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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들 있으면 집도 고치고 문제있으면 해결하고 하나요?

... 조회수 : 2,372
작성일 : 2012-04-27 02:28:11

저는 나이 30이구요 아직 결혼 안해서 엄마랑 살고 있어요. 아빠는 건강도 좀 안좋으시고 엄마와의 성격차이 때문에 지금 시골 부모님 한테 내려가서 지내고 있고 가끔 집에 올라오시구요. 그렇다고 두분이 이혼한건 아니에요.


저는 외동딸이고 집안에 남자라곤 아빠 딱 한명이였는데 아빠가 운전도 못해, 형광등 하나 갈아끼우지 않고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이제껏 엄마가 죄다 해결하는 스타일이였구요. 하지만 또 성격이 소심해서 걱정이 많고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기때문에 스트래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생활력은 강하나 억세지는 못한). 그 스트래스를 가장 만만한 저한테 많이 풀으셨구요

암튼 그런 성격의 엄마가 아주 오래된 다세대 주택을 7년전 마련했죠. 7년전이면 제가 22~23살때 대학교 저학년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때이고. 그때부터 엄마가 이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사람들 세 놓고, 사람 불러 고치고 그러면서 살아왔는데..

제가 몇년 전부터 엄마를 도와서 집에 사람들 들이고 보내고 또 고치고 하는거 도와주고 있거든요. 어느순간 DIY에 관심이 많아져서 하나씩 해보다가 엄마가 세 놓는 집도 제가 하기 시작했어요.

햄머드릴 사서 콘크리트 뚫고, 욕실 타일 깔고, 페인트 칠하고, 벽지 바르고, 장판 인터넷에 주문해서 깔고, 전선 연결해서 전등 새로 연결하고, 그렇게 집 고치면 사진찍어 인터넷에 글 적어 올리고 사람 들이고 계약하는것 까지 도우고...

나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방이 하나 나가서 그집을 좀 고쳐야 해서 시설 공사 인부도 부르고 신경쓸일이 많았어요. 그런 공사하는 분들은 기가 쎄기도 하고 엄마가 매번 상대해서 시공 맡기고 하는거 힘에 부치긴 하시겠죠. 하지만 집안에 어른인 엄마가 있는데 이제 30된 여자애가 할아버지나 아버지뻘의 시공 아저씨들에게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하긴 뭐하잖아요. 그냥 저는 엄마 없을때 간식만 드리고 식사 시켜드리고 그런 일 정도만 했구요. 공사가 큰 공사다 보니 마무리 하는 일에서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고 다시 얘기할려니까 소심한 엄마는 그런 부분이 스트래스라 머리가 아프고 그런가봐요.
아무튼 다시 전화가 와서 이상한 부분은 다시 해주시기로 하셨는데..

저한테 그러는 거에요. "아들이 있었으면 이런 일 다 알아서 할텐데, 아들 없으니 의지가 안되네 " 

그래서 저도 " 아빠도 아들인데 형광등 하나 끼울줄 모르잖아" 

" 아빠가 안하니까 둘째(저한텐 작은 아버지) 아들이 잘하잖아"

"그럼 엄마도 아들 둘 셋 낳지 그랬어. 그랬으면 인생 편했을텐데 ㅎㅎ "

" (분위기 보니 이크 이게 아니구나 싶어) 아냐아냐 우리딸이 아들 만큼 다 하는걸~"

뭐 이야기는 날이 서있지만 분위기는 티비 켜있고 농담하듯이 오고간 말이였어요. 

근데 지금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실내악 들으며 책 읽고 있는데, 갑자기 서운한 생각이 버뜩 드는거에요. 그래서 벌떡 일어나 이렇게 컴퓨터로 글을 쓰게 되었어요

뭐 저도 우리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난게 기쁜일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내가 딸로써 남들은 여자 나이 30살에 하지 않는 드릴 박는 일이며 페인트 칠이며, 전기연결이며, 핸디코트 일이며, 타일 붙이는 일이며, 짐 다 빠진 먼지 가득한 지저분한 집에서 새집으로 만들어 주는데.. 거기다 부동산 중계업자 일까지 해주지, 그렇게 집 깨끗하게 만들어서 월세 높여서 좋은 사람들 들여주지

이런일 아들들이 하나요? 30대 아들들이 이런일도 하고 집에 공사해야할 뭔 일들 있으면 깨끗이 해결해주나요? 

아무튼 인간은 갖지 않은 것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해도 그렇지.. (저도 마찬가지구요)

우리 엄마 아들에 대한 환상이 큰 것 같아요. 

물론 나도 오빠가 있었으면, 혹은 좋은 아빠가 있었으면... 집안에 듬직한 남자 한명 있었으면 정서상 편하기도 할텐데 하는 마음도 있어요. 엄마 마음도 이해 가긴 합니다.

그래도 굳은일 다 하는 딸한테 그런 말은 서운해요. (엄마 나도 이런 힘든일 하기 싫다고... 돈 많으면 사람들 써서 리모델링 할텐데 돈 없고 내가 할줄 아니까 하는거지만..성격이나 깜도 안되면서 30년 넘은 주택은 왜 샸냐고 ㅜㅜ )
IP : 182.213.xxx.20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4.27 2:40 AM (72.213.xxx.130)

    제 친정 오빠가 잘 고쳐요. 왜냐, 아빠가 하나두 할 줄 모르시니 오빠가 나설 수 밖에 없더군요.
    제 남편 하나도 할 줄 몰라요. 왜냐, 시아버님이 너무도 잘 고치심 -_- 저요? 제가 다 고쳐요. 별 불만 없어요.
    사실 답답한 것은 저라서 제가 나섭니다. 남자한테 기대는 마음을 버리니까 편하네요. 요샌 블로그나 유툽만 검색해도 쉽게 고치는 법 다 나와요.

  • 2. 스뎅
    '12.4.27 2:46 AM (112.144.xxx.68)

    원글님 대단 하시네요 요즘은 정말 남자라도 전구도 제대로 못끼우는 사람 많은데...아마 어머니도 속으로 고마워 하실 거에요...스트레스 받다보니 무심코 나오신 말일 거에요 너무 서운해 마시고 지금처럼만 하셔도 되겠네요^^

  • 3. 아니요
    '12.4.27 2:51 AM (121.139.xxx.140)

    아들이라고해서 원글님만큼 하는 사람 많지 않아요
    효녀시네요

  • 4. ^^
    '12.4.27 3:10 AM (222.237.xxx.201)

    안그런집 많아요.저희집도 남자가 셋인데 다 제가 했었어요.
    삐걱거리는 문 기름칠하고 신발장 떨어진거 못끼우고 전구 바꾸고..
    수납장 달고 전선 연결하고 컴퓨터 고치고 ㅎㅎㅎ..아직도 종종 컴퓨터 고쳐주러 갈때있어요.

  • 5. 쓸개코
    '12.4.27 3:20 AM (122.36.xxx.111)

    원글님 정말 대단하신데요!!
    저는 전구갈다가 감전된적 있어서 지금은 그런것 조차도 맘먹고 하는 처지인데^^;

  • 6. 전구
    '12.4.27 3:32 AM (72.213.xxx.130)

    전구 가실때는 목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곁에 껴 2겹으로 하심 안전합니다. 물론, 전기부터 차단하셔야 함.

  • 7. 님이
    '12.4.27 5:51 AM (106.103.xxx.32)

    하시는 일들 잘돕는 아들들도 못하는 일들이에요
    어찌 저런 말씀을 하신대요
    저같으면 못한다하겠어요
    글쎄 나는 잘 모르겠네
    울엄마 속상하시겠네
    아들하나 있으면 의지가될텐데 그죠? 위로하면서

  • 8. 흐음...
    '12.4.27 6:47 AM (222.116.xxx.180)

    친정아버지와 동생 모두 집 고치고 수리하고 하는 거 인부 써본 적이 없습니다.
    전 남자는 모두 다 그런 일 하는 줄 알고 컸습니다.
    왠걸.... 남편은 하나도 못하네요.휴~

  • 9. 음.
    '12.4.27 8:22 AM (121.182.xxx.36)

    근데 아들이 든든하긴할거에요..
    제남동생도 그래도 운전할줄알고 그러니까 큰일생기면 엄마랑 같이 대소사도 처리하는편이고..
    또 집안 제사나 문상때도 따라다니면서 도움이 많이되고요..
    사실 아들들이 해줄수있는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아무리 나이어려도요 남자라그러면 일단..힘이 다르잔아요.

  • 10. ....
    '12.4.27 8:54 AM (211.208.xxx.97)

    남편이 없다면 모를까..원래 남편이 해야 될 일 아닌가요?
    어머님께서 남편에 대한 불만을 따님한테 푸념하시나 봅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급히 수습 하신걸 보면
    본인도 그런 말씀 하면 안되는 걸 아시네요.^^

  • 11. Lala
    '12.4.27 9:49 AM (39.115.xxx.80)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닌데요. 님 멋져요~
    앞으로 잘 사실 것 같아요.^^

    다 님께 좋은 거에요.
    서운한 마음일랑 접어 두시고.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해질까만 생각하고 사세요.

    님같은 재주 있으신
    분들은 독립적이라 잘 사시더라고요. 다만 너무
    뚝딱뚝딱 해 버리니까 주변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게 문제에요. 너무 나서서 하시지
    마시고 니가 필요해~~ 요럴 때 짜잔~ 하고 뜸 들여
    가며 해 주세요. 그럼 더 인정 받고 좋을 것 같아요^^

  • 12.
    '12.4.27 10:17 AM (150.183.xxx.252)

    딸이 없는집은 또 딸타령 하더라구요

    애교가 많아서 집안에 은쟁반에 옥굴러가는 소리만 넘쳤을꺼래나 -_-;;
    다 로망이고 환상인거죠 ㅋㅋㅋ

    그나저나 님!
    너무 딱 부러지고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셔요 ^^

  • 13. .............
    '12.4.27 11:20 AM (59.4.xxx.5)

    원래 그래요.소소한일에는 딸타령!!!!!큰일에는 아들타령~울집에 같이 합숙하는 양반도 형광등 못갈더라구요.한참 씨름하더니 결론은 이건 안되는일 이라고 하길래 제가 의자밞고 올라가서 5분만에 해결했습니다
    눈으로는 그날 잡혀먹혔을 분위기였어요.남자라고 힘든일 잘하는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살림 잘하는건 아니니까요

  • 14. 원글님 대단하심
    '12.4.27 12:03 PM (203.233.xxx.130)

    원글님처럼 하는 딸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런데 원글님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혹시 직장은요?
    저도 딸이지만, 저런일 전구 가는 일조차도 결혼전에 해본 적 없구요 결혼후에도 남편이 다 해요
    대부분 아빠나 아들들이 하는 일들인데 원글님처럼 하는 딸 있음 정말 너무 고마워 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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