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너무 아는 바가 없고
머리 속으로 그다지 정리도 안됩니다만..(정말 온갖 파편을 모아서 꾸역꾸역 쓰게 될 것 같아요;;)
한번은 꼭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라 부족하나마 올립니당.
나꼼수는 친구한테 들어서 알게 됐어요. 정봉주 의원은 한명숙tv에서 처음 봤었는데
'저런 정치인도 있구나'가 당시 감상이었죠..게다가 유머가 딱 제 취향이었던 것이..ㅎㅎ
그래서 나꼼수를 그다지 거부감 없이 듣게 됐던 것 같아요.
고백하자면 이슈가 터졌을 때만 찾아들었고 꼬박꼬박 듣지는 못했기 때문에
제가 너무 부분만 보고 얘기하는 건 아닐까 해서 걱정입니다.
정치나 시사에 대해서 언뜻 생각하는 것이
넥타이 맨 사람들이 밋밋한 배경 앞에서 조사한 것을 보고하고 또 그것을 정형화된 언어사용으로 분석하면서
심각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인데
나꼼수는 전혀 다르죠. 위에 말한 일반적인 모습을 기본으로 놓는다면 나꼼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파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지로 상상하기로는(여기서 부터 글이 환타지가 될 수도 있어요T.T)
나꼼수와 대형언론을 양자대결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무대에 올라서 각각 미리 주어진 카드를 갖고 서로 승리를 목표로 했을때,
둘은 치밀한 계산으로 상대가 가진 패가 무엇인지 예상하고 또 자신의 패를 언제 적절하게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죠.
그런데 그 대결을 갖는 무대 자체가 양쪽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이 있을때
당연히 응원하는 쪽은 억울한 느낌에 답답해집니다.
그런 환경에서 나꼼수는 "내 패 보고 싶으면 보여줄게 봐"하고
언뜻 생각했을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데 상대가 그 패를 보려고 고개를 내밀면 갖고 있던 패로 냅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거죠..(환타지죠..이건T.T)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대해서 "왜 그래야 하는데?"라면서 전혀 다른 방법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건 대형언론의 프레임 설정능력을 뺏어오는게 아니라 그 프레임 자체를 공격하는 행동이에요.
보는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또 그동안 억울했던 감정에 작으나마 위안을 갖습니다.
그런데 그런 위안을 모두가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승부의 룰은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분명 있거든요. 억울한 환경은 같이 인지하더라도요.
굳이 제목에서 '주성치'(사랑해요 주성치..)를 쓴 이유가
선입관에 대한 조롱과 파괴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부분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는 듯한 인상을 받기 때문입니다.
주성치 영화는 두꺼운 매니아층이 있는 반면 그의 유머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층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미 굳어진 전형에 대해 개개인이 갖는 감정의 다양함, 선입관의 인식, 편견에서 드러나는 가치관의 차이
등등..이 두 층 사이를 구분하는데에는 아주 많은 분석이 있지만
그런 분석보다도 더 중요한 게 '웃기지만 모두가 웃는 건 아니다'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이런 잡스러운 글을;;;쓰는 이유는
진중권님의 트위터 글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때문이에요.
전에 디도스 공격에 대해서 언급하실 때 실제 연구자 분을 블럭하신 건 좀 저도 실망했던 부분이지만
같이 가는 길이라도 다양한 모습은 필요하거든요.
나꼼수에 대해서는
미안한 일 시키는 것같고 험한 일 시키는 것 같고 해서
또 다양한 걸 생각해보게 해주는 기회를 줘서 고맙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수용한도 내에서나 확실한 거고
그 나꼼수의 방법론에 도저히 다가설 수 없는 분들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도 확실한 거죠.
그런 경우에는 목표는 같아도 또 다른 색채를 갖은 존재가 이쪽 진영쪽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중권님도 좋고(가끔 삑사리가 있으시지만), 다른 팝캐스트 방송도 좋고요.
중국 고전 중에 <장자>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대지가 한없이 넓어도, 지금 서 있는 공간만큼의 땅이 있으면 현재는 충분하지만 그렇다고 그 이외의 공간을 파낸다면
현재의 공간도 그 유용함이 없어진다'는 내용인데(아...중국 고전은 정말 이거 하나밖에 몰라요-_- 하나밖에 모르는 거 쓰려니까 완전 창피해요T.T)
현재로서 또 지금의 자리에서 미덥지 않고 또 도움도 안되는 듯해도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커지는 것이 있는 듯해요.
글을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만;;;
가끔씩 올라오는 글들에서 날카롭기 보다 좀더 살피는 듯한 여지도 조금씩은..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뒤로는 나꼼수빠로서 사족입니다만
이번에 김용민님이 탈락하시긴 했지만 아마 나꼼수 내에서도 배운 게 많았을 거에요.
가끔씩은 너무 이쪽 패를 저쪽에게 다 보여주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 방송 들으면서.
실제 정치판에 뛰어들어서 얻은 경험들은 새로 시작하는 나꼼수에게 또다른 발전의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떻든 간에 서로 시끄럽고 또 부딪히고 하면서
자꾸 새로운 혼란이 생기고 그 힘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갖고 힘은 원대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비밖에 할 수 없는 쪽보다
이 쪽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좀더 긴 시간을 두고본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