의 3주기 입니다.

이 드럽고도 드러운 세상을 안 보고 가셔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가도

그래도 그 분이 계셨다면, 이 뭣 같은 세월을 살아내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눈물이 핑 돕니다.    그 분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리운 님.   가신 곳에서 편안하게 잘 지내십니까...

이 곳 걱정에 그 곳에서도 편안하게 지내시지 못할까봐 걱정입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이 가시고 3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내 당신이 그립습니다.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꼭 그러시길요..

그리고... 그래도 당신이 계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IP : 58.123.xxx.137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미
    '12.5.23 12:51 AM (122.47.xxx.17)

    그날은 제가 경험한 가장 충격적인 날이였어요..ㅠ
    현실에선 일어날수 없는 일이라고 거짓말인줄 알았어요..
    아직도 가슴 시리도록 아픔니다

  • 2. 또 울컥..
    '12.5.23 12:55 AM (119.149.xxx.75)

    벌써 3년이네요.
    친정 어머니 생신맞이 가족여행하러 통영으로 떠나는 버스안에서
    새벽 첫차로 출발이라 비몽사몽간에 뉴스를 들으면서 꿈인지 생신지

    그리고 가족여행, 밥먹으러 가는 곳마다 뉴스는 흘러나오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오고
    골수 똥누리당 지지 친정가족들한테 좋은 날 별꼴을 다 보인다며 온갖 욕 다 듣고
    그랬던 3년전 그날이 꼭 꿈같네요.

    좋은 사람들은 좀더 오래.. 곁에 머물러주면 좋을텐데.
    어쩌나요. 그래도 산 사람들은 힘내서 살아봐야죠. 더 좋은 세상, 살기 좋은 곳 만들려 애쓰며 살아봐야죠

  • 3. ;;;;
    '12.5.23 12:59 AM (175.197.xxx.187)

    저는 그때 회사 워크샵 중이었고 전날밤 숙취로
    늦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모여들었고...
    틀어진 티브이에 뜨는 속보를 보았었어요................

    말도 안되는 자막이 뜨고있는데
    잠깐 놀라곤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우걱대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하늘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어요...

    시청에서 몇시간 기다려 분향을 하고
    그 이후로 몇날 몇일을 울었는지 몰라요...
    저도 내 손으로 뽑아놓고도 별 관심없이 지내다가
    다들 욕하니 왜 저러니...;; 속상해하다가 말다가...그랬던 1인으로서,
    정말 뒤늦은 뼈저린 후회를 했습니다.

    그게 3년전이군요.

  • 4. 생생한그날
    '12.5.23 1:01 AM (175.223.xxx.137)

    제가 있는 지역은 그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어요 ㅠ
    밤에 꺼놨던 폰을 아침에 켜니 문자가...
    그날은 울지도 못했어요. 믿을 수 없었으니까요.
    다음날 일요일 아침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눈물.
    시간이 약이라는데 아직은 멀었네요.
    5월은 참 아픈 달입니다.

  • 5. 초5 아들
    '12.5.23 1:04 AM (124.50.xxx.136)

    한자 급수시험때문에 아침부터 티비는 안틀고 허겁지겁 준비하고 가는데,
    택시가 안잡혀서 아무 자가용이나 붙잡을려고 (시간이 너무 늦어 시험 못칠까봐)
    허둥대니 어떤 맘씨좋은 아버지와 중학생 즈음 돼보이는 아들이 탄 차가 멈춰 고사장까지
    고맙게 타고 간 토요일이었지요.
    남편은 친구들이랑 관악산으로 등산가고.. 한자시험 고사장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아이 시험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와 티비를 트니..이상한 자막이...
    점심도 안먹히고 세상이 암울했고 분노로 저녁에 아들축구대회에서도 조용히 있다가 왔어요.
    다른 엄마들도 평소와 다르게..이게 뭐야 하는 분위기...침울했었어요.
    장례식대 온통 노란색으로 뒤덮인 티비화면 보면서 영구차 지나가는 곳으로 달려갔었습니다.
    울아파트 라인에 조기 단집이 몇집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6. 못난 사람...
    '12.5.23 1:10 AM (58.123.xxx.137)

    오늘은 아무래도 쉽게 잠이 들기는 힘들지 싶습니다.
    이 글을 올려두고 또 눈물이 나서 한참을 울었어요.
    이렇게 함께 기억하고 슬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7. 쓸개코
    '12.5.23 1:18 AM (122.36.xxx.111)

    그날 저는 평소와 다르게 일찍 일어났었죠. 자동으로 티비를 켜고..
    아마 8시였을거에요. 켜자마자 비보가..
    제일이 무척 바쁠때였는데 모든걸 제쳐두고 혼자 덕수궁 앞으로 갔습니다.
    4시간을 기다려 절을 하고 돌아오는길..
    이렇게라도 안했다면 죄송해서 어찌했을까 싶더라구요.

  • 8.
    '12.5.23 1:29 AM (58.141.xxx.98)

    . . . ㅠ ㅠ . . .

  • 9. ...
    '12.5.23 1:34 AM (116.39.xxx.114)

    그때나 지금이나 암담하기만하네요....그분의 죽음이 헛되이 되어 가는듯하여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 10. ...
    '12.5.23 1:38 AM (125.178.xxx.193)

    가슴 아픕니다

    세상을 바꿀만한 힘이 보이질 않아 슬픕니다

    그저 떼를 쓰고 싶을뿐입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 11. ....
    '12.5.23 2:55 AM (211.202.xxx.238)

    내 손으로 뽑아놓고도 별 관심없이 지내다가
    다들 욕하니 왜 저러니...;; 속상해하다가 말다가...그랬던 1인으로서,
    정말 뒤늦은 뼈저린 후회를 했습니다.
    2222222222222

    아침 먹고 나서 컴퓨터 켰는데.. 다음 메인에 무슨 뜻인지 바로는 알 수 없었던 제목들.. 뭐야 이게.. 클릭하고 읽어내려가다 가슴이 쿵 떨어졌어요..
    오후에 남편친구 돌잔치에 전 못갔어요..
    티비랑 인터넷으로 보면서.. 제발 잘못된 소식이길.. 얼마나 바랬었는지..

    소중하고 귀한 분을 제 무식으로 놓쳐버렸다는 사실에 한동안 괴로웠습니다..

  • 12. 반지
    '12.5.23 3:01 AM (110.12.xxx.208)

    맞아요 그날 날씨가 참 맑았어요 ㅠㅠ

  • 13. 그루터기
    '12.5.23 7:04 AM (61.79.xxx.103)

    저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9개월된 아기에게 젖먹이며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거짓말같은 자막 한 줄이 떠서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뽑은 대통령이었는데. 투표소가 열자마자 달음박질해서 망설임없이 그분의 이름 옆에 도장 찍고 나오면서 꼭 당선되어야 한다고 되뇌였었는데. 그분이 돌아가시다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가시는 마지막 길, 같이 보내드리지 못하고 노란 물결이 가득한 광장을 보면서 아기 안고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관용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것.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것. 남의 의견을 들어주는것. 이 단순한 것들이 이번 정부에서는 결여되어 있습니다.

  • 14. 붕어빵
    '12.5.23 8:00 AM (124.49.xxx.143)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려구요. 많이 그립네요.

  • 15. **
    '12.5.23 8:40 AM (180.69.xxx.193) - 삭제된댓글

    글 제목부터 울컥했어요..
    읽고나선 눈물바람이구요..
    정말 너무나 그립네요..

  • 16. 흑..
    '12.5.23 9:57 AM (59.10.xxx.69)

    한번도 대놓고 응원해드리지 못한게 한이 됩니다..
    그분은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우리 국민들에게 너무 넘치는 대통령이셨지요..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ㅜ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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