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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자두 뺐어 먹었던 아줌마가 궁금하네요.

......... 조회수 : 2,227
작성일 : 2012-05-09 15:55:06

항상 이맘때쯤이면 제 자두를 뺏어 먹었던 아줌마가 생각나요.

아주 어렸을 때 초딩4학년이었는데 아마도 어버이날이었을 거에요.

어버이날이라고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었는데 저는 만들기를 잘 못해서 제 눈에도 제 카네이션이

이뻐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만든 카네이션하고 돼지저금통에 모아뒀던 돈을 뜯어서 시장 과일가게로 갔어요.

저금통에 돈이 얼마 들어 있지 않아서 많이는 살 수 없었고 제가 살 수 있던 것은 자두 5개였어요.

혼자 과일 사러 온 것도 처음이었고 어떻게 고르는줄도 모르고 그 5개 고르기가 힘들었어요.

과일가게 아줌마가 누구 줄거냐고 물어보셔서 어버이날 선물로 엄마아빠 드린다고 하니까

이쁘다고 1개 더 주셔서 6개 받아 왔어요.

봉지에 들어있는 자두를 보면서 나름 뿌듯한 느낌으로 걸어오는데 그때는 시장에서 저희집에 가려면

과일가게랑 생선가게를 지나서 옷가게들이 많았는데 그 옷가게들 사이길을 통과하고 가야 됐어요.

그 옷가게 아줌마들이 저를 부르면서 자두 맛있어 보인다면서 집에가서 먹을거냐고 그러길래 저는 어버이날

선물로 사는 거라고 말을 했는데 그 아줌마들이 선물이면 좋은걸로 해야 하는데 제가 어려서 자두를 모르니까

자기들이 봐준다고 하면서 보여달라고 했었어요

저는 그때 무척 순진해서 보여주니까 아줌마가 한개를 꺼내더니만 이리저리 보다가 그냥 봐서는 모르겠다면서

자기가 먹는 거에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저도 놀랬고 순간 크게 울어버렸어요.

제가 우니까 그 아줌마가 자기는 자두를 봐주려고 했는데 애가 운다고 소리소리 질렀고 저는 아줌마한테 자두

내놓으라고 울고 사람들은 다들 저만 아줌마한테 대드는 애로 몰아가고 해서 울면서 집으로 왔어요.

그땐 자두를 뺐겼던 것도 그랬지만 부모님 드리려고 산건데 엄한 사람한테 뺐긴게 더 서러웠었어요.

집에 와서 자두를 씻고 엄마가 퇴근하자마자 카네이션 달아 드렸는데 엄마가 많이 좋아하셨던게 지금도 생생해요.

하지만 제 얼굴은 그닥 좋지 않아서 한눈치 하시는 울엄마의 유도심문에 걸려들어서 엄마가 저를 앞장세워서

그 옷가게로 뛰어가셨어요.

가셔서 "당신들은 자식도 없냐, 내새끼가 어버이날이라고 돼지저금통 털어서 선물을 샀는데 어떻게 그걸

뺐어 먹을 생각을 하냐, 당신들이 사람이냐"등등 한성깔 하시는 울엄마 그 아줌마한테 가셔서 난리 치셨어요.

아줌마는 움찔하고 저는 엄마 옆에 있었고...

시간이 되게 많이 지났어도 항상 어버이날때면 그때 자두 뺏어 먹었던 아줌마가 생각나요.

잊고 싶고 그닥 좋지도 않은 기억인데 저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딴건 다 까먹어도 그건 안까먹고 있네요.

애한테 뺐어서 자두 먹던 아줌마...그 자두가 맛있었을까요?

IP : 125.177.xxx.3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5.9 4:00 PM (210.216.xxx.190)

    진짜 거지 ㅇ구멍에 걸린 콩나물도 빼서먹을 인간이네요 어린애를 등쳐먹다니....

  • 2. 코난
    '12.5.9 4:06 PM (61.74.xxx.243)

    헐~ 그런사람이 또 있었나봐요..
    저도 꼬꼬마시절때 그떈 100원이면 10원짜리 간식들 여러개 사먹을수 있었어요..;;
    룰루랄라 신나서 가게가는데 어떤 아저씨가(지금 생각하면 한 20대 초반??) 너 돈있냐고 물어보길래
    있다고 했떠니 거짓말이라며 진짜면 보여달라고해서 손바닥을 펼쳐서 보여줬떠니
    낼름 집어서 도망가는거에욧!! 엄청 울고불고 했떤 기억이..ㅋ

  • 3. 글게요
    '12.5.9 4:24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원글님 엄마 참 든든하시네요.

  • 4. 소시오패스..
    '12.5.9 4:37 PM (218.234.xxx.25)

    소시오패스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아줌마가 소시오패스인 거죠..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린 아이가 용돈 모은 걸로 자두 몇개 겨우 사서 기쁜 마음에 돌아왔는데 그걸 하나 달랑 먹어버려요. 그 아줌마는 겨우 자두 하나 가지고 그런다 할 거고, 맛 볼 수도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아이의 전부를 털어선 산 거, 어버이날 선물로 산 거, 그 생각을 못하는 사람인 거죠.

    보통 생각이 짧은 어른이다 하겠지만, 그 생각이 짧은 게 소시오패스인 사람이더라구요.

  • 5. 저도비슷한경험있어요
    '12.5.9 4:39 PM (211.223.xxx.24)

    있어요. 어릴 때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갈 나이였는데
    공중전화로 엄마한테 전화할 일이 있어서 키도 잘 안 닿는 수화기 간신히
    내려서 동전 20원 넣고 다이얼 돌리려는데 전화 박스가 시장통 도로변에 있었거든요.
    장날이라서 과일 파는 아줌마가 전화 박스 옆에 장사를 벌였는데
    제가 전화하려고 동전 넣는 순간 득달깉이 오더니
    수화기 걸쇠를 얼른 누르면서 동전이 다시 나오니까 그 돈을 낼름 빼서
    가져가버리더군요.
    어찌나 순간 황망한지............... ㅠ ㅠ
    그거 제 돈이라고 달라고 해도 안 줍디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전화 급하려 걸려고 애쓰는 애 돈 20원 훔쳐가고 싶을까요?
    정말 욕나오는 기억이라서 수십년 지난 기억인데도 안 잊혀져요.
    그땐 제가 많이소심할 때라서 말해도 안 주니까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분해요.
    엄마한테 말도 못하고 그냥 삭혔네요.

  • 6. 원글
    '12.5.9 5:05 PM (125.177.xxx.35)

    오마나~~~
    전 저만 어릴때 어이없게 당한 줄 알았는데 저와 같이 당하신 분들도 계시네요.
    인간들이 도대체 왜 그런가 모르겠네요.
    어린애들 손에 있는거 손목 비틀어서 뺐으면 그게 그렇게 좋았고 만족했을까요?

    지금도 그때 바로 저 앞장세워서 뛰다시피 가셔서 제앞에서 제편 들어주시면서 난리 치셨던 우리엄마 완전 존경해요.

  • 7. ...
    '12.5.9 5:38 PM (116.43.xxx.100)

    그와중에 어머님 훌륭하시네요......엄마가 그런거 모른척 했더라면 더 큰 상처가 되었을텐뎁..ㅎ

  • 8. 저녁나절
    '12.5.9 6:26 PM (124.195.xxx.199)

    원글님 어머니같은 분도 계시네요. 예전 우리 엄마는, 한번도 제 편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지금도 엄마는, 우리들에게 관심도 없고 전화도 잘 안받으세요. 굉장히 냉정한편인것 같네요. 그리고 자식들 일에 관련된건 무척 성가셔하고 귀찮아해서 어릴때에도 시시콜콜 말해본적도 없고, 오히려 엄마가 너 그러면 안된다. 나중에 시집못간다이~이랬었었어요. 하도 그러니까 여동생이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자면서도 집엔 아예 알리지도 않고 들어오지도 않고, 결국 엄마가 학교 교실까지 가서 동생이 책상앞에 앉아있는걸 보고 왔잖아요.

  • 9. ...
    '12.5.9 6:59 PM (58.230.xxx.113)

    멋진 엄마 두셨어요.
    그래,, 괜찮아 ...그러고 마셨으면 서운해서 어쩔뻔 했어요.

    애들 코묻은 돈 뺏는 어른들...참, 할말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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