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분 명상.

따진 조회수 : 661
작성일 : 2011-11-02 21:41:18

서커스

 

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표를 산 사람들이 차례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매표소와 우리 사이에는 한 가족만이 남았다

그 가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두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 명이나 되는 대식구였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 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비싸진 않아도 깨끗했고 아이들이 행동에는 기품이 있었다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부모 뒤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날 밤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와 코끼리, 그리고 온갖 곡예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전에는 한번도 서커스를 구경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밤은 그들의 어린 시절에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랑스런 얼굴로 맨 앞줄에 서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은 정말 멋진 가장이에요"
남편도 미소를 보내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 역시 훌륭한 여성이오"

이때 매표소의 여직원이 남자에게 몇 장의 표를 원하냐고 물었다
남자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자랑하듯이 말했다
"우리 온 가족이 서커스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어린이표 여덟장과 어른표 두 장을 주시오"
여직원이 입장료를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어머니는 잡고 있던 남편의 손을 놓고 고개를 떨구었다
남자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남자는 매표소 창구에 몸을 속이고 다시 물었다
"방금 얼마라고 했소?"
매표소 여직원이 다시 금액을 말했다
남자는 그만큼의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말할 것인가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에게 이제와서 서커스를 구경할 돈이 모자란다고 말할 순 없는 일이었다

이때였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의 어버지가 말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20달러짜리 지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몸을 굽혀 그것을 다시 주워 들더니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시오, 선생, 방금 당신의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무슨 영문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결코 남의 적선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절망적이고 당혹스런 그 상황에서
아버지가 내밀어 준 도움의 손길은 실로 큰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남자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고맙소, 선생, 이것은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남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들은 곧 표를 사갖고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 아버지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 당시 우리집 역시 전혀 부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날 밤 서커스 구경을 못 했지만 마음은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댄 클라크


     101가지 이야기 발췌

IP : 61.82.xxx.8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506 늙었나봐요. 천일의 약속 보다가 14 푸른 하늘 .. 2011/11/25 6,225
    40505 제 탐라인에서 주진우기자 검색하고 올려봅니다 3 저녁전에 2011/11/25 2,115
    40504 우체국 EMS택보 미국보냈는데요. 100달러이상면 찾을때 관세를.. 5 우체국택배 2011/11/25 2,478
    40503 떡뽂이떡 보관 2 자작 2011/11/25 1,266
    40502 한달만에 3킬로가 쪘어요.. 4 ... 2011/11/25 2,128
    40501 혹시 조금만 피곤해도 어지러운 분 계신가요? 4 마우스 2011/11/25 1,898
    40500 fta반대 문구 한줄로 추천 부탁드려요. 20 전단지 작업.. 2011/11/25 1,431
    40499 같은 시내권인데 중학교 전학 가능한가요? 1 궁금해요 2011/11/25 2,243
    40498 쌍용차 19명의 죽음을 추모하는 30일 기도 평택역 2011/11/25 671
    40497 FTA 반대시위 中 연행될까 두려우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참맛 2011/11/25 1,090
    40496 이웃 여자때문에 화가나요 4 ... 2011/11/25 3,044
    40495 수첩공주 별명을 바꿔줍시다 수첩할매로 25 apfhd 2011/11/25 2,936
    40494 민노당이 주관한 어제보다는 민주당이 주관하는 오늘이 좀 많겠지요.. 촛불집회 2011/11/25 595
    40493 오늘 집회 몇 시인가요?? 5 .. 2011/11/25 1,299
    40492 박근혜 ‘취업자격시험’ 구상에 누리꾼들 ‘어이없어’ 9 ^^별 2011/11/25 1,990
    40491 페이스북까지 털어낸 조선 나경원씨 남편 김재호 판사에 대해서는?.. 7 조선 2011/11/25 2,083
    40490 뭐라도 해야할것같아.. 5 지금 2011/11/25 948
    40489 잠시 웃고가세요 ~ 윤종신 졸도사연 ㅎ 3 2011/11/25 2,569
    40488 주말농장에 심은 배추 80개 정도 김장 고수님.. 2011/11/25 939
    40487 유산 찾을 수 있을까요?? 1 유산 전문가.. 2011/11/25 1,321
    40486 1세 여아 어머님들 도와주세요~ 6 선물고민 2011/11/25 997
    40485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전 회장이 이명박이랍니다. -- 5 우언 2011/11/25 1,175
    40484 태양의 여자 김지수 이하나 나온 드라마 보신분계세요? 3 혹시 2011/11/25 2,577
    40483 주진우 기자 오늘 기분이 어떨까? ㅜㅜ 7 지나가다 2011/11/25 3,375
    40482 다른 카페에 한미FTA에 대한 글을 올렸어요. 11 한미 FTA.. 2011/11/25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