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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 남자 이야기 3

그 여자 조회수 : 6,035
작성일 : 2024-05-16 22:07:23

공연이 끝나고 신학기 시작까지 3 개월 동안

저한테는 별다를 것 없던 일상이 이어졌고

3.1 일자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습니다 .

 

신학기 시작에 옮긴 학교라 첫날부터 정신이 없는데

축전이 하나 왔습니다 .

발신인은 그 남자 박 선생님

내용은 뭐 영전을 축하한다는 상투적인 내용이었고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해 본 적도 없고 해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는데

좀 의아하기는 했었어요

우리가 이런 사이였나 ?? 아니면 같은 국악회 회원이라서 의리상 ????

 

2012 년도에는 국악회 관련 모임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그 남자 박선생님과 마주칠 일이 좀 자주 생기더라구요

출장지에서 만나거나 학생 야영장에서 만나거나

우리 학교로 출장을 온다거나 ....

 

만난 횟수는 많지 않아도 그 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었어요

지난해까지는 입 꼭 닫고 필요한 말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멀리서라도 제가 보이면 저한테 와서 아는 척을 하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다 수준으로 막 하는 겁니다 .

박선생님이 저렇게 수다쟁이였나 싶을 정도 저보다 더 말을 많이 했었어요

 

해가 바뀌면서 박선생님이 이렇게 바뀌게 된 이유가 있었는데요

지난해 공연 끝나고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었잖아요

50 이 되도록 혼자 살다 보니 먹는 것은 너무나 부실했으며

그렇게 튼실한 체질도 아니었고 하니 학기 마칠 즈음에는

항상 그렇게 기력이 소진되어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때는 방학 내내 컨디션이 회복이 안되니까

이러다가 고독사하게 되는 게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고 했습니다 .

이제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누구에게라도 기댈 곳 없는 상황이 너무 외로워서

결혼이란 것을 해야 되겠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데

어디 결혼이란 것이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능한  것이던가요?

 

그런데도 사귀던 사람도 없고 결혼이야기 오간 사람도 없었던 사람이

결혼을 해야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데 그 순간 한치의 의심도 없이

 상대가 바로 저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까지 사적으로 한 번 만난 적도 이야기했던 적도 없으니

1 년 동안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인생의 흐름에 맡겨보자는  마음으로

또 저에 대해서 차분히 알아가고 친해져 가고 싶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방학 내내 저와의 결혼에 다다르기 위한 플랜을 짰다고 나중에 실토를 .....

2012 년부터의 일들은 모두 그 남자의 플랜에 의한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

 

축전 이후에 여러 번 만났지만

야영장에서 만난 일이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

지방의 소규모 학교들은 야영도 몇 학교씩 모아서 진행을 하는데

야영지 출장을 갔더니 그 남자가 거기 있는 겁니다 .

 

저는 뭐 딱히 친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같은 국악회회원이니까

반갑기는 해서 틈새 시간에 커피도 한잔하고 또 수다도 좀 떨었는데

여름 방학 중 학생 방과 후 특강에 기타강사를 해 달라고 하는 겁니다 .

저는 그때 이미 본교에서 강사를 하고 있었기에

두 학교에서 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거절을 했고

그 남자는 더 이야기하지는 않더라구요

아마도 한번 더 이야기했으면 제가 또 고려를 해 봤을 수도 있는데

뭐 그렇게 흐지부지 ....

 

2 학기가 시작된 9 월에는 학교 도서실에서 소규모 장학 컨설팅을

여러 학교에서 담당자가 와서 했고 저는 또 행사 사진 촬영이 제 업무라

카메라 들고 도서실에 갔더니 그 남자가 또 그 장소에 있는 겁니다 .

행사 사진 찍으면서 슬쩍 훔쳐보니 혼자 산다는 50 노총각이 뭘 그리 깔끔한지

차림새가 너무 깔끔해서 혼자 산다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어차피 우리 학교에 왔고 축전도 받았고 이제는 이야기도 좀 나눈 사이니까

컨설팅 끝나면 근처에 가서 차 한잔 할려고 생각했는데

퇴근시간까지 안 끝나서 가다리다가 저는 먼저 퇴근을 했답니다 .

퇴근을 하고 집에 와 있는데 그 남자가 처음으로 저한테 전화를 한 거였습니다 .

 

일찍 마치면 학교 근처 분위기 좋은 찻집에 가서 차한잔 할려고

학교에 들어서자 말자  젤 먼저 저를  찾았는데 자리에 없어서 못 만났고

눈치없는 장학사가 또 너무 늦게 마쳐서 이제사 전화하는 거라고 했어요

저는 또 뭣 때문이었는지 목소리가 좀 하이톤으로  들떠서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

아마도 저도 이때는 그 남자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나 싶기도 했어요

몇 년에 걸쳐서 봐 왔었고 같이 공연도 했었고

이제는 같이 수다도 떨 정도로 가까워지니 옷깃에 물이 스며들 듯이

어느 순간 저도 그 남자에게 스며 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정기공연을 앞둔 11 월의 어느 날

모듬북을 연습하다 중간에 잠시 휴식 중인데 그 남자 포함 사물놀이 팀이

연습실로 예고없이 찾아온 거였습니다 .

모듬북 진행상황이랑 또 우리 끝나면 사물놀이 연습할려고 왔다고 ..

그런데 이날 웃기게도 제가 반가운 것을 숨기지 못했고

또 얼굴이 좀 빨개져서 다른 회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할려고 애를 좀 먹었어요

왜냐면 아이가 있는 돌싱인 저랑 총각인 그 남자랑 엮이면 안될 것 같아서

남들이 몰라야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아마도 저도 이제 그 남자를 좀 좋아했던 것 같아요

다만 처지가 다르니 좋기는 하지만  아예 시작도 안하고  또 헤어질 경우를  대비해

미리미리 저를 방어하기에 급급했었겠죠

 

정기공연도 잘 마치고

뒷풀이를 갔는데 이 날은 그 남자도 같이 갔었어요

그리고 또 그 남자는 제 앞에 앉아서 같이 밥을 먹었구요

같이 밥 먹으면서 그 남자가 또 제안을 해 옵니다

겨울 방학 때 통기타 특강을 해달라고

지난 번에 한 번 거절을 했기 때문에 그것이 좀 미안해서

이번에는 제가 흔쾌히 수락을 하게 되었고

방학을 해도 그 남자와 계속 만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게 되었답니다 .

 

그렇게 2012 년이 저물어 가고

이제는 많이 흥미진진한  2013 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

2013년 스토리는  4편에서 뵙겠습니다. 

IP : 121.182.xxx.203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5.16 10:18 PM (183.102.xxx.152)

    흥미진진...또 기다립니다.

  • 2. 와!!!
    '24.5.16 10:22 PM (219.248.xxx.133)

    하루에 세편이나!!!!
    글 써주셔서
    넘 감사해요
    드라마 세편 하루에 몰아보는 기분ㅋㅋㅋ
    넘넘 재밌게 읽고 있어요!!

  • 3. 4편
    '24.5.16 10:22 PM (219.248.xxx.133)

    기대 만땅!!!!

  • 4. 앗!!!
    '24.5.16 10:28 PM (113.131.xxx.169)

    이렇게 재밌는 얘기를 써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1,2편도 찾아서 볼께요.
    4편에선 그 남자 박선생님이랑 어떻게 되는지
    결말 포함인가요?
    궁금,궁금~

  • 5. ㅇㅇㅇ
    '24.5.16 10:33 PM (211.220.xxx.146)

    순정스토리 읽는 기분 솔솔하네요
    오래전인데도 기억 더듬어가며 잘 써시네요
    덕분에 푹 빠져서 읽었어요

  • 6. 오ㅡㅡ기대만발
    '24.5.16 10:34 PM (175.214.xxx.36)

    제가 다 설레요~~

  • 7. 그 여자
    '24.5.16 10:37 PM (121.182.xxx.203)

    000 님
    제가 이제는 나이가 환갑을 바라보고 있지만 기억력하나는 좀 대단했었어요
    제가 년도만 적었지만 실제로는 요일에 날짜까지 기억하는 것도 많아요
    왜냐면 제 인생에서 가장 축복맏았다고 생각하는 인연이 바로 이 인연이거든요
    어느 하나도 기억에서 지워지고 싶지않아서 그런것 같아요

  • 8. 좋아
    '24.5.16 10:39 PM (1.238.xxx.112)

    고수 맞네 맞아.
    여건이 만들어졌대. 흐흐흐흫
    고대합니다.

  • 9. 쓸개코
    '24.5.16 10:45 PM (118.33.xxx.220)

    원글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쓴이의 기품이 느껴진달까요.ㅎ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담백하게 잘 쓰셔서 읽는데 참 편안하게 읽혀지네요.
    그리고 댓글님들 말씀하시듯 고수신듯 ㅎㅎ
    4편도 기다립니다.

  • 10. 3편
    '24.5.16 11:03 PM (39.7.xxx.177)

    3편을 읽으면서 느낀점

    남자를 만나려면 집에 있으면 안된다.
    밖으로 나가라!

    결혼은 남자의 의지로 시작된다.

  • 11. 혹시 나이가
    '24.5.16 11:07 PM (223.62.xxx.101)

    남자분과 여자분 나이는 누가 더 연상인지 궁금해요

  • 12. ^^
    '24.5.16 11:15 PM (116.123.xxx.155)

    시대적배경이 2010년대가 맞나요ㅎㅎㅎ
    중고딩시절 읽던 현대문학의 향수가 느껴져요.
    질좋은 조청같이 은은하게 달달해요.

  • 13. 쓸개코
    '24.5.16 11:19 PM (118.33.xxx.220)

    윗님 표현하신게 아주 적절해요.ㅎ
    현대문학의 향수!
    질좋은 조청같이 달달..^^

  • 14. 어머
    '24.5.16 11:19 PM (223.38.xxx.185)

    할매 이야기 쓰신 분하고 같은 분이네요

  • 15. ^^
    '24.5.16 11:21 PM (116.123.xxx.155)

    악기 좀 하시는 국어샘이라 추측해봅니다ㅎㅎ

  • 16. .......
    '24.5.16 11:37 PM (211.49.xxx.97)

    인연이네요.전생에서 이어져온 인연이라 알아본거 아닐까요.

  • 17. 제가 보기엔
    '24.5.17 12:31 AM (223.38.xxx.47)

    국어 선생님은 아니에요. ㅎㅎ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해피엔딩이 예고되어 있어서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천천히가 너무 심해요 ㅋㅋ 두 분 속도를 내어 잘 됐으면~

    잘 돼라, 짝! 잘 돼라, 짝!

  • 18. ㅎㅎㅎ
    '24.5.17 12:41 AM (112.166.xxx.45)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좋은인연 축복받은 인연 만나시고 맺어지신 것도 넘너무 잘됐고요~
    예고된 해피엔딩 우와아~
    더불어 기분 좋아지네요

  • 19. ㅎㅎ
    '24.5.17 1:05 AM (1.236.xxx.93)

    감사감사~ 행복한 밤~

  • 20. ㅇㅇ
    '24.5.17 1:08 AM (39.118.xxx.82)

    제 인생에서 가장 축복 받았다고 생각하는 인연이 바로 이 인연이거든요

    너무 감동이에요~
    왜 저 문장에서 내가 울컥하는지ㅜ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져요.,
    진짜 축복받은 삶을 사셨네요.,

  • 21. 이 언니,
    '24.5.17 4:18 AM (95.91.xxx.209)

    글솜씨 대박이야...
    제발 우리 기다리게하지말고 시원하게 좀 많이 써요!!!
    현기증 나!!!!
    4부 기다립니......................................

  • 22.
    '24.5.17 4:41 AM (121.163.xxx.14)

    이렇게 서서히 스며드는 인연이 무서운 거죠
    함께한 시간들로 채워지며 깊어지는 사이…
    너무 좋네요

  • 23. ......
    '24.5.17 5:18 AM (180.224.xxx.208)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다음 편 기다릴게요.

  • 24. 키톡
    '24.5.17 5:52 AM (175.207.xxx.91)

    혹시 키톡에??

  • 25. ㅇㅂㅇ
    '24.5.17 8:49 AM (182.215.xxx.32)

    어떻게 저런 인연이 있을까요
    신기하네요

  • 26. 다인
    '24.5.17 9:26 AM (121.190.xxx.106)

    선생님.....힘드시겠지만 빠른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이 올리신 이야기 시리즈 중에서 이게 최곱니다 ㅋㅋㅋ

  • 27. 그 여자
    '24.5.17 9:35 AM (121.182.xxx.203)

    내일이 어머님 기일이라 좀 있다 장보러 가야되고 좀 바쁘긴하지만
    분발해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저도 성질이 급해서 기다리는것 잘 못하는데 기다리시게해서 죄송합니다

  • 28. 수필같이
    '24.5.17 11:51 AM (211.46.xxx.89)

    예쁜이야기 한번에 몰아서 봤어요
    흐릿한 물감으로 그려나가는 수채화 같은 그림이 보여지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82 들어오면 이야기님 글 찾게 되고 요즘 제가 댓글을 잘 다는 편이긴 하지만 이야기님글에는 댓글을 꼭 쓰게되네요
    가슴 따뜻한 이야기 이번 연재 끝나더라고 꼭 부탁드려요~~~
    목이 빠지더라고 기다릴께요~~~
    모두 맛점 하시고 날씨만큼 화창한 하루 보내시고
    원글님 기다려요~~~^*^

  • 29. 은하수
    '24.5.17 12:24 PM (58.142.xxx.195)

    기다리고 있어요

  • 30.
    '24.5.17 12:31 PM (125.132.xxx.103)

    단아한 글솜씨에서 인품이 드러나는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내공이 느껴져요.

  • 31. 저도
    '24.5.17 3:25 PM (106.101.xxx.103) - 삭제된댓글

    기다리고 있어요
    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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