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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글에 남은 쉬운데 나는 왜 이렇게 어렵지..하는 글 읽으니..

.... 조회수 : 2,024
작성일 : 2012-03-11 22:12:42

1.

옛날 생각 나네요.

옛날에 그런분을 많-이 뵜었죠.

저는 그 앞집 딸 입장입니다.

지방 소도시 살때 그 대문글 쓴글 분 같은분들 많이 뵌 덕분에, 좋은 학교 가고 좋은 직업도 가졌습니다.

 

2.

우리집은 그렇게 부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천재이거나 했던 것도 아니구요.

그저 아버지가 선생님이시고 어머니가 수학을 잘 하셨을 뿐이고

집안 분위기가 어릴적부터 책 많이 읽고 다들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라서 그냥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다들 공부를 썩 하는 편이어지만, 어머니가

과외요? 학원이요?

중학교 1학년까지는 내내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하나씩 다니다가 그 후에 남들 다 다니는 단과학원 다녔습니다.

 

3.

제가 사는 지방도시, 돈 많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어느 도시나 치맛바람 날리는 분들은 계시죠.

저희 엄마는 저희 삼남매한테 반장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들 눈치 보이고 돈 든다고.

그렇게 추천받고 고사하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

치맛바람 날리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그냥 묵묵히 공부만 했습니다.

어느순간이 되니까 , 그냥 다들 공부를 주머니속에 송곳처럼 잘 하게 되었어요.

제가 제일 못했고, 언니나 동생이 잘했죠.

 

4.

아줌마들이 서서히 견제가 들어옵니다.

언젠가 부터 우리집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이 돕니다.

애를 잡는다던지. 과외를 몇 백만원짜리를 붙인다던지.

초등학생이 눈치가 없다고생각했는지, 대놓고 임원 아이를 이뻐하던 초등학교 선생(님?)이 생각 납니다

졸업때, 6년 내내 1등했음에도, 4등상을 받게된 언니를 두고

우리 가족은 조금 서러웠습니다.

왜 손을 아무리 들어도 선생님은 제게 발표를 시키지 않는지 어느 순간 깨닫고는 입술을 깨뭅니다.

 

내가 열심히 해서,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서

저 선생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서러웠던 열세살의 어느날이 떠오릅니다.

 

5.

그 중 최고는 어느 하교길이었습니다.

시험 성적이 나오고, 싸늘하던 하교길에 친구가 저한테 얘기합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너희 엄마는 거지같이 하고 다니면서 너희한테 완전 고액 과외만 시키는거라면서?

 엄마가 너한테 선생님 알아오래.."

 

6.

씁쓸했던 그 기억들 때문에

아버지의 고향이자 , 사춘기 시절을 보낸 그 지방 소도시에 저는 지난 10년간 다섯번인가 내려갔습니다.

아직도,조금 제가 느슨해지면,

내가 내 양 다리로 굳건하게 서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앙금이 마음속에 굳어서 진주처럼 변하였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씁쓸했던 기억들을 못내 잊을 수 없내요.

 

어찌 생각하면 감사합니다.

세상을 가르쳐 주셔서.

님들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시한번. 앙다물면서.

 

7.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대문글의 그 추한 글을 읽는 순간

감정이입 확 되면서 마음속에서 분노가 다시 솟네요.

그러지들 마세요.

 

님 자식에게 공부 말고도 큰 재능 있을거에요.

남이 가진 재능에 대해 침뱉지 말고, 님 아이 재능을 보듬어 주세요.

그게 남에게 죄짓지 않고 님 아이에게도 죄짓지 않는 길입니다

 

 

IP : 121.140.xxx.9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데....아직 젊으시네요...
    '12.3.11 10:17 PM (14.40.xxx.61)

    나 잘 된 일만 감사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 2. 궁금해요
    '12.3.11 10:23 PM (218.39.xxx.17)

    우리 엄마도 초등학생인 저에게 어머니회 한다면 오늘 엄마 제사라고 해라. 김장한다고 해라 하고 거짓말 시키셨구요, 반장같은거 하지말라 하셨어요.
    그래서 전 그런거 하면 귀찮은 일이구나 하지 말자 싶었죠. 저런건 뭐하러하나 싶은 각인이 된거예요.
    근데 우리 아들이 7살입니다. 내년에 초등학교를 가는데, 울 엄마가 했던 저말을 시켜야 되나 싶은거에요.
    전 그래서 리더쉽없는 아이가 되었거든요.(그렇다고 공부를 못하진 않았어요... 원글님처럼...)
    엄마때문이 아니라 원래 내 성향이 그랬을수도 있지만, 나서는걸 싫어하고 거부하게 됬어요.
    그러다보니 리더쉽이 있을수가 없겠죠.
    그래서 뭐더라 아이반장되면 자동으로 엄마도 반장이 된다던데 제가 그런게 되는게 싫은거예요.
    원글님은 원글님 아이가 반장 나간다면 그래 넌 잘할수 있다 하고 격려해주실건가요?
    아님 원글님 엄마처럼 나가지 말라 하실건가요?
    전 요즘 그생각을 잠시 하고 있었거든요...

  • 3. 허허
    '12.3.11 10:26 PM (58.126.xxx.184)

    그냥..그들을 밟고..그리고 그들 덕에 잘 된거라 생각하시고 사세요.

    제 신랑이 그래요.
    학원요.
    시골서 그냥..의대 갔습니다.
    척.

    남의논 이삭줍고 살던..잔치날 가면 다들 외면하던 가난한집 아이가요.

    지금도 인생의 여러 오류를 거칩니다.누구와도 의논하지 않고서요.
    이유는 오직하나 ..우리 부모를 얕보던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고..공부로...그나마 돈 버는건...의사다 싶었답니다.
    그 오기가 없었다면..지금도 그곳에서 가난히 살 남편이 존경스럽기도 하고..가끔은 세상을 향한 오기에 제가 반대를 합니다.이미 되었다고..다 이룬거다고..
    님도..이젠 넓어질 차례입니다.

  • 4. 대체로..
    '12.3.11 10:32 PM (121.140.xxx.98)

    감사하고 삽니다. 대체로요.
    단지 제가 아직 절 되었는지, 가끔 그 때의 마음속의 단추가 눌러지면
    울컥, 할 때가 있어요.

    제 남자친구도 그런말 하더라구요..
    왜 그 상처를 그렇게 애지중지 하면서 사냐구요. 누가봐도 같은 나이대의 남들보다 잘 된 사람인데
    그 상처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대견스러하기 위해서 버리지 않는 것 같다구요.

    넘어서고 넓어지려고 노력하고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꽤 행복한 삶을 살지만
    지금도 초등학교라는 곳에 가면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속 단추가 눌러지면서, 반사적으로 울컥, 합니다.

    .......................................................
    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간다면, 그저 지원해주겠어요.
    아이 성향 봐서, 아이가 클 수 있는 방향으로 키워주겠습니다.
    강요도 하지 않고 격려도 하지 않고, 지켜보고 지지해 주겠습니다.

  • 5. ,,,
    '12.3.12 11:27 AM (61.101.xxx.62)

    원글님 울컥 하시는 심정 이해 되요.
    임원도 해봤고 집이 어렵지도 않았고 오히려 반에서 선생님 혜택?? 받고 지냈지만, 초등 고학년부터는 다 보이더라구요.
    가난하거나 공부 못하거나 엄마가 살뜰히 챙겨주지 못하는 형편의 좀 지저분하거나 이런 애들이 선생한테 얼마나 무시와 구박을 받고 자존감을 밟히는지.
    그 나이에도 저런 어른이 선생이랍시고 반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애들 차별하고 그런건 분명히 뭔가 잘못 된거 같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도와 줄수는 없었지만 무시 받는 애들이 측은했구요.
    그래선지 지금까지 그런 류위 선생같지 않은 선생이 학교에 있다는 얘기들으면 나랑 상관없어도 울컥 합니다.
    본인이 당하셨던 분들은 더 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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