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2월 6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99
작성일 : 2011-12-06 08:07:54

_:*:_:*:_:*:_:*:_:*:_:*:_:*:_:*:_:*:_:*:_:*:_:*:_:*:_:*:_:*:_:*:_:*:_:*:_:*:_:*:_:*:_:*:_:*:_

너는 물어 보았니
그 강변 땅 위의 별인 조약돌들에게
골재가 되고 싶냐고 물어 보았니
달빛 고운 여울목 수심 10cm에서
맑은 돌눈이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고 싶니
아니면 수심 10cm 물속에 수장된 병든 자갈눈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 보았니. 강변에서 볕에 마르는 탄탄한 몸이 되고 싶은지
물이끼 촉촉이 서른 서늘한 몸이 되고 싶은지
물어 보았니

너는 물어 보았니
그 강물 속 물고기들에게 물어 보았니
버들치에게 꺾쇠에게 피리에게 물어 보았니
흐르는 물살을 따라 어디까지 가고 싶은 여행이었는지
물어 보았니. 우웅우웅 하루에도 몇 번씩 스크루 갈퀴가
캐터필터처럼 불도저처럼 삽날처럼 강바닥을 헤집는
탁류 속에 살고 싶은지. 상수원 맑은 물속
조용한 빛화살촉들로 살고 싶은지 물어 보았니
갑문 앞에서 줄지어 섰다 우르르 내몰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난민들의 피난행렬이 되고 싶은지
물어 보았니

너는 물어 보았니
그 실개천들에게 계곡물들에게 물어 보았니
당신은 어떤 길을 따라 돌돌돌 흐르고 싶은 영혼이냐고
당신은 어떤 여울목에서 소용돌이로 엎어져 뒹굴며
쿨렁쿨렁 쏟아져 울고 싶은 영혼이냐고
물어 보았니. 콘크리트 수조 속에 갇혀 썩어가는 물이 되고 싶은지
세상의 모든 정체와 지체, 세상의 모든 부패와 오염을 밀고 흐르는
급류가 되고 싶은지 물어 보았니
실버들 선 돌방죽길을 따라 흐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갈대숲 늪지를 따라 흐르며 어떤 영혼의 정화를 꿈꾸었는지
물어 보았니

물어 보았니. 너는
그 땅들에게 그 땅의 흙눈들에게 물어 보았니
그 땅에 살고 있는 지렁이 한 마리
여린 풀포기 하나, 감자 한 톨, 벼 한 포기에게
물어 보았니. 당신들의 가슴을 찢고 가르고 짓밟고
강제로 물고문까지 시켜도 좋겠냐고 물어 보았니
누군가의 직선을 위해 당신의 가슴을 파헤쳐도 좋겠냐고
콘크리트로 꽁꽁 숨 쉴 구멍을 막아도 좋겠냐고
사지를 절단 내 지하에 파묻어도 좋겠냐고
물어 보았니

물어보았니. 너는
그에게 물어 보았니
그 강물에 펑펑 사랑의 눈물을 보탠 연인들에게
그 강줄기 어느 한 끝에서 구비 많은 삶의 이치를 집어들던 모든 생활 속 철학도들에게
그 강물에 또 하루치의 땀과 정성을 씻고 집으로 돌아가던 농부들에게
그 강변 모래톱에서 모래알보다 작아지던 이에게
그 강물에 작은 무 같은 종아리를 담그며
물 水, 나무 木, 쇠 金, 흙 土를 배워가던 아이들에게
그 강변에 회한을 묻던 빈 보따리 가난한 인생의 노년들에게
그 모든 벙벙한 가치는 얼마의 가치인지 물어 보았니

너는 누구에게 물어 보았니
삼성, 엘지, 대우, 현대건설에게 물어 보았니
다국적 물 기업, 땅값에 눈먼 지주들
정권에 빌붙는 기생충 거머리들에게 물어 보았니
얼마가 네 손에, 너희들 손에 쥐어질 수 있는지
저 골방의 회계학자 통계학자에게 물어 보았니
얼마의 표가 네 손에, 너희들 손에 쥐어질 수 있는지
저 썩은 정치공학도들에게, 다른 무엇이 문제가 아니라
제 자신이 문제의 본질인 문제투성이 사회학자들에게 물어 보았니

너는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 보았니
우리 모두가 가더라도 남아 있을 저 영원한 강을
수많은 파문과 피눈물을 삼키고도
좌절하지 않고 흐르는 이 역사의 강을
무수히 많은 발원들의 교차이며 합인 기억의 강을
늘 새로운 생명이며 문화인 이 강을
1자로 나란히 줄 세우겠다는 그 저급한 꿈을
관광상품 하나 만들어 보겠다는 그 치졸한 상상을
저 평등한 바다로 나가면 어차피 만나게 될 강물들을
이렇게 빨리 격랑으로 만나게 해주겠다고선
고작 화물선 몇 척 물류비 계산이나 하고 있는 그 천박한 머리를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 보았니

그렇게 무너뜨리고 싶으면
노동자 농민 서민 도시빈민 실업자 비정규직들의 아픔 위에 도도히 선
저 흉악한 자본의 탐욕이나 무너뜨리렴
그렇게 뚫고 싶은 게 많으면
반백 년 원한으로 막아 선 저 분단의 철벽이나 뚫어주렴
그렇게 성장하고 싶으면 이제 그 만 미국의 품에서 일어서 나오렴
신자유주의 착취와 소외 폭력의 세계화 대열에서 벗어나
씩씩하게 독립해 보지 않으렴
더 많은 평등을 흐르게 하는 역사의 대운하라면
더 많은 평화를 실어 나르는 사랑과 인내와 연대의 대운하라면
그 누가 말리겠니
그 누구든 작은 손이나마 뜰삽으로 내밀지 않겠니


   - 송경동, ≪너는 그에게 물어 보았니 ― 이명박에게 묻는다≫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2월 6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2/05/1k0603a1.jpg

2011년 12월 6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1/12/05/1k0631a.jpg

2011년 12월 6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206/132308527855_20111206.JPG

2011년 12월 6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2/05/alba02201112052108460.jpg

2011년 12월 6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2/20111206.jpg
 
 

 

 

 

다른 건 몰라도 일단 나라를 이끌고 정치를 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알겠네요.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562 국제엠네스티에 정봉주의원 사면요청하는거..?? 2 궁금 2011/12/23 1,748
    50561 오래된 주택 단열 공사 등 질문 2 단추 2011/12/23 3,766
    50560 대구사건은 덕원중이라네요 5 2011/12/23 3,114
    50559 이번달 가스요금은 얼마나 나왔어요... 14 가스요금 2011/12/23 3,684
    50558 김정일 조문을 북한이 갑자기 받겠다는 이유 3 ㅎㅎㅎ 2011/12/23 1,667
    50557 외국 학교들은 어떤가요? 6 한국인 2011/12/23 1,804
    50556 프라이스 클럽에서....Salle Ma 오일스킬렛...공구 해 .. 2 .. 2011/12/23 3,023
    50555 베토벤 - 터키 행진곡(Turkish March) 4 바람처럼 2011/12/23 2,956
    50554 분당 서현역 근처사시는 분들~ 3 서현 2011/12/23 2,870
    50553 신정환은 성탄절 특사로 감옥에서 나왔다네요!@@@ 5 나원참 2011/12/23 1,598
    50552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정봉주 유죄판결은 법적 착.. 7 참맛 2011/12/23 2,303
    50551 동서지간 개인적으로 자주 왕래들 하세요? 10 봉도사짱 2011/12/23 3,990
    50550 때리는 교사에게 욕하사는분들 22 중딩맘 2011/12/23 2,481
    50549 연말정산 - 현금영수증 누구 밀어줘야하나요? 봉도사무죄 2011/12/23 1,559
    50548 가해자들이 장난으로 괴롭혔다 그러면 처벌이 가벼워지나요 ? 8 혹시 2011/12/23 1,824
    50547 만약에 새로운 소송으로 bbk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면 1 해피트리 2011/12/23 781
    50546 지금 cj홈쇼핑에서 구들장 전기매트 파는데, 어떤가요?? 7 따끈따끈 2011/12/23 4,047
    50545 이제 22네요 ㅠㅠ 3 ㅠㅠ 2011/12/23 986
    50544 5세 남아 학습지 집에서 엄마랑할때요~~ 5 ^^ 2011/12/23 1,228
    50543 눈이 오는데 천둥도 치네요~ 깐돌이 2011/12/23 835
    50542 체벌이 있으면 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없죠. 11 ㅇㅇ 2011/12/23 963
    50541 이 책 제목 아시는 분! 9 어린날의기억.. 2011/12/23 962
    50540 KBS 후배여직원 성추행 사건 파문 참맛 2011/12/23 1,658
    50539 눈이 갑자기 와서 사거리 직전 비탈길에 보스포러스 2011/12/23 916
    50538 중학생인데 엄마가 집에있어야할까요 8 걱정 2011/12/23 2,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