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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코 끝에 파운데이션 묻히고 돌아온 남편

위로가필요해요 조회수 : 3,468
작성일 : 2012-03-24 21:12:23

제목 그대로입니다.

요즘 연일 회식입니다.

목요일 저녁 늦은 밤까지 잠 못이루다가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총알처럼 뛰어나와 남편을 맞이하였습니다.

하루일과를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남편 곁에 앉아 남편 얼굴을 보니

아, 코 끝에 파운데이션을 묻혀서 왔더군요.

제가 화장했을 때 저와 키스를 할 때와 같은 모습이더군요.

순간 제 안색이 변했던가봅니다.

무슨 일 있냐더군요.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왜 내게 미안할 짓하냐고 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잡아떼다가

그냥 단순한 일이다. 걱정할 상황 아니라고 하는데

기가 탁 막히더군요.

제 남편 알콜 분해 못합니다. 술도 안마신 사람이

맨정신에 오늘 처음 본 노래방 도우미랑 그러고 와서는

그저 그 여자가 장난친 거라니

아, 글로 쓰다보니 새삼 몸이 떨리네요.

그밤 저는 눈물 흘리며 뒤척이는데

남편은 침대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자더군요.

쉽게 잠 못드는 편이라서 항상 텔레비전 켜서 보다가 잠드는 사람이

그날은 눕자마자 자는데 별별 상상이 다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이틀을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리 아픈데

천연덕스러운 듯 행동하는 남편을 보니

속에서 울컥울컥 합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은데

차마 친구에게도 동료에게도 이웃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는 꺼낼 자신이 없습니다.

저 혼자 삭이려니 너무 힘들어서

친정같은 82에 풀어놓습니다.

더 엉망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사랑하는 저입니다.

심하게 추궁하지도 못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만 부탁한 제 자신이 

그 후로 무심코 내뱉는 말들에(엄마가 삐쳤기 때문에 아버지가 너희 외식 시켜준다 따위의)

톡 쏘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상처입는 제 자신이

오늘따라 참 모자란 것 같습니다.

이와중에

저 업무 잔뜩 가져와서

월요일까지 해야하는 일해야하는 상황인데

큰애가 할머니댁 가고싶다니까

남편이 반색하며

그럼 내일 할머니댁에 가서 엄마 좋아하는 것도 먹으러 가자네요

헉, 지난 주에 다녀온 시댁에  내일 시댁까지 가야할 지경입니다.

  

IP : 125.178.xxx.7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상황이
    '12.3.24 9:15 PM (1.251.xxx.58)

    루돌프 사슴도 아니고
    코끝에 파운데이션이라.....흠....

    어떤 상황이었는지 일단은 들어봤어야하는데
    님이 무작정 너무 추궁한것 같습니다...그러면 사건이 어떻게 됐는지 알수가 없잖아요..

    남편이 여자를 좋아하는 스타일인가봐요?
    뭔가를 잡을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가 완전 망가져버린것 같네요.
    남편이 다음에는 완전히 조심하겠는걸요. 할일은 다하고,조심만 한다는거죠.

  • 2. ...
    '12.3.24 9:20 PM (114.207.xxx.186)

    딴 소리지만 아무리 키스라고 해도 립스틱도 아니고 화운데이션이 얼굴에까지 묻나요?

    그리고 맨정신에 그런거라면 단순한 노래방 여인은 아니네요...마음을 좀 다잡으셔야겠어요.

  • 3. 그저
    '12.3.24 9:20 PM (121.130.xxx.87)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신가보다 하는 생각이...- -

    저라면 그자리에서 패죽이고 지금쯤 감방에 들어앉아 있을것 같은데.

  • 4. 상황이
    '12.3.24 9:26 PM (1.251.xxx.58)

    아무래도 여자 코가 컸나보죠뭐...높였나?

  • 5.
    '12.3.24 9:27 PM (115.140.xxx.84)

    속도 시끄러운데 왠 시댁?

    남편분 스리슬쩍 넘어가시려는듯‥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같은일 반복안됩니다

    내일 두분 야외라도 나가셔서 확실히 얘기힌셔요

  • 6. ㅇㅁㅁㅁ
    '12.3.24 9:39 PM (122.32.xxx.174)

    심각한 상황인데, 첫댓 구절중 루돌프 사슴코라는 대목땜시 빵 터졌어요 -.-;;;;;

  • 7. 아니
    '12.3.24 10:02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왜 싫다고 말을 못하세요 ㅠ.ㅠ

  • 8. 위로가필요해요
    '12.3.24 10:07 PM (125.178.xxx.73)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많이 사랑하는 남편인데
    12년 살아오면서 큰소리로 싸움 한 번 못했었어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니라
    병신 바보같아요.

  • 9. 에고...
    '12.3.24 10:09 PM (58.123.xxx.132)

    이 와중에 시댁에 가면 마음상한 티도 못내고 호호 웃다가 오셔야 할텐데 왜 가세요...
    그냥 난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못 가겠다고 얘기를 하세요. 아이들에게두요.
    아빠가 엄마에게 하면 안되는 실수를 해서 엄마가 화가 났다고 얘기를 먼저 하세요.
    안 그러면 괜히 애들한테도 엄마가 그냥 삐친 사람이 되잖아요. 제가 안타까워요..

  • 10. 힘 내세요
    '12.3.24 11:10 PM (175.121.xxx.40)

    마음 아파하시는 게 보여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남편분을 많이 사랑하고 계신데, 실망이 크셨겠어요.
    게다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니...

    시댁 가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편분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셔야 겠어요.
    어디선가 매듭을 지어야죠.
    실망한 마음으로, 두려운 마음 때문에 자꾸 미루시다 보면 아무것도 해결되는 게 없어요.

  • 11. 어휴..
    '12.3.25 1:42 AM (180.67.xxx.23)

    잘때 한대 패주시지 그러셨어요.
    한동안 삐쳐 있으세요. 낼 시댁 가지마시구요.
    누굴 진짜 부처인줄 아나...
    남자들 다 철딱서니도 없고 여자맘 도 몰라주는 바보벼~~엉신 들입니다.
    내가 다 화가나요..'''!!!!!

  • 12. 원글입니다
    '12.3.25 8:51 PM (125.178.xxx.73)

    실망한 마음 두려운 마음 때문에 자꾸 미루었던 것 맞아요.
    오늘 아침부터 일찍 상차리고 저 혼자 훌쩍 나갔다가
    점심에 남편과 이야기 했어요.

    마음의 상처가 나기 전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두 동강이 나고도 다시 붙어 가느다란 실금만 남긴 비자목 바둑판처럼
    이 가정 잘 지키고 나중에 이런 일도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해주신 고운82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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