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입니다.

학수고대 조회수 : 1,405
작성일 : 2011-11-07 23:43:40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부딪힌
성차별의 벽을 박차고 나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실천적인 여성학자로서
방송, 대학, 사회단체에서 열띤 강의를 해왔다.
<그래, 수다로 풀자> <너무 아까운 여자>
<솔직히 말해서 돈이 좋다> 등의 책을 펴냈으며,
현재 김포시 고촌면에서 김포여성민우회를 이끌고 있다.


남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말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여성학자 오숙희 님. '우리나라의 페미니스트, 하면 떠오르는 인물'에 그가 첫손에 꼽힌 것도 예의 그 타고난, 탁월한 입심이 작용했을 터이다. 한 사회 안에서 개인이 제대로 하는 말에는 묻혀 있는 것을 드러내고 현실을 뒤바꿀 수 있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다는 것, 지난 13여 년 동안 그의 '입'을 통해 삶의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수정한 사람들은 아마도 그 말의 힘을 순순히 믿지 않을까.
오숙희 님을 만난 날은 월요일. 생활인에겐 한 주의 시작이지만, 분 단위로 시간을 조각내 쓸 만큼 바쁜 그에게 월요일은 오숙희 자신을 위해서만 쓰자고 약속한 날이다. 그래서였을까, 화장기 하나 없는 데면한 얼굴로 나타난 그는 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열면서, 그는 내내 아주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혼한 후배가 저희 집에서 며칠 살아 보더니, 이렇게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게 기적 같다고 하더군요. 저희 식구들은 어떤 일이든 상대방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해서 행동하기보다는 항상 그 사람의 의견을 묻고 조율하지요. 사실, 가정의 불화는 부부 관계가 평등하지 못한 데서 시작되죠. 평등이란 남녀노소, 빈부, 직업, 건강, 지역 따질 것 없이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다는 거잖아요. 그 평등의 잣대로 자기 생각과 행동을 재보면서 살려는 노력만 있으면 이 세상 모든 불화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평등을 이야기하는 그. 그는 차별의 아픔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 자신이 여자이고 이혼을 했고, 혼자 힘으로 벌어 두 딸을 키우며 작은아이는 발달장애를 겪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까닭으로 발끝까지 저릿할 만큼 분노하고 아파했던 그 일들은 '여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그에게는 모두 약이 된 귀한 경험이었다. 대학 강단을 비롯해 방송에서, 현장에서 그가 거침없이 쏟아 내는 말 속에 배어 있는, 차별 받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무언가에 사람들은 눈물 흘리고 때로는 후련함마저 느끼며 무엇이 잘못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 몫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여권운동가, 하면 거칠고 드센 남자 같은 여자를 떠올리는 세태 속에서 수더분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여성학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부부의 저녁상에 올려놓으며, 여성의 문제는 모든 인간의 문제임을 우리 사회에 환기시킨 것도 그였다.
“강연을 나가면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주부 명함을 만들어라, 주부 책상을 놓아라, 사과 한 쪽이라도 주부의 것은 남기도록 하라고요. 자기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가 매기는 거예요. 내가 나 자신을 위해 하는 일에도 좀 당당해지자고요. 여자가 자기 자신을 먼저 위해야 남편도 자식도 똑같이 대접하는 거지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언젠가 신문에서 본 설문조사가 떠올랐다. 아버지에겐 존댓말을 쓰면서 어머니에게는 반말을 쓰는 아이들이 많다는 결과와 그 까닭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반말을 쓰기 때문이라는 내용. 그는 여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려면 사회의 변혁 이전에 나와 가정이라는 밑뿌리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어머니가 바뀌면 가정이 바뀌지요. 아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보다는 성숙하고 냉정한 어머니의 사랑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아이가 세상과 사람을 바로 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해요. 이를테면 어릴 때부터 여자,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식의 교육은 지양해야 합니다. 남자나 여자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모두 똑같이 그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게 참교육이겠지요.”
지난 가을, 그는 온나라 안의 단풍을 구경했을 만큼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담과 강연을 했다. 그가 내밀어 보인 수첩에는 두세 달 뒤의 일정까지 빽빽히 차 있었다. 최근엔 턱 관절에 이상이 생겨 말을 하지 않을 때는 보조기구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한다는데, 그것을 꺼내 보이는 그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맷돌이 떠올랐다. 제 몸을 끊임없이 움직여 무엇이든 곱게 부숴내 이롭게 쓰이는 맷돌의 이미지를….
“올해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지금 조금 손해 본다는 마음으로 욕심 부리지 않고 생활하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거창한 계획보다는 지금 누구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프랑스의 여성학자 미셀 페로는 진정한 여성해방이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 즉, '선택'이라고 했다. 오숙희 님이 선택한 건 '이 세상의 모든 편견과 차별에 대한 싸움'이다. 그것은 당장은 아플지라도 더 큰 사랑을 이뤄 내기 위해서다. 남자, 여자를 따지기 이전에 어떤 사람인지를 살피는, 서로 사람으로서 똑같이 대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그런 큰 사랑이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긴 하는 걸까요?, 라고 묻자 그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짧게 대답한다.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이잖아요. 사람은 사람으로 통하지 않겠어요? 어렵긴 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잊었다는 듯 이 땅의 여성에게 덧붙인 한 마디, “여자라는 사실을 잊으세요. 사람이란 것만 아세요, 그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입니다.”

IP : 121.164.xxx.20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이린뚱둥
    '14.9.21 12:28 PM (121.64.xxx.99)

    ㅠ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841 인테리어 이미지 많은 사이트 1 ... 2011/11/27 1,681
40840 하다하다 이제 경찰서장이란 사람이 자해공갈단 같은 짓을 하는군요.. 12 눈부신날 2011/11/27 1,636
40839 성북 경찰서에 오늘 모이시나요? 3 성북 2011/11/27 1,135
40838 어제 82참가 깃발입니다. 31 광팔아 2011/11/27 7,348
40837 종로경찰서 소통광장입니다 7 종로경찰서 2011/11/27 1,337
40836 우리집 기도방법.. 4 ----- 2011/11/27 1,793
40835 FTA 반대하는 의사 표현을 다른 공무원분들은 어떻게 표시하고 .. 3 중립 2011/11/27 905
40834 이메일 새주소로 자동 넘기는 프로그램 없나요? ... 2011/11/27 458
40833 나꼼수팀 30일 콘서트...그걸 27에 해야 더 파급력이 크지 .. 4 궁금해서요 2011/11/27 2,055
40832 엔젤다이어트란 싸이트 아시는 분 베이글 2011/11/27 1,025
40831 아 아침부터 방송국 전화했어요 엠비씨에 3 아침부터전화.. 2011/11/27 1,527
40830 국민건강보험 해체되나.. 12월 8일 헌법소원 마지막 공방 2 광팔아 2011/11/27 1,021
40829 성북서 우리 회원님 상황 아시는 분...현재상황..ㅠ.ㅠ 1 우리회원님 2011/11/27 1,173
40828 현장에 계셨던분들, 그리고 현장중계보셨던분들 기사댓글좀 달아요 .. ..... 2011/11/27 838
40827 구반포 주공 분위기 어떤가요? 3 구반포주공 2011/11/27 2,478
40826 사진 2 트윗터 2011/11/27 1,090
40825 수십군데 얼굴을 폭행당했다는 얼굴 10 종로경찰서장.. 2011/11/27 5,493
40824 대한 민국 주권 상실 D-2 일 5 슬픈 한국 2011/11/27 1,083
40823 불휘 기픈 가카.? 보셨어요 ? 좀 웃겨요 3 no FTA.. 2011/11/27 1,568
40822 나꼼수 30회, 정깔대기님 시원한 욕부분만~ 7 .... 2011/11/27 2,264
40821 성북서 회원님 자꾸 우신대요. 17 나거티브 2011/11/27 9,274
40820 FTA와 관련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요? 6 궁금이 2011/11/27 1,062
40819 부모의 마음이란...ㅠㅠ 1 나나나 2011/11/27 1,112
40818 한분은 82횐분 한분은 배추 절여놓고 나오신 주부님 한분은 남학.. 4 성북서 2011/11/27 2,267
40817 장난하나 노래듣기와 벨소리 다운열렸어요 3 mb out.. 2011/11/27 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