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대학 붙었을때도 별로 안 행복했고 결혼할때, 아기 낳았을때도 별로 안 행복했어요.

에잇 조회수 : 2,392
작성일 : 2012-04-05 17:08:03

왜 사람의 인생에서 행복하다고 일컬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대학 붙었을때,

좋은 직장에 취직했을때,

프로포즈 받은 날,

결혼식날,

아기 낳은 날.

 

대학 붙은 날은 전화로 확인했는데 심드렁했어요. 특차로 넣은건데 발표 전에 대략 합격선을 알고 있었고 안정지원한거니까요. 그래 뭐 새로운 데를 가야하는구나, 좀 귀찮은데? 하는 정도의 마음??

 

제가 무슨 시험을 붙은게 있는데 그날도 그냥, 다행이다 싶긴 했지만

와와와 너무 좋아 그런 기분은 아니었어요. 이제 이거 해야겠네 직업이 대략 정해졌구나 ㅇㅇㅇ 아빠는 좋아하겠지.

근데 아이고 갈길은 여전히 머네... 귀찮아. 싶었고

 

남편한테 처음 프로포즈 받은 날도 나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좋기는 했지만

이제 그럼 다음 단계로 엄마한테 말해야되나?

예스라고 말하나? 엄마가 안된다면 어쩔까??

아 챙피한데... 했었고

 

결혼식날은 완전 기분 엉망이었어요. 결혼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고 신혼여행 가고 싶지도 않고 피부도 엉망이고 잠도 부족하고...

아기 낳은 날은 유도분만하러 갔는데 그 전 한달 정도 동안 덜덜덜 떨고 있는 상태였어요.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기절하면 어쩌지?? 하다 결국 수술했고

아기랑 처음 만나는 순간도 휴 다행 이제 끝났네 하긴 했지만 엄청난 통증 때문에 잠깐, 근데 나 회복되는거 맞아??? 이렇게 평생 사는거면 어떻게 해??? 하고 제 걱정밖에는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아기는 보면 그냥 부서질까 무서워서 걱정스럽기만 했어요...

 

크게 꺄악 너무 좋아 하는 순간이 별로 없었어요.

사실 한번도 없었던 듯.

한달 동안 엄청 노력을 투자했던 신혼집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순간에도, 회사에서 승진한 순간에도, 처음으로 갖고 싶은 명품백을 손에 넣은 순간에도, 헤어스타일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예쁘게 나왔던 때도, 진짜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던 때도

그렇게 행복하다 좋다 이 순간이 영원했음 좋겠다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그런 표현 많이 쓰잖아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제가 타고나기를 행복을 잘 못 느끼는 뇌로 태어났다거나 그런 걸까요?

IP : 199.43.xxx.12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그래요
    '12.4.5 5:12 PM (121.151.xxx.146)

    한번도 제대로 내가 절실하게 느껴서 노력해서 얻어본적이없어서 그런것 아닐까요
    때가되면 남들도 하는것 내가 절실하게 원해서 수많은 실패와 노력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살다보니 다하는것 그것이 그저 나에게 왓으니까요

  • 2. ..
    '12.4.5 5:17 PM (113.10.xxx.28)

    저도 그런데. 별로 행복하지가 않아요. 대학 붙었을때 승진했을때 주식 많이 올랐을때 많이 좋았구요. 회사일 별로 걱정거리 없고 좋은데 가고 먹고 할때 이만하면 잘산다 싶을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천성이 밝지가 않은가봐요.

  • 3. 뇌전문가
    '12.4.5 5:17 PM (202.30.xxx.237)

    '느끼는 뇌'라는 책 한번 읽어보세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507619

  • 4. 에잇
    '12.4.5 5:19 PM (199.43.xxx.124)

    그게 아니라 뭐 엄청난게 주어진게 없어요.
    학교도 직장도 남편도 그냥 다 소소하거든요. 애초에 힘들게 얻는 그런 종류의 학교나 직장이 아니었기도 해요.
    뭔가 힘들게 얻는 걸 (예-로또) 한번 경험하면 다를까요?
    근데 소소한 데서 행복을 느끼는 거가 맞는거고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않나 싶어서 가끔 제 자신이 이상해요.

  • 5. 있대요
    '12.4.5 5:20 PM (211.207.xxx.145)

    마틴 샐리그먼의 긍정심리학 보니까 님같은 분 나와요.
    타고나길 덤덤하고 행복을 느끼는 기능이 좀 시원찮은 경우가 있다고 해요.

    저도 몸을 움직이는 자잘한 놀이,
    친근한 수다에서 기쁨을 못 느끼는 스타일이었는데,
    아이 생기고 기쁨을 자주 느끼는 체질로 바뀌었어요.

  • 6. ㅇㅇ
    '12.4.5 5:46 PM (211.237.xxx.51)

    아마 아기가 커가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겁니다.
    그리고 그 아기가 커서 어린이가 되고 중고생이 되면
    뭐 속상한 일도 생기겠지만 아 ~ 내가 이아이 엄마라서 정말 행복하다
    이런 순간도 올테고요..
    저도 합격 입학 결혼 출산 이런건 그닥 기쁘지 않았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폭풍 기쁨을 느낄때가 있어요.
    물론 자주는 아니고 정말 어쩌다가지만요.. ㅎㅎ
    그 힘이 아주 크답니다..

  • 7. 저는요
    '12.4.5 6:06 PM (122.153.xxx.162)

    그런 인생의 큰 희노애락 이런거보다...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볼때, 응원하는 선수가 골 넣을때 정말 너무 기뻤던것 같아요..

    중학교때 합창대회 우승했던날..

    고등학교때 우리반 애들이 나에게 전부 수학문제 풀어달라고 할때마다 하나도 막힌적없이 다 풀어주던 기억.......

    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예요.

    곧 유로2012가 다가오는데 제가 응원하는 선수가 매 경기마다 골을 넣으면 너무 기쁠듯...
    쓰고보니 나도 한심하네요....영어권 선수도 아니어서 팬레터도 보낼수 없고 유명한 선수도 아닌데 그 선수한테 희노애락을 걸구있으니 참...

  • 8. 이런
    '12.4.5 7:09 PM (112.149.xxx.62)

    지금 시간이 지나 그때 느낌이 바랜거지... 그때 제대로 느끼신듯.
    이렇게 그 순간을 세세하게 행복이란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잖아요.
    행복이란 그 순간 행복하다 느낄 수도 있지만
    훗날 기억해보니 그 때가 좋았다고 생각되면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행복했던거죠.
    저는 박원순 시장 당선자 출구조사해서 당선자 예측발표할때 뛸듯이 기뻐서 나도 노르게 소리 지르고 박수 쳐봤는데...

  • 9. 릴루11
    '12.4.5 9:19 PM (112.152.xxx.47)

    이런님 말에 동감해요. 글읽으면서 저렇게 세세하게 행복이란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갸우뚱했어요.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7304 식탁 없이 사는 분 계셔요? 4 ㅇㅇ 2012/04/18 2,211
97303 정년 퇴직하시면 뭐들 하실건가요? 7 자유부인 2012/04/18 2,222
97302 문국현 “안철수, 모든 면에서 최적합” 9 빈갑습니다 2012/04/18 1,667
97301 몇년전에 눈썹 정리칼로 손가락을 좀 많이 베었어요. 3 병원? 2012/04/18 1,309
97300 아이허브에는 일반 미국슈퍼에서 파는 과자는 없나요? 아이허브 2012/04/18 679
97299 김광수의 경제시평 구독하시는 분들 도움 많이 되나요? 경제시평 2012/04/18 1,763
97298 '힐링캠프' 차인표편, 교육 자료 활용..전국 학교에 보급 7 나눔 2012/04/18 1,747
97297 서울시, 전국 최초 아동권리기본조례 제정 추진 샬랄라 2012/04/18 432
97296 비타민 추천해 주세요. 4 피로야가라 2012/04/18 976
97295 요즘 날씨에 옷 어떻게 입으시나요? 10 봄봄 2012/04/18 1,878
97294 주부.. 영어기초 강의 듣는 사이트 추천부탁드려요. 3 영어 2012/04/18 1,019
97293 학교후배인데~윗동서가 됐어요 32 국화 2012/04/18 12,236
97292 항상 생각하던 건데, 남편한테 집안일 꼭 분담시키려고 하는 분들.. 79 .... 2012/04/18 16,270
97291 레몬 어디서 사드세요. 2 레몬 2012/04/18 956
97290 남자들 이상형중에 하나가 요리잘하는 여자 더군요.. 3 양서씨부인 2012/04/18 1,936
97289 아직도 저처럼 011 2G폰 쓰시는 분 없죠? 18 혹시 2012/04/18 1,705
97288 남자들 업소여자들 더럽다고 하는 말 믿으세요? 21 으쌰쌰 2012/04/18 7,912
97287 사채 쓴 딸, 강남 술집에 넘겨지자 아버지가… 2 참맛 2012/04/18 2,797
97286 분당이랑 일산중에 어디가 더 애키우고 살기 좋아요?? 10 로쉬 2012/04/18 1,908
97285 9호선 8천억에서울시 사들인다면 요금인상 찬성합니다.. 18 .. 2012/04/18 1,671
97284 4·19혁명 교훈 잊었나?…반세기 지났지만 부정선거는 계속된다 1 세우실 2012/04/18 456
97283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사들이고, 협상록도 공개하겠다&.. 4 .. 2012/04/18 990
97282 사립초등학교 스쿨버스 타는 시간이 보통 어떻게 되나요? 9 .... 2012/04/18 1,241
97281 자궁내막증에 대해 알고 계신분 도움 좀 주세요....sos~ 6 사과 2012/04/18 3,153
97280 미드어디서다운받으세요? 1 영어 2012/04/18 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