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대학 붙었을때도 별로 안 행복했고 결혼할때, 아기 낳았을때도 별로 안 행복했어요.

에잇 조회수 : 2,633
작성일 : 2012-04-05 17:08:03

왜 사람의 인생에서 행복하다고 일컬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대학 붙었을때,

좋은 직장에 취직했을때,

프로포즈 받은 날,

결혼식날,

아기 낳은 날.

 

대학 붙은 날은 전화로 확인했는데 심드렁했어요. 특차로 넣은건데 발표 전에 대략 합격선을 알고 있었고 안정지원한거니까요. 그래 뭐 새로운 데를 가야하는구나, 좀 귀찮은데? 하는 정도의 마음??

 

제가 무슨 시험을 붙은게 있는데 그날도 그냥, 다행이다 싶긴 했지만

와와와 너무 좋아 그런 기분은 아니었어요. 이제 이거 해야겠네 직업이 대략 정해졌구나 ㅇㅇㅇ 아빠는 좋아하겠지.

근데 아이고 갈길은 여전히 머네... 귀찮아. 싶었고

 

남편한테 처음 프로포즈 받은 날도 나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좋기는 했지만

이제 그럼 다음 단계로 엄마한테 말해야되나?

예스라고 말하나? 엄마가 안된다면 어쩔까??

아 챙피한데... 했었고

 

결혼식날은 완전 기분 엉망이었어요. 결혼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고 신혼여행 가고 싶지도 않고 피부도 엉망이고 잠도 부족하고...

아기 낳은 날은 유도분만하러 갔는데 그 전 한달 정도 동안 덜덜덜 떨고 있는 상태였어요.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기절하면 어쩌지?? 하다 결국 수술했고

아기랑 처음 만나는 순간도 휴 다행 이제 끝났네 하긴 했지만 엄청난 통증 때문에 잠깐, 근데 나 회복되는거 맞아??? 이렇게 평생 사는거면 어떻게 해??? 하고 제 걱정밖에는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아기는 보면 그냥 부서질까 무서워서 걱정스럽기만 했어요...

 

크게 꺄악 너무 좋아 하는 순간이 별로 없었어요.

사실 한번도 없었던 듯.

한달 동안 엄청 노력을 투자했던 신혼집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순간에도, 회사에서 승진한 순간에도, 처음으로 갖고 싶은 명품백을 손에 넣은 순간에도, 헤어스타일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예쁘게 나왔던 때도, 진짜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던 때도

그렇게 행복하다 좋다 이 순간이 영원했음 좋겠다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그런 표현 많이 쓰잖아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제가 타고나기를 행복을 잘 못 느끼는 뇌로 태어났다거나 그런 걸까요?

IP : 199.43.xxx.12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그래요
    '12.4.5 5:12 PM (121.151.xxx.146)

    한번도 제대로 내가 절실하게 느껴서 노력해서 얻어본적이없어서 그런것 아닐까요
    때가되면 남들도 하는것 내가 절실하게 원해서 수많은 실패와 노력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다하는것 그것이 그저 나에게 왓으니까요

  • 2. ..
    '12.4.5 5:17 PM (113.10.xxx.28)

    저도 그런데. 별로 행복하지가 않아요. 대학 붙었을때 승진했을때 주식 많이 올랐을때 많이 좋았구요. 회사일 별로 걱정거리 없고 좋은데 가고 먹고 할때 이만하면 잘산다 싶을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천성이 밝지가 않은가봐요.

  • 3. 뇌전문가
    '12.4.5 5:17 PM (202.30.xxx.237)

    '느끼는 뇌'라는 책 한번 읽어보세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507619

  • 4. 에잇
    '12.4.5 5:19 PM (199.43.xxx.124)

    그게 아니라 뭐 엄청난게 주어진게 없어요.
    학교도 직장도 남편도 그냥 다 소소하거든요. 애초에 힘들게 얻는 그런 종류의 학교나 직장이 아니었기도 해요.
    뭔가 힘들게 얻는 걸 (예-로또) 한번 경험하면 다를까요?
    근데 소소한 데서 행복을 느끼는 거가 맞는거고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않나 싶어서 가끔 제 자신이 이상해요.

  • 5. 있대요
    '12.4.5 5:20 PM (211.207.xxx.145)

    마틴 샐리그먼의 긍정심리학 보니까 님같은 분 나와요.
    타고나길 덤덤하고 행복을 느끼는 기능이 좀 시원찮은 경우가 있다고 해요.

    저도 몸을 움직이는 자잘한 놀이,
    친근한 수다에서 기쁨을 못 느끼는 스타일이었는데,
    아이 생기고 기쁨을 자주 느끼는 체질로 바뀌었어요.

  • 6. ㅇㅇ
    '12.4.5 5:46 PM (211.237.xxx.51)

    아마 아기가 커가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겁니다.
    그리고 그 아기가 커서 어린이가 되고 중고생이 되면
    뭐 속상한 일도 생기겠지만 아 ~ 내가 이아이 엄마라서 정말 행복하다
    이런 순간도 올테고요..
    저도 합격 입학 결혼 출산 이런건 그닥 기쁘지 않았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폭풍 기쁨을 느낄때가 있어요.
    물론 자주는 아니고 정말 어쩌다가지만요.. ㅎㅎ
    그 힘이 아주 크답니다..

  • 7. 저는요
    '12.4.5 6:06 PM (122.153.xxx.162)

    그런 인생의 큰 희노애락 이런거보다...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볼때, 응원하는 선수가 골 넣을때 정말 너무 기뻤던것 같아요..

    중학교때 합창대회 우승했던날..

    고등학교때 우리반 애들이 나에게 전부 수학문제 풀어달라고 할때마다 하나도 막힌적없이 다 풀어주던 기억.......

    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예요.

    곧 유로2012가 다가오는데 제가 응원하는 선수가 매 경기마다 골을 넣으면 너무 기쁠듯...
    쓰고보니 나도 한심하네요....영어권 선수도 아니어서 팬레터도 보낼수 없고 유명한 선수도 아닌데 그 선수한테 희노애락을 걸구있으니 참...

  • 8. 이런
    '12.4.5 7:09 PM (112.149.xxx.62)

    지금 시간이 지나 그때 느낌이 바랜거지... 그때 제대로 느끼신듯.
    이렇게 그 순간을 세세하게 행복이란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잖아요.
    행복이란 그 순간 행복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훗날 기억해보니 그 때가 좋았다고 생각되면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행복했던거죠.
    저는 박원순 시장 당선자 출구조사해서 당선자 예측발표할때 뛸듯이 기뻐서 나도 노르게 소리 지르고 박수 쳐봤는데...

  • 9. 릴루11
    '12.4.5 9:19 PM (112.152.xxx.47)

    이런님 말에 동감해요. 글읽으면서 저렇게 세세하게 행복이란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갸우뚱했어요.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3749 네스프레소 에어로치노 카페라테 만드는 꼬다리(?)분실했어요ㅠㅠ 2 으앙 2012/04/05 1,254
93748 눈 아래 처짐 수술 하신 분 계세요? 2 40후반 2012/04/05 1,994
93747 갑자기 차의 티비가 안 나와요. 왜일까요? 2012/04/05 868
93746 서울 경기 노인 요양원 추천 (꼭 부탁드려요) 18 요양원 2012/04/05 8,277
93745 수영하시는 분 질문이요 6 수영 2012/04/05 1,381
93744 미건의료기기 가 효능이 뭔가요 .. 3 mrs.sh.. 2012/04/05 9,177
93743 민교협, 문대성 후보ㆍ교수직 사퇴 촉구 4 베리떼 2012/04/05 939
93742 김종익님..장진수님 1 .. 2012/04/05 664
93741 4절켄트지가 준비물인데요 1 급질 2012/04/05 686
93740 시작하면 쭉~가야겠죠? 3 엄마들모임 2012/04/05 1,132
93739 70대 경상도할머니의 투표근 단련기 7 투표가희망 2012/04/05 1,175
93738 점집가서 신끼있다는 얘기들어 보신분 또는 주변에그런말 들었다는분.. 4 찝집함 2012/04/05 3,509
93737 트윗 하시는 분들 팔로어 추천좀 해주세요^^ 4 트위터 2012/04/05 687
93736 남편이 ...당뇨에다가 고혈압니다. 7 자신 2012/04/05 2,774
93735 옥탑방 오늘은 참 재미 없네..ㅠㅠ 50 시청률 떨어.. 2012/04/05 6,704
93734 월남쌈이나 뭐 비슷한 음식 담을 만한 접시 뭐가 좋을까요? 1 매직트리 2012/04/05 785
93733 A형이 O형 같아 보인다는 분들이 16 트리플 A?.. 2012/04/05 3,153
93732 이럴 땐 영어로 어떻게 말하나요?? 4 질문있어요 2012/04/05 1,102
93731 경기도 평택시 가재동 국회의원 누구인가요? *** 2012/04/05 755
93730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 5위로 추락…1위는? 3 놀라워라 2012/04/05 3,229
93729 증여세는 원래 비싼건가요? 5 상속 2012/04/05 2,042
93728 제주 서귀포 식당 추천 부탁드려요 14 다녀올께요 2012/04/05 3,209
93727 화가이름이 기억 안나요. 82cook 수사대 도와주세요!!! 10 기억이안나요.. 2012/04/05 1,480
93726 디지털 채널 6-1이 갑자기 안 나와요 TV야 나와.. 2012/04/05 646
93725 닥터자르트비비 써보신분 6 비비 2012/04/05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