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오늘은 그런 날.

눈물 조회수 : 3,046
작성일 : 2012-01-07 05:01:35

세월이 할퀴지 않고 곱게 지나가 주는 것이 세상에 있을까요.

 

많은 나이도 아닌데. 돌아보니, 지금까지 비틀거리며 걸어온 길 위에 제가 잃어버려 온 것들이 점점이 놓여 있네요.

깨지고 바랜 것들.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들. 잡고 싶었지만 멀어져 간 것들...

다시 만져 볼 수도 없게 멀리 흩어져 있는 파편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저미어 옵니다.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사람'이에요.

변화가 꼭 나쁜 것은 아닐 텐데.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면,

어제보다는 내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같이 뒹구는 천진한 어린 동물처럼, 서로에게는 발톱을 세우지 않으리라, 서로에게 결코 상처를 내지 않으리라

믿고 지내 왔던 사람들이... 서로 이유도 모른 채 멀어져 가거나, 멀어져 가다가 서로 다시 조우하면

어쩐지 어색해져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어지거나,

공감할 수 없는 가치관을 신주단지처럼 받들고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거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말을 내뱉는 것을 목도하게 되거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길로 가 버리는 뒷모습을, 이름 불러 보지도 못하고 바라보게 되거나...

그렇네요.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씩씩하게, 자갈 많은 인생길이어도 어깨 부축하며

그렇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해가, 오해였다고,

아니면, 그 때 그 말은 왜 그랬느냐고,

쉽게 묻지도 못할 거리로 멀어져 있습니다. 언제부터, 왜 그랬는지 알 수도 없이.

 

세상 끝에 가 있어도 나는 춥지 않다, 고 느꼈던 때가 있었어요.

내 장례식에 와서 애간장 녹도록 울어 줄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죽지 말고 살아야지, 했던 때도 있었고요.

능력을 키워서 돈 많이 벌어야지, 그러면 이 사람에게는 이걸 해 주고 저 친구에게는 저걸 해 주고...

좋아하겠지, 그럼 나도 행복해,

생각만 해도 힘이 나서 씩씩하게 한 발 더 내딛게 되던 때도.

 

 

그러나 세월은 가고.

우리의 아름다움도, 아름답던 관계도,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던 이해도,

언제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했었냐는 듯이 흩어져 가고 마네요.

 

사람은 모두 섬이다. 그러나 그 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마지막에 했던 나래이션이었지요.

주변 사람들과 저마다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서로 또 아끼는 관계를 중요시했던 제게

그래, 그거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었어요.

그러나 요즘은, 그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 하나가 된 기분이 들어요.

 

마음이 약해졌는지, 어제 오늘은 눈물이 많이 나네요.

저는 잘 울지 않아요...

가엾은 동물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가슴 아픈 상황을 보고는 울지만 제 일로는 울지 않아요. 운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밀려드는 기억에 떠내려갈 것 같은 심정으로 눈물이 흐르네요.

모든 것이 바래고 낡고 사라져 가네요. 그토록 절실하게 사랑했던 것들도.

 

다시 한 번만 그 눈을 보고, 다시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면.

 

 

 

* 맨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두 시간이 넘게 지났어요.

그만... 자야겠습니다. 밤이라서 더 감상적이 된 것이겠지요.

세월, 시간, 사람, 삶... 정답이 뭔지 몰라서 가슴 아픈 것은 아니니 너무 아픈 댓글은 말아 주세요...

이런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할 것도 아니라는 그 정답을 알아서

그냥 여기에 털어놓았어요. 나중에 정 부끄러워지면 지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용서하시고...

안녕히들 주무시길.

 

 

IP : 112.152.xxx.14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1.7 5:53 AM (115.41.xxx.10)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네요.
    잘 뒤돌아보지 않는 저로서는...

    글을 잘 쓰셔서 잠시 같이 뒤돌아 보았어요.
    저는 미련이 없네요.

  • 2. .....
    '12.1.7 7:01 AM (183.97.xxx.249)

    참 제맘같은 글이네요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도 까마득하고
    그럼에도 그리운 친구가 있어요
    그러나 보고싶지는 않은 ..정말 너무나 다른 사는법을 공감할수 없기에
    그저 같이 한 그 젊은 날들이 그리울뿐일지도
    그럼에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네요
    이제껏 사는라 고생했다
    앞으로 앞으로 조금만 더 살면 산자에게 가슴아픈 기억없이
    떠날 수 잇는 시간이 오리니..
    정말 아무 미련이 없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265 흐미.....율무가 엄청 비싸네요 8 비싸.. 2012/01/08 3,137
59264 검은깨를 샀습니다. 씻어보신 분! 질문있어요 6 검은깨궁금 2012/01/08 2,133
59263 예전 자게 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3 2012/01/08 1,092
59262 영어 해석 좀 도와주세요. 1 duddj 2012/01/08 1,364
59261 세계 1위 자리 놓치지 않는 북한 safi 2012/01/08 1,056
59260 도서관 컴퓨터 사건..전 반대 경우네요. 3 문화 충돌?.. 2012/01/08 2,120
59259 혹시 우결에 나왔던 패딩, 혹은 방한복 잘 아시는분 3 잠바 2012/01/08 1,681
59258 혹시 아이 이름이 "지안"인 분들 계신가요? .. 17 이름짓기 2012/01/08 17,370
59257 밤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꾼 꿈 2 벚꽃나무 2012/01/08 3,810
59256 가스요금 아끼는방법좀가르쳐주세요..안쓸때는 외출로해놓는게나은지 .. 2 스프링 2012/01/08 2,355
59255 서울 동묘로 출근시 동네(아파트) 좀 추천해주세요.. 4 아파트 2012/01/08 2,041
59254 브래드피트가 한국연예인으로 치면 누구정도되나요? 54 피트 2012/01/08 9,686
59253 후회하지 않아, 란 영화 보셨나요 ? 6 ... 2012/01/08 2,059
59252 아줌마 혼자 1박2일 10 놀란토끼 2012/01/08 3,052
59251 호텔서 사용하는 베개 추천 해 주세요. 2 holala.. 2012/01/08 2,189
59250 예비공대생, 물리를 전혀 모릅니다. 10 재수생맘 2012/01/08 2,734
59249 생식 먹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2 생식생식 2012/01/08 2,222
59248 르네휘테르 처음 사보려고 하는데 봐주세요 18 르네휘테르 2012/01/08 7,841
59247 결혼혼수 통통이 tv서 드뎌 led tv 지르게 됐는데...홈시.. 3 led 2012/01/08 1,499
59246 MB “아이 낳는게 외교업무보다 중요” 6 듣보잡 2012/01/08 1,553
59245 명품 휘감은 뻔뻔한 된장 모녀(사진) 24 .. 2012/01/08 15,478
59244 뉴욕으로 신혼여행을 가는건 이상할까요? 23 아몬드 2012/01/08 7,225
59243 오앙... 딴지일보 들어갔더니 왤케 바꿨어요;;;; 2 ... 2012/01/08 1,886
59242 사는게 뭔지 7 참... 2012/01/08 2,737
59241 끼어들기 사고 과실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29 혹시 2012/01/08 16,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