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홈스테이 하는 애한테 한소리했는데..

55 조회수 : 2,727
작성일 : 2012-05-07 19:29:20
원래 홈스테이를 할려고 모집한건 아닌데 우연히 알게 된 아이가 중학교 일학년때 들어와서 13학년인 지금까지 있어요..

작년엔 오빠랑 플랫한다고 나갔다가 오빠 군대간다고 한국가면서 저희집에서 플랫하면 안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플랫은 지가 밥을 직접해먹는거라 자기 생활비 절약은 되겠지만 저는 부엌을 나눠 쓰는 일이기도 하구.. 무엇보다도 저는 제법 근사하게 밥해서 남편이랑 먹는데 아이가 혼자 라면 끓여먹고 그러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저 직장갈때만 (파트타임으로 일해요..) 너가 혼자 해먹고 아줌마 요리할때는 같이 먹자 했어요..

생활비도 워낙 빡빡하게 쓰는지라.. 그렇게 해서 식비로 아끼는 돈 있으면 친구들 놀때 고민하지 말고 나가서 같이 영화도 보고 그러라고 했어요..

지 오빠도 착했고 얘도 워낙 착하고 붙임성도 있어서 작년에 플랫한다고 나가살때도 학교에서 상받거나 하는 일있으면 꼭 저희부부 초대하곤 했고 저희도 자주일때는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 바빠도 한달에 한번은 와서 밥먹고 가고 그랬어요...

근데 오늘 저녁은 밥을 거실에서 먹게되서 테이블을 옮겨다 놨는데.. 밥 다먹고 그걸 고대로 부엌에다 가져다만 놓고 치우질 않았더라구요..

상위에 그대로 그릇들이랑 음식 찌꺼기랑 그대로 있는데..생각해보니 누구하나 설겆이 한번 도와준적도 없었고... 가족 전체한테 다 화가 나서 당분간 밥 하지 않을테니 니들이 알아서 해먹으라고 했어요.. 화를 많이 낸 편은 아니구 일분 안되게 얘기했어요.. 밥먹은 테이블정도는 치우는게 매너인데 평소에 누구하나 도와준적도 없는데 그것도 안하니 속상하다 밥안한다 했어요.
 
다 치우고 거실에 혼자 앉아서 티비보는데 아이가 나와서 아줌마 죄송해요 사과드릴께요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내가 화가 많이 난게 아니라 화를 더 내고 싶지 않아서 밥 안한다고 한거다 아줌마 밥하는것 당분간만 좀 쉬면 또 가족들에게 잘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했더니 알았다고 하는데... 정말 상황 다 이해하고 길게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들은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웃으면서 내일 밥 어떻게 해먹을래? 했더니 씩 웃으면서 수퍼가서 재료사와야지요 하구요..
저는 덕분에 남편이랑 당분간 외식도 많이 하면서 즐길꺼구요..
 
요즘 애들 버릇없다 막나간다 하는 뉴스도 많고 특히 유학생 아이들은 부모랑 살지 않아서 더 엇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뒤끝없이 사과하고 어른 사정, 마음 다 이해하는 착한 아이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 고삼때 생각해보면 사실 이 아이가 더 나은것도 같아요.. 꼬이지 않고 말하면 알아듣고.. 남남으로 만났는데 이렇게 좋은 인연도 있네요..

그런애랑 남남으로 만나서 벌써 7년을 같이 알고 지내는 저도 운이 좋은 것 같구요..
IP : 101.98.xxx.5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바느질하는 엄마
    '12.5.7 7:33 PM (122.35.xxx.4)

    아이가 정말 바르네요..근데 이게 부모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 심지가 워낙 그리 굳고 바른 아이들이 있더군요..원글님도 좋은분이시라 아이와 잘 맞는걸겁니다. 7년씩이나 한집에서 산다는게 어느 한쪽만 좋아서 될 일이 아니거든요..복 받으실거예요..

  • 2. 55
    '12.5.7 8:57 PM (101.98.xxx.57)

    아이가 착하니 예전엔 가끔 제가 옷도 사주고 용돈도 주면서 지냈어요..요즘은 방값만 내고 사니 저는 속으로 그걸로 퉁친다 생각하고 돈으로 도와주는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절약되겠죠.. 저는 지가 착해서 받는 지복이라고 생각해요.. 윗분님이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그런복은 없겠죠..정말 자기가 착하고 바르면 주변에서 더 큰 서포트를 얻는데.. 어린 친구들은 그런걸 잘 모르니 안타깝기도 해요..

  • 3. ..
    '12.5.7 9:28 PM (175.223.xxx.60)

    글만봐도 흐뭇하네요
    꼬인거 없이 이렇게 서로 쿨하기 힘든데ㅎㅎ
    행복하세요!!

  • 4. ㅇㅇ
    '12.5.7 9:45 PM (211.237.xxx.51)

    왠지 글을 읽으면서 안좋게 끝날거 같아서 조마조마하면서 읽었는데
    세상에 그렇게 착한 아이가 있군요..
    솔직히 조기유학 혼자 보내놓으면 아이들이 망가진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아이들 많다더라고요 동거 마약 등등)
    저렇게 바르고 착한 아이가 있다니 저까지 다 뿌듯하네요.
    저도 고딩딸이 있는데 아마 저렇게 말하면 대답도 안하고 방으로 들어갈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08042 상추가 뻣뻣한건 왜 그럴까요? 그리고,훈제오리 껍질 드시나요? 2 ^^ 2012/05/18 1,187
108041 서울 시내버스 임금협상, 파업 앞두고 극적 타결 1 세우실 2012/05/18 857
108040 걷기와 여성호르몬 연관성 있나요? 1 다이어트 2012/05/18 2,932
108039 실리콘? 나일론? 남댐 2012/05/18 941
108038 한샘에 대한글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네요. 1 어제 2012/05/18 899
108037 영어 질문 - back pain ? 6 ... 2012/05/18 1,092
108036 해외에 계신 분들~께 여쭙니다. 5 소원 2012/05/18 960
108035 초2학교에서일어나는일 3 질문 2012/05/18 1,293
108034 팔뚝살 어찌 빼야 하나요? 6 ... 2012/05/18 2,029
108033 전여옥 대법에서 패소했군요 8 ㅂㅈㄷ 2012/05/18 2,310
108032 시내버스 파업사태에 대해 아시는분.. 2 혹시 2012/05/18 926
108031 해외사이트 구매 많이 해보신분??? 6 이런상황 2012/05/18 972
108030 에리카김 닮았어요. 1 에리카 2012/05/18 913
108029 구두 닦는법 좀 도와주세요^^; 2 .. 2012/05/18 2,102
108028 경찰서 가야하나요? 아이와 봉변당했는데 분통이 터집니다.! 12 akf 2012/05/18 3,388
108027 이소라 다이어트... 9 .. 2012/05/18 2,336
108026 울 남편 어떻게 생각하세요? 10 자기 본위적.. 2012/05/18 1,734
108025 해외사이트 영어좀 봐주세요. 4 사고파 2012/05/18 738
108024 월실수령액 200만원 어떤가요? 16 하우머치 2012/05/18 5,010
108023 일본어 혼자해도 될까요? 4 일본어 2012/05/18 1,391
108022 강철서신 저자 김영환 반성문 (사상전향서) 강철서신 2012/05/18 845
108021 오늘 옹정황제의 여인 보신분 계시나요?(스포 有) 3 완완 2012/05/18 3,250
108020 고등생딸 엄마보다 생각이 점점 앞서가는걸 느껴요. 5 진화 2012/05/18 2,462
108019 요즘은 돌전부터 학습지 시키나봐요 24 2012/05/18 3,015
108018 이런 사장 어때요?(좀 길어요) 13 2012/05/18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