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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악과 악인을 실감으로 처음 깨닫게 된 계기는?

모르는꽃 조회수 : 3,283
작성일 : 2012-03-20 19:39:34

생각나는 것 있으신가요? 유순하고 유복한 분위기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세상의 어둠을 잘 몰라서 그런 개념이 없이, 면역력 없이 크다가 나중에 성년 어느 때인가 크게 놀라고 상처받는 일이 생기곤 하지 않나요? 오늘 저 아래, 내게 어릴 적 상처 준 사람을 만나는데 조언 구한다시는 분 글을 충격적으로 읽고, 댓글 읽으며, 스캇 펙의 책도 자세히 좀 검색해 보고 그러다, 검색으로 한 두 시간 보냈네요. "악인"에 대한 연구 -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거 말고 좀 실증적이고 실용적인 책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의 경우엔 1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 겉으론 신사고 선량한 중년인 척하더니, 사채업자까지 동원한 악질적인 성폭행범으로 등장한 걸 보고 '아, 사람이란 참 무섭구나.' '악인'이란 게 있구나, 하고 새기듯이 깨달았네요. 그런데 이상한 게 그러고나니까 이전부터 그 사람의 눈빛에 뭔가 알지 못할 기운 같은 게 늘 어려있었다는 생각도 뒤늦게 하게 되었고요.

스캇펙의 책에서 중요하게 읽은 건, 악과 싸워 이기려 하지 말고 대신 선을 바라보며 노력하라는 조언이었어요. 악마와 싸우려다 악마가 된다는, 82 댓글에서 읽은 것과도 통하는 이야기네요. 현실원리로는 좀 말이 안되는 듯한 모든 종교의 지혜가 사실은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세상이 이런데, 사람들이 이런데 어떻게 나만 착하게 살아? 라는 생각 들 수 있지만 시선을 밝고 높은데 두라는 거 말이지요.

얘기가 뒤죽박죽이네요. 사회 이전에 가정에서 악을 경험하는 일도 많다는 걸 주위나 신문지상에서 보게 되기도 하는데... 여하튼... 사악함, 비열함, 교활함 - 그런 범주의 사람들이 늘 있다는 걸 모르고 내내 살다가는 느닷없이 따귀를 얻어맞듯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되는 일이 있는 것 같아요.

내게 어릴 적 상처준 .... 저 아래 얘기에 대해서 그토록 많은 분들이 명확한 조언을 주시는 것을 보고, ...... 상처받기 쉬운 장소 82이지만, 역시 이럴 때는 또 더없이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횡설수설 끝이예요.

IP : 14.32.xxx.11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3.20 7:43 PM (175.193.xxx.148)

    나쁜유전자 라는 책도 심심하면 한번 읽어보세요

  • 2. 모르는꽃
    '12.3.20 7:47 PM (14.32.xxx.11)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검색해 보니 제가 보고 싶은 책인 것 같아요. ^^

  • 3. ㅇㅇ
    '12.3.20 7:57 PM (175.193.xxx.148)

    저도 사회에서 저와함께 힘든일을 겪은 친한동생이 저 책을 소개해줘서 참 흥미롭게 읽어봤었어요..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악인'으로 레이블링 해서는 안되겠지만요.. ( -> 이건 그냥 노파심에 말씀드려요)

  • 4. 모르는꽃
    '12.3.20 8:06 PM (14.32.xxx.11)

    네, 악인이 있다, 그들을 만나면 어떤 '개선'을 바라는 게 헛된 일이다, 이런 걸 인생 살면서 기본적으로 깔고 있어야 한다면, 씁쓸한 기분이 들 거예요. 그러나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을까 싶어요.

  • 5. ㅇㅇ
    '12.3.20 8:16 PM (175.193.xxx.148)

    맞아요..
    사실은 저도 비관적인 시각이예요..

    저랑 저 동생은 선덕여왕에 나오는 미실과 같은 사람으로 인해 둘이 굉장히 힘들었었거든요..
    (선덕여왕 나오기 전 일인데, 선덕여왕 보면서 둘다 미실보고 저사람 떠올렸더라구요..)
    그때는 그 일을 겪으며 어떻게 세상에 저런사람이 있을수가 있을까.. 부들부들 떨었는데
    못버티고 도망쳐서 다른데로 가보니 거기엔
    어떻게 저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싶었던 저런사람이 더 많더라구요..

    그리고 저 후로 3-4년정도 더 지나면서 보니 오히려 저런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는것 같아요..
    앞으로 세상을 더 살아봐야 더 알겠지만.. 그래도 허탈하고 무섭고 답답하고 그렇더라구요..

  • 6. 모르는꽃
    '12.3.20 8:21 PM (14.32.xxx.11)

    그런 힘든 일을 겪으신 적이 있으시군요. ㅠㅠ

  • 7. 개구리
    '12.3.20 8:24 PM (222.112.xxx.222)

    저도 아까 아래글 읽고나서
    저도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마음이 좀 안좋았는데
    그런 기분이 '시계태엽오렌지'영화를 처음보았을때의 마음과 비슷했던것같아요
    저도 윗분이 추천해주신 책 읽어보려구요.

  • 8. ㅇㅇ
    '12.3.20 8:25 PM (175.193.xxx.148)

    지금은 괜찮아요.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변한것 같긴 하지만..

  • 9. ..
    '12.3.20 8:28 PM (110.70.xxx.13)

    글을 참 잘쓰셨네요

    뒤죽박죽 이라 하셨지만 원래 딱한가지로 정리되지 않는게 현실이다보니 뒤죽박죽이 정답맞네요

    언급하신바와 같이 선을 보고 가라는 말도 있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만 갖고 살다가는 느닷없이 따귀맞는 일에 맞닥뜨리게 되죠

    그런 모순사이에서 끊임없이 갈팡질팡 괴로워하며 적정한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하는게 인생인갑다 합니다

  • 10. 모르는꽃
    '12.3.20 8:40 PM (14.32.xxx.11)

    시계태엽오렌지.... 아득히 잊고있던 영화네요. 정말 충격적이고 기분나쁜 점이 있는 영화지요. ;; // 네. 모순 사이에서 갈피를 잡느라 애쓰는 일이 계속되는 게 인생인가봐요.

  • 11. 부자패밀리
    '12.3.20 9:03 PM (1.177.xxx.54)

    82자게에 오는사람중에 내공 상당히 있으신 분 같단 생각이 드네요.

    종교와 관련하여 그런것들을 지혜로 푸는 문장보고 그런생각이 드네요.

    몇일전에 엄마랑 기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모순된것들을 좀 풀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그러더군요.
    사람간 마찰은 주먹질.복수 이런것들로 더 큰 마찰이 오고 결과는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럴때 기도를 하는거고 .인간은 인간과 부대끼며 살아가기 때문에 내가 잘살고 내가 멋지게 산다고
    악을 맞딱뜨리진 않는다 라고 하셨거든요.
    그럴때 기도를 하는데 기도라는게 그 상대가 깨닫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를 하는거지.
    그사람 죽여주세요. 나 좀 어떻게 해줘요 라고 기도를 하는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의문점이 좀 풀렸거든요.

  • 12. 부자패밀리
    '12.3.20 9:08 PM (1.177.xxx.54)

    최근 들었던 일중 가장 악하다고 느낀 실화 하나만 풀께요.

    어느 남자. 그리고 그의 조카.
    그 조카를 이 남자가 다 키웠다더군요.
    외국에가서 공부시키고 한국에 왔는데 취직이 뜻대로 안된거죠.
    그래서 방향선회를 해서 다른 공부를 좀 하게 하고 한국에 교수자리를 알아봤다더군요.
    평소 머리는 비상함.
    원하는 대학교를 찍어놓고 관련 책임교수와 친분을 쌓은거죠.접근을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요.
    그 교수는 50대 여자.
    같이 술자리 만들어 술을 먹게 하고. 취하게 한뒤.그 과정에서 여자가 풀어지게 만들어버리는 스킬은 동원했겠죠.
    여자가 옷을 훌훌 벗었나봐요. 완전 상의탈의는 아니지만.어쩄든 그런상황 연출이 되게끔유도.
    그리고 정신못차리고 있을때 사진찍음.
    그뒤 그걸로 협박.
    조카는 그 대학에 자리 하나 마련.

    전 이 이야기듣고 술에 뭐 탔나 싶기도 했어요.
    이 이야기듣고 진정한 악인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섬뜩했어요.

  • 13. 모르는꽃
    '12.3.20 9:18 PM (14.32.xxx.11)

    부자패밀리님/ 어머니와 찬찬히 인생이 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건가, 깊이 들여다 보는 대화 나누실 수 있는 님이 부럽습니다. ^^ / 밑에 써주신 얘기는 기가 막히네요. 세상에...

  • 14. 좋은밤이네요
    '12.3.20 10:19 PM (121.167.xxx.146)

    이런 글을 만나고 싶어 여기 들어옵니다. 늘 만날수있는 건 아니지만요. 내용은 공감입니다. 정말 그렇네요. 악과 싸우지 말고 선을 바라보라.. 근데 사회생활 하다보면 자꾸 나도 악마가 되어 다른 악마를 혼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 15. 모르는꽃
    '12.3.20 11:26 PM (14.32.xxx.11)

    네. 좋은 밤이에요. ^^ 잔잔하게 덧글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좋은 밤이 되었습니다.

  • 16. ....
    '12.3.21 12:11 AM (58.229.xxx.205) - 삭제된댓글

    책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 17. 22
    '12.3.21 12:12 AM (218.155.xxx.186)

    저도 몇 년 전, 악인에게 너무나 제대로 데인 적이 있어요. 그 트라우마가 참 오래 가더군요. 게다가 그 인간은 그 이후에도 저에 대해 터무니없이 나쁜 얘기들을 지어내서 사방에 떠들고 다닌 모양이구요. 정말 증오가 끓어오르고, 혼내주고 싶고,,,하지만 악과 싸우지 말고 피해야 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악인을 분별하는 능력, 멋모르고 어울렸다가 상처받기 전에 미리 알아내고 거리두는 분별력이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악인에게 휘둘리며 친한 줄 알고 보낸 1년이 그렇게 후회될 수 없네요. 제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그 일 겪고,,,이제 조금은 더 분별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스스로 위로합니다.

  • 18. ....
    '12.3.21 2:28 AM (121.132.xxx.82)

    저장하고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 19. 33
    '12.3.21 9:42 AM (114.200.xxx.187)

    동네안에서 22님과 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현란한 거짓말과 위선 겉보기에는 아주 세련된 아부...
    댓글까지 읽으면서 저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었습니다.

  • 20. 댓글
    '12.3.21 11:54 AM (1.225.xxx.126)

    길게 쓰다가...
    다시금 지난 날이 떠오르며소름끼치게 두려워 다 지웠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찬찬히 보려고 저장합니다 ㅠㅠㅠㅠㅠ

  • 21. 모르는꽃
    '12.3.21 2:50 PM (14.32.xxx.11)

    그리고 몇 분께서 더 덧글 달아주셨네요. 말씀대로 "미리 알아내고 거리두는 분별력"이 생긴다면 참 좋겠어요.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내 자녀나 주위 친한 이들을 위해서도요. / 이미 상처가 깊었던 분들께도 시간과 함께 치유와 지혜가 찾아오길 빕니다.

  • 22. ^^*
    '12.9.26 1:13 PM (203.226.xxx.54)

    좋은책 추천과 생각 할수있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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