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달팽이의 별'이라는 영화의 시사회에 갔습니다.
대체 무슨 영화인가 하실 분들이 많을 듯 한데, 저도 실제 장애인 부부가 주인공이란 것만 알고 봤습니다.
시사회에선 배리어프리 버전이 상영되었는데,
시각이나 청각에 장애있는 분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게 자막과 화면해설이 들어간 거였어요.
영화 스토리는 참으로 단순했습니다.
시각 청각 복합 장애를 가진 남편과 척추장애를 가진 부인의 소소한 일상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이 두분이 안방의 형광등을 바꾸는 장면이 꽤 비중있게 나옵니다.
부인은 키가 너무 작고 남편은 눈이 보이지 않으니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마침내 형광등을 바꾸는데
제가 얼마나 쉽게 일상을 살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이들의 평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평범하지 않은
부부의 일상이 영화 전반에 보여집니다.
이들은 실과 바늘처럼 서로를 돕고 도우며, 빈 자리를 채우며 사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진심으로 행복하게 보였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님이 '보면서 쉴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시는데
화면해설이 없는 버전으로 봤으면 그 역할을 더 충실히 할 영화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비만 틀면 나오는 막장과 시기 질투 음모에 지쳐있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한 햇빛을 맞으며 산뜻한 봄바람을 맞고있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요.
중간중간 남편분이 쓴 에세이가 소개되는데
제 눈에는 시로 보이더라고요. 그 중 한 구절이 인상에 남았는데
액면 그대로의 표현은 아니지만 생각나는대로 옮겨볼게요.
'나는 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세상에 별이 있다는 걸 의심해본 적이 없다'
그걸 남자분이 직접 내레이션 하시는데 왠지 모르게 찡했습니다.
별에다 희망을 대입해서 음미해보기도 했고요.
예술영화관이 아니라면 일주일에서 길면 보름 정도 교차 상영되다가 막을 내리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라서 82에 리뷰 올려봅니다.
부부라면 서로를 보완하며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같아서, 특히 결혼하신 분께 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네요.
자신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준 그 두 분이 그 어떤 미남미녀 배우들보다 멋져보였습니다.
이 두 분을 보니 사랑은 진짜 존재하는 것이더라고요.
(덧붙임 : 영화를 다 보고나니 박원순 시장님도 함께 보셨더라고요. 시작 전엔 몰랐는데
나중에 인사말을 하셔서 시장님까지 보너스로^^; 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인 받으려고 모여있는거 보고 나왔네요. 저도 마음은 참 굴뚝 같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