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다닐 무렵에 그런 생각이 아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주 유명한 그림도 아니고 영어책이나 국어책에 조그맣게 삽화가 그려져 있으면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게 아니라 아주 간절히, 수업시간에 그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들어가고 싶다. 들어가고 싶다... 주문이라도 외우듯이요.
그 그림 안으로 내가 들어가면 그 그림의 한 구석에 내가 새롭게 그려져 있는 재미있는 상상.
그런 상상을 참 자주 했어요.
친구도 많았고 외로왔던 기억도 없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공부가 하기 싫었을까요?
그림은 그냥 만화처럼 색깔도 없고 배경도 없는,
이름 없는 삽화가가 대충 그린 교과서 그림일수록
더 들어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안에는 그림의 사람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정신병자같은 생각이 아니었나 싶네요.
이런 생각 해보신 분 없으신가요?
그리고 오늘은 저녁에 잠깐 나가 장을 봐서 집으로 오는데...
참, 저희 집은 강북에 골목이 많은 주택가예요.
큰 집이랑 아주 작은 집들이 혼재된, 평범하고 오래된 동네죠.
저녁무렵이라 어둑어둑해지는 골목 여기저기에 푸근하고 다정해 보이는 불빛들이
새어나오는데 아주 작은 골목이 하나 눈에 띄는 거예요.
매일 지나다니는 골목인데, 커봤자 한 15평 내외의 작은 집들이 6-7집 정도 모여있는 작은 골목.
그 골목은 너무 작은데다가 옆으로 구부러져서 끝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너무 갑자기 그 골목으로 들어가고 싶은 거예요.
그 골목으로 들어가면 골목 어디선가 제가 흡수돼 버릴 것 같은 생각.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 그러면 참 마음이 편해지겠다 그런 마음.
아주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분 나쁘거나 슬픈 상상은 아니고 마치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할 때 처럼
약간 설레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그런 생각.
제가 외로운 걸까요?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요?
아님, 님들도 가끔 이런 생각 하시나요?
궁금해지는 저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